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의 이면, 금융공학과 알고리즘

1.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가 봇물 터지듯이 쏫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알파고의 영향으로 ‘로봇’이라는 단어가 무언가 다르고 특별한 서비스처럼 느낍니다. 그렇지만 로보 어드바이저를 FINRA나 FCA처럼 정의하면 단순합니다.

Digital Investment Advice
Automated Financial Advice

로봇은 결국 자산관리를 디지탈하고 자동화한 시스템을 말합니다. 물론 로봇이라고 다 같은 로봇은 아닙니다. 로보트 태권V처럼 고차원적인 것도 있지만 깡통로봇도 있습니다.

자산관리를 디지탈화하고 자동화하였다고 하면 아래의 업무흐름을 수학적 모형에 기초하여 전산적으로 처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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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읽었던 칼럼도 이와 비슷한 논조입니다.

실제 웰스프론트(Wealthfront), 베터먼트(Better ment), 뱅가드(Vanguard), 찰스 슈왑(Charles Schwab)에서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는 ETF를 활용해 기존 포트폴리오 이론에 입각한 자산배분 전략에 투자자의 위험 성향을 파악하는 알고리즘을 합성한 형태다. 즉 전형적인 베타 전략 프로그램으로, 초과수익인 알파를 추구하는 전략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이는 기존 펀드 판매업자나 자문업체에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의 자동화를 통한 수수료 절감이 그 핵심 역량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 출시된 로보어드바이저는 오히려 기존 수수료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더불어 마치 알파고에 준할 정도의 AI를 탑재한 것처럼 회자된다.
[경제칼럼] 로보어드바이저 열풍 과도한 기대 자제해야중에서

2.
그러면 로보어드바이저가 제공하는 투자관리 이면에 어떤 수식이 있을까요? 앞서 칼럼처럼 Modern Portfolio Theory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자료를 찾으면 무척 많습니다만 쉽게 설명한 글을 인용합니다.

Modern Portfolio Theory 줄여서 MPT라고 하는 이 이론은 투자할 때 수익(return)은 최대화하면서 위험(risk)은 최소화되도록 포트폴리오(=투자 대상의 집합)를 구성하는 방법을 다룹니다. 먼저 용어부터 정의합시다. 수익은 일반적으로 쓰는 뜻 그대로입니다. 10,000원에 주식을 샀는데 11,000원이 됐다면 10%의 수익을 본 것입니다. MPT에서는 수익이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가정합니다. 위험은 조금 더 복잡합니다. 단순히 가격이 내려갈 확률이 얼마인지가 아니라 수익이 얼마나 변동적인가를 따집니다. A주식은 가격이 두 배가 될 수도 있지만 반 토막이 날 수도 있는 반면, B주식은 많이 올라도 10%밖에 못 오르지만 대신 기껏 떨어져도 -10%밖에 안 떨어진다면 A가 B보다 더 위험이 크다는 얘기죠. 다시 말해서 위험은 기대수익의 표준편차입니다.

수익 -정확하게 말하면 기대수익(expected return)- 과 위험은 개별 종목뿐만 아니라 포트폴리오에 대해서도 똑같이 정의할 수 있습니다. A주식을 70%, B주식을 30% 포함하도록 포트폴리오 P를 꾸몄다면, A와 B의 수익과 위험도를 가지고 P의 기대수익과 위험도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수식은 별로 복잡하지 않지만 괜히 공분산(covariance)이니 뭐니 해서 머리 아프게 하니까 생략하지요.

그럼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으면 됩니다.

주식 종목 간에는 어떤 상관관계(correlation)가 있습니다. 이 값은 -1부터 +1 사이의 값을 가지는데, +1이라면 두 종목의 가격 변동이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1이면 둘은 완전히 반대로 움직인다는 뜻이고 (+1일 때와는 다른 의미에서 상관관계가 높죠?), 0은 서로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상관관계가 낮은 종목들끼리 합쳐놓으면 포트폴리오의 위험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수식을 안 쓰기로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여기에 보면 위험도(=표준편차)가 15%인 종목과 30%인 종목을 합쳐서 포트폴리오의 위험도를 13.4%로 떨어뜨리는 위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상관관계가 낮은 종목들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한다는 겁니다. 아래의 그래프는 동일한 위험도, 하지만 상관관계가 0인 종목들을 편입했을 때 종목 수에 따라서 위험도가 떨어지는 추이를 보여줍니다.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 (Modern Portfolio Theory)중에서

Download (PDF, 250KB)

그렇지만 자산관리단계별 프로세스별로 요구사항을 MPT로 충족할 수 없습니다. 이를 공학적으로 정리해놓은 논문을 하나 소개합니다.

The Circle of Investment: Connecting the Dots of the Portfolio Management Cycle—Under the Purview of the Uncertainty Principle of the Social Sciences

논문은 아래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We looked at the fundamental characteristics of the Equity Asset class and how trading strategies can be formulated. Once these strategies are formed, we delved into the Portfolio Construction, Portfolio Implementation, Risk Management, Rebalancing and Performance Measurement of the resulting Portfolio. We also established a way to systematically form a confidence level for any views we formulate in the Black Litterman model, as part of deriving the portfolio weights. Finally, we looked at the trading costs associated with implementing an equity portfolio with a brief foray into the implementation costs for other asset classes.

결론중 Portfolio Construction, Portfolio Implementation, Risk Management, Rebalancing, Performance Measurement of the resulting Portfolio와 관련한 부분은 아래의 제목으로 수학적으로 정리해 놓았습니다.

The Model for Security Selection
The Weights of Portfolio Positions
Analysis of the Portfolio Alpha and Beta
Risk Evaluation in the Resultant Portfolio
Portfolio Rebalancing Criteria
Trade Execution and Market Impact
Portfolio Performance Measur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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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앞서 칼럼중 AI와 관련한 부분입니다. 인공지능이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하면 아니되옵니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최근 해외의 일부 로보어드바이저도 AI를 이용한 투자자문 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AI가 알파고처럼 시장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초과수익을 꾸준히 내왔을까? 답은 ‘아직은 모른다’다. 필자는 잠시지만 2000년대 후반 글로벌 IB의 퀀트 책임자로 일했던 경력이 있다. 퀀트 전략은 수없이 많지만 크게 통계적 차익거래 전략과 AI 전략으로 분류한다. 전자의 경우 확률 과정에 대한 통계적인 분석을 활용하며 재무적인 모형에 입각해 설명변수와 함수관계를 미리 설정해 분석한다. 반면 AI 전략은 컴퓨터공학에서 개발된 것으로 변수나 함수관계까지 알고리즘이 파악하도록 돼 있다. 이런 측면 때문에 금융에서는 AI 전략을 통칭 ‘블랙박스 전략’이라고 부른다.

AI를 활용하는 퀀트펀드는 꾸준히 높은 수익을 냈지만, 일부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참담한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AI는 시장의 미시구조를 활용한 고빈도 거래, 즉 알고 트레이드(algo trade)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나타내지만 저빈도 거래에서는 부진하다.
흔히 ‘블랙스완 리스크’라고 하는 폭락장에서 취약점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아직 로보어드바이저를 성과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오히려 수수료 절감을 통한 양질의 서비스 제공에 그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고 알파고 열풍에 힘입어 과대포장된 상품 판매에 열중한다면 장기적으로 시장 자체를 고사시킬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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