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이야기

1.
한번 회사를 망하고 기업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기업은 성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일터입니다. 정년도 없고 하고싶은 일을 하는 삶의 공간입니다. 이런 생각입니다. ?큰 기업보다는 작은 기업, 가늘더라도 긴 기업, 세대를 이을 수 있는 기업이 더 멋져보입니다. ?현재 트레이딩컨설팅기업 이음을 기획할 때도 가졌던 생각입니다.

해외를 보면 아주 오랜 가족기업들이 많습니다만 제가 문외한지 국내 사례를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그 중 기억에 나믄 곳이 김영모 과자점입니다.

한국형 스몰자이언츠 김영모 과자점

얼마전 신문에 김영모과자점과 다른 제과점을 소개하였습니다. 성심당입니다. 대전에 있는 오랜 빵집입니다. 성심당의 철학은 명확합니다. 품질입니다. 갓 구워낸 빵, 맛있는 빵입니다.

“하루 지난 빵도 전자레인지에 넣으면 새 빵이 되고, 다음 날 반값에 할인하면 불티나게 팔린다. 당장 현찰로 들어온다. 솔직히 유혹을 느끼긴 했다. 하지만 우리 빵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기에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빵 맛에는 손맛도 있다. 파리바게뜨는 기계로 거의 완제품을 만들어와 빵 굽는 냄새를 풍겨야 하니 마지막 과정만 매장에서 굽는다. 반죽을 기계로 자르는 것과 손으로 잘라내는 것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반죽의 기포가 달라진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선도다. 전날 만든 빵을 팔지 않는다. 이런 신뢰가 쌓이면 많이 팔리고, 회전이 빠르니 신선도가 보증된다. 선순환 구조다. 아무리 제빵 기술이 좋아도 안 팔리면 신선할 수가 없다.”

그리고 나눔입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입니다.
“이 바닥이 좁으니 ‘좋은 일을 하는 빵집’이라는 소문이 났다. 영업적으로 도움을 받은 것이다. 광고 비용을 안 쓰고도 알려졌다. 대전 사람들이 ‘성심당은 우리의 문화’라고 좋아한다. 손님이 몰려오니까 유지가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빵을 공짜로 준 게 아니다. 베풀면 백 배로 돌아온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 이익이 아니다.”

“주위에 적(敵)을 안 만들고, 남을 사랑하려고 노력했다. 경쟁만 안 하면 적이 안 생긴다. 경쟁 대신에 남들에게 잘해주자고 마음먹었다. 성경에서 ‘모두가 좋아하는 일을 하소서’라는 구절을 좋아한다. 우리 빵집이 고객과 직원, 거래처에도 좋은 빵집이 되기를 원했다.”

“나는 젊어서부터 ‘포콜라레(Focolare·벽난로)’ 운동에 심취했다. 이탈리아 여인 키아라 루빅이 2차대전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보고 실질적으로 이웃을 돕고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자고 한 것이다. 나눔과 공유의 정신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겠나.”
작은 동네 빵집이 성장을 하고자 할 때 내부의 장벽이 생깁니다. 예를 들면 소프트웨어 개발회사가 성장하려고 할 때 직원이 개발자들이 독립하여 나가는 경우입니다. ?빵집이 더하면 더했지 작지 않았을 듯 합니다. 그럼에도 성심당은 지속적으로 성장하였다고 합니다. 원동력은?
– 대형 프랜차이즈에 맞서 동네 빵집은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나?
“제빵 기술을 배우면 자기 빵가게를 차리는 게 꿈이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골목에 들어오면서 이런 꿈이 깨졌다. 하지만 우리 빵집은 이 친구들에게 희망이 됐다. ‘성심당처럼 하면 돼’라고. 우리 빵집에서 일한 직원들이 독립해 ‘성심당 출신’이라고 내걸고 있다.”

– 자기 이익을 좇는 세상인데, 당장 일하는 직원들과도 이해가 다르지 않은가?
“우리 빵집의 매출과 이익은 다 투명하다. 이익이 얼마 나면 직원들이 자기 성과금까지 계산할 수 있다. 수익금 일부는 어려운 아프리카에 보낸다. 내 월급도 500만원으로 정해져있다.”

– 대표 월급이 500만원이라고 했나?
“돈 쓸 데가 많지 않다. 아내도 빵집에서 일하니까 월급을 받고 있다. 사실 은행 빚이 꽤 된다. 그 빚도 숫자에 불과하다. 죽을 때 갖고 갈 것도 아니고(웃음). 만약 내게 100억원이 더 있다고 해봐야 건물이 하나 더 있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내 삶의 무엇이 달라지겠나. 없는 것이나 똑같은 것이다.”
[최보식이 만난 사람] 56년 된 빵집 ‘성심당’ 대표 “내 한달 월급은…”중에서

 

2.
기업이 잘되고 못되는 것은 사실 하늘(^^)에 달린 일입니다. 그렇다고 운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도 많습니다. 잘되는 기업을 보면 잘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이 기업의 DNA로 자리잡은 가치관이자 비전이 아닐까 합니다.

가치관은 자신이 하는 일이 진정으로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는 생각의 체계이다. 중국 상하이에 발 마사지 집 두 개가 붙어 있는데, 하나는 아주 잘되고 다른 하나는 파리를 날렸다. 잘되는 집주인에게 “왜 당신 집만 이렇게 잘되느냐”고 물었더니 주인이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나는 우리 직원들에게 ‘당신이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 ‘발 마사지’라고 대답하면 이렇게 말한다. ‘당신들이 하는 일은 발 마사지가 아니라 에너지를 창출하는 일이다. 우리 집에 오는 사람은 모두 피곤에 절고 지쳐 있는데 당신들의 발 마사지를 통해 다시 에너지를 얻게 된다. 어때 멋있지 않아?’라고.” 이렇게 의미와 보람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 생각이 가치관이다.

저축은행 직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의 본질이 대출 이자 받아 돈 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경영진의 비리에 무감각할 것이다. 또 비리도 돈 버는 일이기 때문에 비리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그러나 만일 자신이 진짜 하는 일이 중소기업을 도와 일자리를 만들고 서민의 코 묻은 돈을 불려주어 더 밝은 미래를 꿈꾸게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들의 자세는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직원이 경영진의 비리를 알게 된다면 그 비리가 자신의 사명을 해치기 때문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다른 직업보다 더 큰 사명의식과 가치관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 직업은 도둑질하기가 너무 쉽기 때문이다. 가치관은 어떻게 넣어주나? 교육을 통해서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저축은행에서 가치관 교육이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얼마 전 모 저축은행을 인수한 W그룹은 이 저축은행이 창립 후 12년 동안 교육이란 것을 단 1시간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해서 경악했다고 한다. 저축은행 사태의 진정한 뿌리는 바로 이런 것이다. 대형 저축은행 가운데 예외적으로 이번에 영업정지에서 빠진 H사는 몇 년 전부터 직원들의 가치관 교육에 주력해 왔다. 같은 금융기관인데 저축은행에 비해 시중 은행이 노골적인 비리와 부정이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것은 이들이 직원 가치관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기고] 퇴출 피한 대형 저축은행의 ‘비결’중에서

위의 칼럼은 쓴 세계경영연구원(IGM) 전성철의 가치관 경영을 강조합니다.

?”경영자는 기업을 사람으로 봐야 합니다. 한 사람 머릿속에 전혀 모순된 생각이 담기면 정신분열을 일으키지요.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위대한 CEO는 조직에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고, 직원을 한 방향으로 모을 줄 아는 리더입니다.”

성심당도 역시 가치관의 중요성을 말하는 듯 합니다. ?성심당의 ‘신선한 빵’, 김영모과제점의 ‘건강한 빵’도 소박하지만 중요한 가치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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