노동시간단축에 따른 IT서비스와 건설의 차이

1.
7월 1일부터 주 52시간제를 실시합니다. 경영자이고 회사에 직원으로 채용한 사람이 없으니까 내부적으로 보면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수주형 SW개발이 주사업이니까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달반 앞으로 다가온 근로시간 단축이 정리한 도표를 보면 풀기 어려운 문제를 받은 수험생기분입니다.

주 52시간은 장시간노동으로 인한 삶의 피폐화를 줄여보자는 취지입니다. 장시간노동이 핵심 원인이라고 할 수 없지만 OECD의 통계를 다룬 IMF “한국, 생산성 낮고 노동시장 왜곡…잠재성장률 둔화”OECD 국가들 중 가장 낮은 노동 생산성을 기록한 한국, 왜 그랬을까?가 지적하는 낮은 생산성은 전 사회적으로 풀어야 하는 과제입니다.

“다른 부문의 구조개혁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근로자 분류(정규직-비정규직)간 장벽을 제거하고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며, 창조경제 추진노력을 기반으로 저조한 생산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강력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한국과 실리콘밸리의 노동시간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적절한 비교가 아닌 듯 합니다.

실리콘밸리 기업 임직원들은 회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밤낮없이 프로젝트에 매달리는 것이 보통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직원과 체결하는 노동계약서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업무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지키는 회사와 직원은 많지 않다. 프로젝트 성패와 시간에 따라 주당 70시간 이상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과 다른 실리콘밸리 근무형태중에서

2.
벌써 2년전입니다. 코스콤 프로젝트를 할 때입니다. 직접 수주를 하지 않았지만 단기계약으로 프로젝트 PM을 할 때입니다. 고객사가 발주한 프로젝트의 일에 비하여 기간은 짧았고 금액은 낮았습니다. 수주회사는 HTML이나 Javascript개발자가 없어서 프로젝트팀원들도 저처럼 모두 단기계약직이었지만 PM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WBS를 만들고 내부적으로 회의를 하였습니다. 이구동성으로 일정이 무리라는 합니다. 그래서 법적으로 주 5일근무이지만 5주차부터 주6,7일을 하자고 했습니다. 월화수목금금금입니다. 이 때 예상하지 못한 반대에 부딪쳤습니다.

“강제적인 주 6,7일근무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사실 맞는 말입니다. 강제할 방법도 없었습니다. 주 52시간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경험입니다. 주 52시간 실시가 눈 앞에 다가오자 IT와 관련한 협회들이 나서서 대정부건의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내놓은 곳이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입니다. 법정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IT서비스업계 입장을 보면 “근로기준이 보다 산업특성에 적합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근로시간제 운영의 재량권 강화”을 요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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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도 비슷한 입장의 건의서를 발표하였습니다. 근로시간 단축 추진 관련 SW산업계 건의서를 보면 “현행 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현행 1개월) 및 탄력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현행 3개월)을 확대(6개월 이상 1년 이내)하여 SW사업특성에 맞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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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건의문에 담긴 현실인식을 보면 하청형 소프트웨어개발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IT서비스 종사자 근로환경 개선의 필수조건은 프로젝트 고객 발주처의 협력이다.현장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엔지니어들의 근로환경개선은 고객 발주처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헤드카운트 관행을 고수하며 근로자의 연차휴가 사용을 막고 고객 (발주처)의 사정에 따라 사업기간을 임의대로 조정해 과도한 연장근로를 유발하는 행위들은 이제 철폐되어야 한다. 근로자의 교육 휴가 등을 인정하지 않는 고객(발주처) 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 고객과의 관계를 고려해 묵시적으로 업체와 근로자들이 감내해왔던 그간의 문제들을 해소하고 서비스기업과, IT 종사자들의 정상적인 근로환경 조성을 위해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

그러면 소프트웨어개발과 자주 비교가 되는 건설회사들은 어떤 입장일까요? 건설협회가 건설협회,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보완대책 시급 건의”을 통해 내놓은 의견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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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주 52시간노동시간제를 도입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든 배경이 소프트웨어개발과 비슷합니다.

상당수 건설현장은 적정공사비 적정공기 · 가 확보되지 않아 이를 만회하기 위하여 장시간 근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

SW산업협회와 달리 건설협회는 제도적인 대안을 내놓았습니다. 두가지입니다. 표준도급계약서의 개정과 표준 공기산정 기준 마련입니다. 이중 국토교통부는 표준도급계약서의 개정을 입법예고하였습니다. SW산업과 다릅니다.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개정안 행정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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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물론 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과학기술정통부, 행정안전부에 갑질 근철을 요청합니다만 공공기관만 해당합니다.

발주자의 사정으로 계약금액이나 계약기간 조정(합의) 없이 계약 상대자에게 법정근무시간외의 휴일 및 야간작업을 지시하는 등 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행위가 없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을 건의

보통 소프트웨어를 발주할 때 보이는 갑질은 두가지입니다. 과도한 발주금액 삭감입니다. 물론 수주사간의 경쟁도 한 몫합니다만 어떤 프로젝트이든 금액점수가 당락을 좌우합니다. 둘째는 부실한 제안요청서를 가지고 확대해석하거나 계약상의 의무를 이유로 요구사항을 계속 변경하거나 확대합니다. 그러면서 납기일은 지키라고 하죠. 주 52시간 노동을 실시하면 발주사의 갑질이 사라질까요? SW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주52시간은 공염불에 그치거나 모든 피해를 수주회사가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근철할 방법이 없으면 IT노가다의 눈물을 계속입니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이 정보시스템 개발·보수사업을 발주하면 삼성SDS, LG CNS, SK C&C 같은 대기업 IT 자회사가 수주해서 자기네가 인증하는 1차 협력사에 도급을 준다. 그러면 1차 협력사는 다시 일을 쪼개 중소업체에 맡긴다. 이보다 아래 단계의 하도급은 IT 인력파견업체로 이어진다. 이 업체는 유흥업소에 접대여성을 소개하는 ‘보도방’처럼 원청업체에 개발자를 대주기 때문에 ‘IT 보도방’이라고 불린다. 사장 외 상주 직원이 거의 없어 사무실에 정수기만 덩그러니 있는 경우가 많아 ‘정수기 회사’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들 인력파견업체는 개발자를 보내주면서 중개수수료로 인건비의 10∼20%를 떼 간다.

발주사가 ‘갑’이라면 개발자는 ‘기’ 이하에 해당한다. 이렇게 여러 단계의 하도급을 거치면서 사업대금에서 중개료가 계속 빠져나가기 때문에 원청업체로 파견돼 실제 개발 업무를 하는 IT 노동자는 원청에서 책정한 인건비의 3분의 1 정도만을 받게 된다. 하도급의 중첩에 따라 작업조건도 불리해진다. 사업을 따내려고 무리한 계약조건을 내밀기 때문에 개발자는 야근과 ‘월화수목금금금’ 근무가 일상이 된다. 초과근로수당을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IT코리아의 그늘] ‘노가다’ IT 노동자의 눈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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