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삼성과 소프트웨어 경쟁력

1.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화두로 등장하는 기사입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주어입니다. 삼성그룹이 제작해 각사 사내방송을 통해 내보낸 ‘삼성소프트웨어 경쟁력 백서, 1부 소프트웨어의 불편한 진실’이란 프로그램때문입니다.

“SW 개발인력이 구글은 2만3000명, 삼성전자는 3만2000명이지만 문제해결 능력으로 따지면 삼성 인력의 1~2%만이 구글 입사가 가능한 수준”이란 지적도 나왔다. 한 삼성 직원은 “사내방송 프로그램 중 근래에 보기 드물게 흥미진진했다”며 “깊은 반성을 하지 않으면 삼성이 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신경영선언’을 내놓았던 때 사내방송을 계기로 삼았던 것을 떠올리는 기사도 많습니다.

이 전 회장은 1987년 삼성 회장으로 취임할 때부터 “불량은 암”이라며 품질경영을 강조해 왔다. 삼성 도약의 기반이 됐던 1993년 신경영선언(프랑크푸르트 선언)도 불량문제가 도화선이 됐다. 당시 세탁기 제조과정에서 금형 불량으로 접촉면이 맞지 않자 삼성전자 직원들이 플라스틱을 칼로 긁어내 이를 맞추는 장면이 사내방송에 잡힌 것이다. 이 전 회장은 이를 전 사원들이 보도록 방송하라고 지시했다. “삼성전자의 수준이 어떤지 스스로 알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1994년에는 무선전화기 출시 후 통화품질에 문제가 발생하자 전화기 15만대를 수거해 구미 공장에서 ‘화형식’을 갖기도 했다.
이건희 前 회장 냉장고 사고 ‘大怒’…21만대 리콜중에서

그래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자기비판한 삼성그룹의 결정을 이해하려면 이재용 부회장이 내세우는 신경영전략이 출발입니다. 즉 소프트웨어 혁신을 바탕으로 한 ‘스타트업 삼성’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날 선포식에서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업무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의 ‘3대 컬처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삼성전자 모든 임원들이 권위주의 문화 타파를 선언하고 선언문에 직접 서명하기로 했다. 불필요한 회의의 절반을 통합하거나 축소하고, 보고에서도 ‘동시보고-실무보고-심플보고’의 스피드 보고 3원칙을 정했다.

동시보고는 대리-과장-차장-부장-임원으로 이어지는 보고 대신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보고를 받는 것을 말한다. 실무보고는 현안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실무진이 직급에 관계없이 최고위층에도 보고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심플보고는 핵심만 보고하라는 것으로 문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 또는 간단한 메모를 통한 보고도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습관적·눈치성 평일 잔업이나 주말 특근을 줄이고 최대한 자율적으로 일하는 근무 환경도 조성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직급 체계도 ‘팀장-팀원’으로 단순화하는 등 변경을 논의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삼성이 지켜온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평가와 조직문화를 없애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컬처혁신 선포식중에서

‘스타트업 삼성’을 위한 제도중 프로젝트오너십도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혁신’과 ‘창조’를 기반으로 한 사내 문화 조성이다. 과거 이 회장이 일본식 대기업 경영에 미국식 경영을 더해 삼성식 경영을 만들었다면 이 부회장은 실리콘 밸리의 자유분방한 혁신을 더하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 ‘크리에이티브 랩’ 제도를 만들어 사내 벤처를 육성하는 한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는 ‘프로덕트 오너십’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오너십’은 제품,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오너십(소유권)을 직급상 수석이나 책임급 직원에게 부여하는 제품 개발 방식이다. 오너십을 가진 직원은 해당 제품의 개발, 제조 등 전 과정에 걸쳐 100%의 권한을 행사한다.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지게 된다. 과거 경영진에게 맡겨왔던 권한을 일반 직원들에게 옮기고 있는 것이다.
[신경영23주년]이재용 부회장 “새로운 변화 위한 행동” 강조한 배경은중에서

2.
삼성그룹이 소프트웨어의 중용성을 인식한 때가 10여년전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한 보고서가 있습니다. 2011년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 제고방안‘입니다. 이 보고서는 두가지를 제안합니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으로 진출하여 신수요를 개척해야 하고, 소프트웨어 활용 기업은 개방과 협력을 통해 소프트웨어 활용도를 제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요 IT 서비스 기업의 해외매출을 확대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의 신수요를 주도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첨병’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군을 양성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활용기업은 개방과 협력으로 소프트웨어 활용도를 제고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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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삼성SDS와 삼성전자에 대한 권고로 읽힙니다. 이후 2014년 소프트웨어 경쟁력에서 밀린 삼성전자의 위기론이 회자합니다.

삼성 오픈소스 컨퍼런스(SOSCON)

이 때 이건희 회장의 사망설과 겹칩니다. 2014년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그룹은 여러가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앞서 소개한 ‘스타트업 삼성’이 한 예입니다. 삼성 소프트웨어 경쟁력 백서는 이런 연장선에 있습니다.

삼성도 10년 전부터 SW 인력에 집중 투자해왔다. 하지만 양적 성장은 질적 성장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결론이다. 한 삼성 SW 엔지니어는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SW가 중요하다며 능력도 안 되는 사람을 마구 뽑았다”며 “품질 업무를 해온 사람에게 개발 업무를 시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그룹의 SW개발을 맡고 있는 삼성SDS에 대해서도 IBM, SAP, 오라클 등에 비해 역량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또 삼성전자, 삼성SDS SW 개발조직 임원들이 SW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직원들에게 일을 효율적으로 시키기보다 많이 시키는 문화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프로그램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TV 메모리반도체 등에서 세계 1위지만 SW 역량 없이는 현 위치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TV를 살 때 이제 화질이 아니라 TV를 통해 뭘 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시대여서다.삼성이 SW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다. 애플 아이폰의 경쟁력이 iOS(운영체제)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은 삼성전자는 2008년 SW개발을 전담할 미디어솔루션센터(MSC)를 설치했다.하지만 여기서 개발한 바다 OS는 시장에서 참패했다. 2012년 바다 OS를 공식 폐기한 삼성전자는 인텔 등과 연합해 타이젠 OS 개발에 들어갔다. 2013년 말 나온 타이젠은 조금씩 저변을 넓히고 있지만 아직도 세계 모바일 시장 점유율은 0.5%도 안 된다.

2013년 삼성전자는 SW 인력이 모자란다며 대규모로 확충했다. 그해 1만명 이상을 채용했다. 인문계 전공자를 6개월간 교육해 SW개발자로 채용하는 ‘삼성컨버전스아카데미(SCSA)’까지 개설했다. 하지만 많은 인력이 높은 품질을 보증하는 건 아니었다. 삼성전자는 2014년 말 MSC를 해체했고, SW 인력에 대해 역량테스트를 통해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당시 테스트에서 절반 가까이가 4단계 중 기초 수준인 4단계로 나타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삼성의 반성…”SW인력 절반이 기초수준 실력”중에서

이상과 같은 삼성전자의 자기비판을 두고 의견들이 많습니다.소프트웨어와 관련한 일을 하는 분들은 비판적입니다. 아는 후배가 페이스북에 올린 의견입니다.

저도 트윗으로 간단한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미국 삼성법인에 근무하는 분들이 평가한 Samsung Electronics America 을 보면 예상가능한 단점들이 수두룩합니다.

The company “culture” can sometimes be a hindrance. Bottom up communication is sometimes ignored

Micro managed. Multiple approvals needed to complete a simple job task. Systems are out dated and not user friendly. Minimal training. If you go on vacation and someone needs to ask a question you better respond. STRESSFUL! Contractors are not included in correspondence then the regular full time employees have to educate.

Culture is not great. Wouldn’t recommend

폐쇄적이면서 상명하달식의 문화에 칼끝을 겨눕니다. 이와 비슷한 견해를 피력한 칼럼입니다.

팀이 스스로 에이스를 식별하고, 기술적인 탁월함(technical excellence)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인사고과자와의 관계가 아니라 철저하게 코드의 품질과 생산성에 의해서 평가받는 문화.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려면 그런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 문화에서는 기술적으로 역량이 부족한 사람이 운좋게 코딩테스트를 통과해도 제스처를 취하기 어렵다. 숨을 공간이 없기 때문에 자기 역량에 맞는 역할을 찾을 수밖에 없고, 팀은 그런 사람을 도울 수 있다.​

중앙집중적인 방식으로 치르는 시험은 이런 문화에 역행한다. 개발자들이 시험공부에 집중하기 때문에 ‘동료들의 시선’이라는 그물망이 찢어진다. 팀이 스스로 판단하고 기술적 역량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문화가 생기지 않는다. 시험을 강조하면 대한민국 최고 삼성의 프로페셔널 개발자 수준이 구글 같은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서 알고리즘 문제풀이에 집중하는 미국 대학생 수준으로 전락한다. 개발자 특유의 창의성이나 발랄함도 발디딜 공간이 없다. 그래서 시험이 아니라 문화다. 문화가 핵심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문화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개방이다. 문화가 내부를 향한 혁신이라면 개방은 외부를 향한 혁신이다. 얼마 전에 팟캐스트 방송에 LG전자 개발자 두 명이 게스트로 초대되었다. 함께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LG라는 대기업과 대기업 바깥 세상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는 것을 느꼈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내 대기업은 자급자족이 가능하기 때문인지 모든 문제를 내부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된 라이브러리나 프레임워크도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사용하고, 외부와 담을 쌓는다.

그러다보니 대기업 바깥에서는 담장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르고, 대기업 내부에서는 외부의 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개발 생태계의 갈라파고스화가 진행된다. 대기업은 아이디어, 창의력, 생명력 같은 샘물이 고갈되고, 대기업 바깥에서는 음식이 부족해서 굶어죽는 사람이 생겨난다. 서로 이기는 윈윈이 아니라 다 같이 공멸하는 루즈-루즈의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은 내부에서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를 전폭적으로 공개하고, 내부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외부 행사에 적극 참여시키고, 개발자들의 행사를 전면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비옥하게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삼성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들을 돕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여 자기 발 밑의 땅을 파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삼성바깥에 있는 실력자들이 흔쾌히 삼성전자에 입사하고, 삼성에 있는 훌륭한 개발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회사에 발을 들여놓는 생태계가 구성될 때, 비로소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역량이 구글 개발자의 역량과 비교될 수 있는 기본 토대가 마련된다. 구글 개발자들의 역량은 구글이 키운게 아니다. 구글은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미국 전체 소프트웨어 개발자 역량의 거울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국내 개발자 생태계 일반의 상황을 무시하고 홀로 개발자 역량을 키우겠다는 것은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 함께 가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삼성전자에 다니는 개발자들이 알고리즘 문제풀이집 10권을 열심히 공부해서 구글 코딩인터뷰 문제를 척척 풀어낸다고 하자. 팔란티어 문제도 다 풀어낸다. 그래서 뭐? 문화와 개방으로 표상되는 진짜 혁신이 없으면 그런 문제 좀 푼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정말이지, 아무 것도 없다.
[임백준 칼럼]반가운 자기성찰과 두 가지 제언중에서

3.
2부는 대안을 제시한다고 합니다. 앞서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도 SNS에 떠도는 평가도 그렇고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삼성이 ‘스타트업 삼성’으로 혁신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이재용 리더십도 새로운 문화에서 출발합니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직원이 C랩 프로젝트에 참가하겠다고 하면 인사 평가를 박하게 주는 부서장들이 있다”며 “임원들의 눈에는 C랩이 노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직원은 이어 “빨리 성과를 보여줘야한다는 압박도 계속된다면 프로그램 자체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예전에도 7시에 출근해 4시에 퇴근하는 제도를 신설했지만, 오히려 7시에 출근해 11시까지 일해 ‘세븐 일레븐’이라는 신조어가 사내에 돌았다”면서 “삼성전자 다지인과 연구개발 인력을 위주로 자율출퇴근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실제 얼마나 활용하는 지 보라”고 말했다.

특히, 고위직 임원부터 바뀌지 않는 한 삼성전자의 이런 노력이 결실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 많다. 삼성전자 또다른 직원은 “보고와 관리를 최우선 가치로 여겨온 경영진을 비롯한 임원들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라면서 “톱 레벨에서 바뀌지 않는다면 회사의 이런저런 노력도 모래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진부한 위기론 대신 스타트업 문화 내세운 이유는중에서

다만 위와 같은 평가가 나오는 것을 보면 역시 ‘인사’가 먼저일 듯 합니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야 합니다.사람을 쓰고 버리고 그것이 정치이고 경영이지만..에 나오는 어는 임원처럼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No respect for people. Manager calls you anytime they want, even in your wedding, to ask you the project information, as they may not know it as your manager. They also “nicely” advice you to cancel your vocation, or even wedding, which they approved months back, of course you are responsible for your own c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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