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P는 위법이다

1.
부산AP 개통일자가 확정된 듯 합니다. 뉴스토마토의 보도에 따르면 6월 4일이라고 합니다.

20일 거래소 관계자는 “오는 6월4일부터 라우터를 서울과 부산으로 이원화해 가동한다”며 “현재 회원사들에게 가동일자를 통보한 상태고 증권, 선물회사 등 40여개 회원사가 파생상품본부의 부산 이전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라우터는 현재 서울에만 설치돼 있으나 앞으로 부산에 추가 설치되면 회원사들은 서울과 부산 중 한개 지역의 라우터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하지만 파생상품 매매체결 시스템이 부산에 있는 만큼 부산 라우터를 이용하는 것이 시스템까지의 주문 도달 속도가 빠르다.
거래소 “파생시장 라우터 6월 부산 가동”중에서

6월 4일이 지나면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은 서울AP와 부산AP의 이원화시대에 접어듭니다. 이원화는 자본시장의 필요성에 따른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거래소가 지역경제를 위한 역할이 미비하기때문에 부산AP를 두어서 지역사회에 기여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좋은 목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서울AP를 폐쇄하고 부산으로 다 옮기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래소 주문AP가 부산으로

누구나가 짐작하지만 AP가 복수가 된다는 말은 속도에서 차이가 발생한다는 뜻입니다. 차이가 될지 아니면 차별이 될지 곰곰히 따져보죠.

2.
지난 몇 년동안 한국자본시장은 속도를 둘러싼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전쟁의 시작은 2009년입니다. 코스콤에 원장업무를 위탁하는 비이관사의 주문이 이관사보다 0.004초(4ms) 먼저 거래소 FEP에 도달한다는 문제제기가 시작이었습니다. 이유는 거래소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코스콤이 사내망으로 직접 주문을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법과 기술사이의 곡예

이 때 여러가지 논의가 있었다고 합니다. 코로케이션서비스도 이 때 나왔습니다만 결론은 한국거래소의 접속규정을 만들어 전화접속을 명문화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물론 명문화를 했다고 했지만 MONITOR GO가 되었는지 의문입니다. 이를 제1차 여의도대전이라 합니다.(^^)

PAYGO와 MONITORGO

1차 여의도대전이 잠잠해질 무렵 대규모 메뚜기떼가 등장하면서 2차 여의도대전의 막이 오릅니다. ELW벌판에서 벌어진 전쟁은 결국 검찰과 법원의 개입으로 휴전협정을 맺은 상태입니다. 이 때 금융위원회는 부산AP와 연결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적인 입장을 내놓습니다.

첫번째 담화는 ‘ELW추가 건전화방안’에 실렸습니다. 당시 발표한 자료중 일부입니다.

증권사에 주문이 접수된 이후에는 접수된 주문순서대로 KRX에 호가가 제출되도록 보다 강화된 규제를 적용
① 증권사 주문처리시 중요 유효성 항목은 반드시 체크되도록 의무화
② 투자자간에는 프로세스별 속도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한
(예시) 주문 프로세스간 주문건수 차이가 20% 범위내에 있도록 증권사가 주문프로세스를 배정하고 관리
③ 증권사 전산센터가 투자자 유형별로 지역간 분리되어 있는 경우 차별 방지방안 추진

아마 이 때 ‘투자자 유형별로 지역간 분리’는? 주전산센터와 여의도전산센터가 분리된 증권사를 염두에 두고 작성한 문구일 듯 합니다.? 해석을 어떻게 하든간에 ‘지역간 분리 차별화 방지’라는 정책적 목표를 선언하였습니다.

두번째 담화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투자업감독규정중 매매주문처리와 관한? 조항입니다.

제2-26조(매매주문처리에 관한 내부통제)①금융투자업자는 매매주문의 처리에 관한 내부통제기준을 정함에 있어 다음 각 호의 사항의 준수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여야 한다.
1. 투자자로부터 매매주문을 위탁받아 처리하는 경우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매매주문을 처리하고 정당한 사유없이 투자자의 이익을 해하면서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얻도록 하지 아니할 것
2. 제1호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서 투자자의 매매주문을 공정하고 신속정확하게 접수처리할 수 있는 체계와 이를 점검확인할 수 있는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할 것
3. 매매주문 방법(거래소 업무규정에서 정하는 주문수탁방법을 말한다. 이하 같다), 처리방법 및 그에 따른 이용조건 등을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투자자가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
4. 투자자의 매매주문 방법별로 매매주문을 공정하고 안전하게 접수하고 주문접수시 주문자의 정당한 권한여부를 확인할 것
5. 매매주문을 접수, 집행하는 경우 투자자별 거래한도, 위탁증거금 등에 대한? 관리를 통해 결제가? 적절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할 것
6. 투자자로부터 접수한 매매주문내용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감독원장이 정하는 적합성 점검항목을 준수할 것
7. 투자자의 매매주문을 접수, 집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위탁자에게 감독원장이 정하는 정당한 사유없이 자료, 설비, 서비스 등을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할 것
8. 투자자로부터 매매주문을 접수받아 처리전달하는 경우 투자자가 주문에 대한 처리상황, 체결내역을 알 수 있도록 할 것
9. 투자자의 금융거래내역 등이 제3자에게 유출되지 아니하도록 할 것
10. 전산통신설비의 장애로 인하여 투자자의 매매주문이 처리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에 대한 합리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 이에 대한 적절한 처리방안을 수립운영할 것
11. 매매처리과정을 전산화함에 있어서 전산처리내용이 당해 업무에 적용되는 관련 법령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할 것
12. 임직원 등의 주문착오 방지체계를 구축함과 아울러 착오로 투자자의 주문이 주문내용과 달리 체결되었거나 또는 체결 가능한 주문이 체결되지 못한 경우에는 당해 내용 및 처리대책을 지체없이 투자자에게 통지하고 그 증빙자료를 3년 이상 보관유지할 것
13. 그 밖에 매매주문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접수, 처리 집행하기 위하여 감독원장이 정하는 세부사항을 준수할 것
② 금융투자업자가 매매주문의 처리 업무를 제3자에게 위탁하고자 하는 경우 법 제42조에 따른 업무위탁 관련 규정 및 제1항에서 정한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③ 금융투자업자는 제1항에 따라 매매주문처리에 관한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한 경우 감독원장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이중 차별의 기준과 금지를 정하는 조항은 7호입니다.

?투자자의 매매주문을 접수, 집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위탁자에게 감독원장이 정하는 정당한 사유없이 자료, 설비, 서비스 등을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할 것[금융투자업규정 제2-26조제1항제7호]

주문속도와 관련한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

세번째 담화는 금융감독원이 입법예고한 시행세칙입니다.

차별적 서비스 제공 관련 기준(제1-4조제1항제3호 관련)가. 투자자의 매매주문을 거래소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지리적 위치, 전산 기술적 한계 등을 감안하여 거래소가 정한 기준을 벗어나 프로세스별로 속도차이가 발생하도록 하는 행위

금융투자업규정중 차별금지조항의 세부화

이상 나열한 세가지 발표와 규정은 모두 지역적 차이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3.
지역적 차이를 조건으로 놓고 예상가능한 차별적 서비스가 무엇이 있는지 상상해보죠. 거래소는 서울과 부산에 각각 AP가 있다고 가정을 합니다 .또한 증권사 전산센터도 상암동과 여의도에 있다고 전제합니다.

S1) 주문(부산공동전산센터)-증권사FEP-부산AP-거래소FEP
S2) 주문(부산공동전산센터)-방화벽-증권사미니원장-증권사FEP-부산AP-거래소FEP
S3) 주문(인터넷)-방화벽-주문(부산)-방화벽-증권사원장(부산)-증권사FEP(부산)-부산AP-거래소FEP
S4) 주문(여의도)-증권사FEP(여의도)-서울AP-거래소FEP
S5) 주문(여의도)-방화벽-증권사FEP(여의도)-서울AP-거래소FEP
S6) 주문(인터넷)-방화벽-주문(상암)-방화벽-증권사원장(상암)-증권사FEP(상암)-서울AP-거래소FEP

S1은 최고의 서비스입니다. 증권사 자기거래만 가능한 흐름입니다. S2는 차선입니다. 아마도 DMA고객이 사용하는 모델일 듯 합니다. 그렇지만 진입장벽이 무척 높을 듯 합니다. 약정액이 어느 수준을 충준하지 못하면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S3는 상상가능한 모델이지만 투자비가 높기 때문에 수수료가 높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아니면 아예 시장에 출시하지 않을 서비스일지도 모릅니다. 나머지는 현재 하고 있는 모델입니다. 신문을 통해 나타난 서울-부산간 지연은 왕복 7ms입니다. 서울AP와 부산AP간의 속도입니다. 이를 투자자의 주문을 기준으로 하면 차이는 더 커집니다. S6를 사용하는 고객과 S1을 사용하는 고객은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부산AP는 이런 차별을 전제로 합니다. 정치적 이유로 시작한 결정이지만 투자자들에게 제도적인 차별을 강제합니다. 부산AP는 법적인 뒷받침에 따라 시행되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비슷한 법령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을 찾아 보았지만 비슷한 근거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한국거래소 내부규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없습니다. 순전히 기술적인 수준에서 처리하고 있습니다.

법적 근거가 없는 제도라고 하면 이제 따져 보아야 합니다. 부산AP는 자본시장법 및 이에 따른 관련 규정 및 세칙에 따른 것인지 물어보아야 합니다. 앞서 세가지로 살펴본 것이 부산AP와 관련한 규정들입니다. 정당한 이유와 기준없이 차별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한국거래소의 부산AP도 당연히 차별적 서비스인지 아닌지를 따져야 합니다. 반대로 한국거래소는 관련 규정을 만들어 어느 정도 차이를 인정할지를 선언하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부산AP는 차별적 서비스이므로 불법입니다.

아마 거래소는 불법이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처음 소개한 기사를 보면 다음과 같이 거래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합니다.

부산 라우터를 이용하는 것이 주문은 빠르겠지만 파생시장은 시세를 보고 판단해서 주문을 내는 형태라 여의도에서도 크게 불리하지는 않을 것

말 장난입니다.불리하지만 크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를 달리 말하면 “크지 않지만 불리하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렇지만 뉘앙스가 다릅니다. 불리하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면 누가 가장 큰 이익을 볼까요?

현재 외국인DMA서비스를 활발히 하는 곳들은 대부분 부산으로 이전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Market Making Model을? 운용하고 있는 외국계DMA투자자들은 시세지연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체결데이타로 호가주문을 생성한다고 합니다. 결국 외국계DMA가 가장 수혜자가 된다는 뜻입니다. 투기적인 개미투자자들의 손실이 그대로 외국으로 넘어가는 조치일 뿐입니다. 일정한 시간이 흐른 다음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AP 이원화시대에 더 커진 결과가 나타나면 또다른 법적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있습니다. ELW수사처럼 증권사와 한국거래소의 차별적인 서비스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했다고 수사가 일어나거나 대규모 소송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부산AP는 법적 근거를 가져야 합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부산AP는 금융투자업 감독규정의 차별적 서비스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밝혀야 합니다. 차별적 서비스가 아니라고 하면 자신들이 정한 기준은 무엇인지 근거도 제시하여야 합니다.

한국거래소는 서울AP와 부산AP간의 차이가 얼마인지 투자자에게 알려야 합니다. 흔히 매매전 투명성과 매매후 투명성을 말합니다. 덧붙여야 합니다. 매매속도 또한 가격 정보만큼이나 투자자의 손익에 영향을 주기때문에 투명하게 공개하여야 합니다. 그래야 금융투자업자들이 제시한 차별적 서비스도 투명해 집니다. 금융투자업자의 주문은 모두 한국거래소로 가기때문입니다.

부산AP는 합법입니까, 불법입니까?

6 Comments

  1. 其仁

    당연히 부산 AP는 불법입니다. 빈익빈 부익부를 극대화하는 조치죠.

    Reply
    1. smallake

      ‘당연히’라고 주장할 만큼 법적인 해석능력은 없습니다. 금감원이나 금융위가 해석권한 가지고 있기때문에 그들이 알아서 하겠죠. 다만 KRX와 관련된 행위는 좀 아닙니다.

      Reply
  2. pkt

    S1) 주문(부산공동전산센터)-증권사FEP-부산AP-거래소FEP
    증권사 자기거래(Prop.)팀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증권사가 자기 거래를 하는데 일반 위탁자보다 우월적 환경을 사용하는 것은 KRX가 얘기하는 Equal Acess에 위반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S1)의 환경은 일반 위탁자 누구도 선택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증권사가 우월적 전산환경을 이용해 일반 위탁자와 경쟁해 돈을 번다는 것은 문제 입니다.

    Reply
    1. smallake

      그부분은 금감원이 2012년도 감독목표중 동일규제의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했으니까 알아서 잘 처리하지 않을까 합니다. 위탁자 주문과 자기거래 주문을 규제할 때 다른 원칙을 적용하면 그 또한 불공정한 행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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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QTrader

    “차이는 곧 차별” 그래서 (Chi)차이-X = X-X = 0 (Null)?

    Reply
    1. smallake

      ㅋㅋ 차이라 하니까 Xii가 떠오릅니다.

      요즘 덜 바쁘신 듯 하네요. 댓글도 달고.
      건강 잘 챙기세요.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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