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으로부터 6년전입니다.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마지막 온 힘을 다하였던 사업이 ASP서비스입니다. 당시 생소하였던 FX증거금거래를 위한 서비스를 구축하고 선물사와 리베이트를 나누는 비즈니스입니다. 이 때 두 곳의 선물사와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 중 하나, 2004년말 선물거래법 시행규칙이 개정되었을 때부터 공을 들인 곳입니다.
FX비즈니스와 관계한 당사자는 선물사, 해외영업본부, 영업협력사, 선물사 IT 그리고 ASP사업자입니다. 2006년은 무척 고생을 했습니다. 생소한 상품을 소개하고 투자자들이 이해하려면 당연히 시간이 필요합니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때는 2007년 여름입니다. 이 때부터 2년동안 FX의 전성시대였습니다. 회사내부의 다툼으로 자세한 소식을 알지 못했지만 나중에 자세한 정보를 듣고 보니 작지않은 수입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본 이익은 하나도 없죠.
이 때 제 신세가 재주만 부린 곰이었다는 하소연이 오늘의 주제는 아닙니다. 세월이 흐른 어느 때 선물사 IT를 담당하였던 분을 통해 당시 수입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수입은 수수료 더하기 리베이트였습니다. 리베이트중 1/6이 ASP사업자 몫입니다. 나머지와 수수료는 온전히 선물사 몫입니다. 영업을 담당하였던 해외영업본부와 선물사는 정해진 비율에 따라 수입을 나눕니다. 다시 해외영업본부는 성과를 ?일정한 비율로 영업사업에게 줍니다.
누구나 알지만 현대 트레이딩서비스는 IT서비스입니다. 당시 ?생소한 FX는 특히 그렇습니다. 전산적인 뒷받침과 협력이 없으면 서비스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단순한 운영이 아닙니다. FXCM도 처음하는 모델이라 서로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다 IT 몫입니다. 인터넷을 통한 연결도 속을 많이 썩였습니다. 경영이나 영업은 그냥 ‘장애’라고 합니다. 해결하라고 IT를 다그칩니다. 24시간 거래이기때문에 IT는 항상 긴장속에 삽니다.
이런 역할을 맡은 IT담당자는 앞서 성과지급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였습니다. 당시 영업 책임자가 얻는 성과는 몇 십억수준으로 압니다. 영업했던 분들이 수 억원씩의 성과급을 챙겼던 사실과 너무 비교됩니다. 여기서 재주만 부린 곰이 다시 등장합니다.
여러분이 금융회사의 경영을 책임진 분이라면 비즈니스를 통해 얻은 성과를 어떤 원칙으로 지급하겠습니까? 영업이 전적으로 책임을 졌으니까 성과의 대부분을 영업이 가져가야 합니까? 아니면 IT가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부분을 인정하여 영업에 준하는 성과를 지급하여야 할까요?
2.
ELW 재판이 끝나지 않았지만 첫번째 판결은 DMA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도 관련된 규정을 정비하여 DMA 공식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권고한다고 합니다. DMA 서비스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반대로 생각해보죠. 트레이더가 DMA를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부분 빠른 속도를 원합니다. 빠른 속도는 영업의 문제인가요, IT문제인가요? IT의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이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DMA 비즈니스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IT가 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경쟁력의 원천이 IT입니다. 그런데 앞서 FX사례처럼 DMA를 위해 IT는 피똥 싸도록 열심히 일을 했지만 돌아오는 성과가 하나도 없다고 하면 누가 열심히 하려고 할까요? 혹 장애라도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다 IT가 집니다. 권리는 하나도 없고 책임과 의무만 있는 일을 누가 신명나게 할까요?
기계트레이더의 시대, IT를 경쟁력의 핵심으로 삼아야 합니다. IT가 노력하고 이룬 만큼 성과를 지급하고 조직적 대접을 할 수 있는 경영철학이 필요로 합니다.
이미 현업에서는 이런 문제로 DMA영업과 IT부서간의 텃새 및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로인해 서로 원할한 협조는 이미 물건너 간지 오래구요. 영업에서 뭔가를 요청하면 IT부서에서는 남의 회사 일처리 하듯 하고 있구요… 이런 문제는 경영진에서 나서서 조율을 해야 하나 경영진에서 이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인식하고 있는 곳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영업은 영업대로 IT는 IT대로 감정의 골이 깊어져 가고 있는게 현 주소입니다.
예상은 했지만 심각하네요.(^^)
뭐 갈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금융투자회사가 망하는 것은 아니니까 쉬운 문제로 인식하겠죠.
메기론처럼 ‘DMA를 전문으로 하는 금융회사’가 만들어지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2007년부터 꾼 꿈입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