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 대 16%

1.
이미 배 떠났습니다. 일심 재판 결과, 검찰은 완패했고 법원의 권고대로 금융위원회와 KRX는 주문수탁제도를 변경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복기할 부분이 있습니다.

ELW재판중 검찰이 마지막에 제출한 거래분석자료를 찾다고 다음과 같은 대화를 인용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변호인) “검찰이 제출한 분석자료 ‘일반투자자 미체결건수’ 중 99.8%가 스캘퍼(초단타매매자) 거래더라”
(검찰) “스캘퍼라고 말하는 그 근거가 뭔가? 누가 스캘퍼 기준을 규정하는건가?
(변호인) “변호인은 매매자가 하루에 100회 이상 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했으면 스캘퍼로 봤다.”
(검찰) “검찰은 매매자가 하루에 ELW를 300회 거래한 경우까지 일반투자자로 간주한다”

검찰과 변호인이 스캘퍼를 거래횟수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100번이든 300번이든 어떤 기준점을 정해놓고 하루 거래횟수가 기준점을 넘기면 스캘퍼, 넘지 못하면 일반투자자라는 논리입니다. 왜 거래횟수를 두고 싸울 수 밖에 없을까요? 유무죄를 다투는 상황에서 “스캘퍼에게 제공한 편익이 다른 투자자의 거래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을 하면 유죄일 가능성이 높기때문입니다.

대신증권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근거로 최초로 무죄를 내렸습니다.

2010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3개월간 대신증권에서 이뤄진 ELW 거래 내역을 분석해 ‘유동성공급자(LP)는 기초자산가격 변동 이후 0.028~0.036초 이내에 ELW 호가를 변경

스캘퍼가 빠른 속도를 이용해 LP호가 직전 물량을 선점함으로써 일반투자자의 매매기회가 상실되는 구간은 0.008~0.016초 정도의 구간이며 이 중에서 일반투자자 주문의 기회상실 가능성이 제기된 부분은 0.008%’

‘대신증권을 이용하는 일반투자자가 ELW 거래를 하는 데 있어서 이 사건 스캘퍼들로 인해 거래 기회를 상실하는 경우는 실질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

위의 자료는 변호인이 분석하여 제출한 자료였습니다. 이를 반박하기 위하여 검찰은 ‘스캘퍼 한팀이 2년6개월간 거래했던 한 종목에 대한 분석결과’를 마련하여 반박을 하였습니다. 대략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김주원 부장검사)는 20일 “기소된 스캘퍼의 5일치 거래를 분석해보니 스캘퍼의 주문은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변경 주문보다 평균 5초나 빨리 거래소에 접수됐다”며 “이로 인해 스캘퍼보다 빨리 주문을 냈음에도 거래 체결을 못한 투자자가 전체 투자자의 16%에 달했다”고 주장했다.스캘퍼보다 빨리 주문을 냈더라도 일반회선을 사용할 경우 뒤늦게 주문을 낸 스캘퍼에게 물량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증권사의 변호인 측은 “스캘퍼가 전용회선을 사용해도 LP에 비해 불과 0.008~0.016초 빨리 주문이 체결될 뿐”이라며 “따라서 스캘퍼보다 먼저 주문을 냈으나 체결을 못한 일반투자자는 전체 투자자의 0.008%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왔다.
스캘퍼 전용회선 이용으로 일반투자자 16% 손실 입어

0.008% 대 16%라는 아주 커다란 차이가 발생합니다. 2000배의 차이로 유무죄를 바꿀 수 있는 수치입니다. 이 때문에 처음 인용하였던 거래횟수가 중요한 기준점으로 등장합니다. 100이냐 300이냐에 따라 일반투자자의 기회상실가능성이 큰 차이를 보이는 듯 합니다.

2.
검찰측 증거자료를 제출받은 재판부는 “검찰이 새로 제시한 증거자료는 정보에 불완전성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대신증권 재판부와 같은 무죄판결을 내렸습니다. 검찰과 변호인이 다툰 거래횟수 논쟁이 무의미해집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항소심에서 지난 3년 동안의 ELW 거래 1조 건을 모두 분석해 반박 자료로 내겠다”고 결기를 세우고 있습니다.

자본시장법상으로 보면 투자자는 일반투자자와 전문투자자로 구분합니다.

전문투자자란”금융투자상품에 관한 전문성 구비여부,소유자산규모 등에 비추어 투자에 따른 위험감수능력이 있는 투자자로서,국가/한국은행/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기관/주권상장법인/그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 를 말한다. 다만 전문투자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자가 일반투자자와 같은 대우를 받겠다는 의사를 금융투자업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는 경우 금융투자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에 동의하여야 하고, 금융투자업자가 동의한경우에는 해당투자자는 일반투자자로 본다.

스캘퍼를 따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스캘퍼는 스캘핑이라는 투자전략에 따라 투자를 하는 투자자입니다. 위키페이디아는 스캘핑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Scalping, when used in reference to trading in securities, commodities and foreign exchange, may refer to

a fraudulent form of market manipulation
a legitimate method of arbitrage of small price gaps created by the bid-ask spread.
a legitimate method of trading based on quick momentum trades triggered by order flow reading setups.

자본시장연구원에 내놓은 보고서는 이렇게 정의합니다.

기관들의 대량매매물량의 매매 방향성을 예측하여 기존 최우선호가를 취하고 동시에 차선호가를 제시하는 선행매매성 투자를 한다. 시장에서 통상적으로 일컫는 스캘핑에 해당한다. 스캘퍼는 암표장사를 의미하는 속어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표를 살 것으로 예상하여 미리 구입한 후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여 이득을 취하는 자를 말한다. 주식시장에서의 스캘핑이 암패 매매와 같은 불법적인 행위는 아니다. 예측에 근거하여 호가를 취하기 때문에 위험 부담을 감수한다. 이들은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포지션 보유 시간을 매우 짧게 가져가기때문이다.

이런 내용에 따르면 스캘핑 자체는 범죄가 아니고 스캘핑을 규정하는 것은 방향성에 따른 선행매매여부입니다. 300회가 아니라 1000회를 하여도 다른 전략에 따르면 스캘핑이 아닙니다. 그럼 어떤 투자자의 거래가 스캘핑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을까요? 한국거래소가 보관하고 있는 거래내역을 가지고 트레이더가 스캘퍼인지 아닌지를 분석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아주 길고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ELW재판의 쟁점이 스캘핑인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오히려 “증권사들이 특정한 일반투자자에게 제공한 특별한 서비스가 다른 투자자의 손익에 영향을 주었나?”가 논점이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렇게 논점을 정하면 결론은 너무나 뻔합니다. Low Latency를 다투는 자본시장에서 시간우선은 곧 이익을 실현할 가능성을 높힙니다. 이 때문에 0.008인지 16%인지를 확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다른 투자자는 영향을 받습니다. 이런 이득이 없다고 하면 Low Latency경쟁을 하여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신증권 재판부가 판결문 마지막한 문장은 유효합니다.

정책적 행정적 규제를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현저히 위반하여 자본시장법제178조 제1항 제1호의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할 정도로 심각한 법적위반행위가 행해진 경우에 비로소 그 행위를 형사처벌의 영역에서 다룰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사족입니다. 이번 검찰의 증거자료는 국내최초로 Latency가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논문이 아닐까 합니다. 더구나 항소심때는 ELW시장 개설이후 전체 거래내역을 이용한 분석자료를 내겠다고 합니다. 아마도 전무후부한 시도일 듯 합니다.(^^)

그래서 검찰의 증거자료를 찾아보고 있지만 구하기 쉽지 않네요.ㅋㅋ

2 Comments

  1. YJ

    오!!! 포스팅 잘 봤습니다 ~! 그 분석자료 저도 정말 보고싶어요 !! 🙂

    Reply
    1. smallake

      구하기 쉽지 않네요. 구하는 대로 올려놓도록 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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