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6년 북한산 산행의 시작. 백운대입니다. 이틀전 내린 눈으로 겨울과 봄을 같이 느끼는 산행이었습니다. 2012년 북한산 15코스 다니기 – 백운대코스과 같은 길을 다시 한번 오릅니다.
삼일절 아침 우이동 만남의 광장부터 백운대를 항햐여 출발합니다. 우이동 만남의 광장에서 바라본 백운대는 아직 저 멀리 있는 세계입니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백운대는 저에게 가까이 다가옵니다. 만남의 광장을 조금 지나면 천도교의 대표적인 교육시설인 봉황각이 보입니다. 강북구가 주최하는 삼일절 행사가 있을 예정입니다. 오랜만에 독립선언서를 찍어내기 위해 설치한 등사기도 보았습니다. 하루재와 인수대피소를 지나면 백운대를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많은 분들이 사진을 찍죠. 다시 얼음으로 덮힌 길을 가다 보면 백운산장입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오르면 백운대 아래 위문입니다.
위문에서 백운대를 오릅니다. 오르는 길에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이 자주 보입니다. 예전과 달라진 모습입니다. 쇠파이프를 박아서 만든 등산길, 누구가 했을까요? 오르면서 들었던 의문입니다. 좁은 길에 밀린 사람들. 그래도 아우성을 치지않고 기다립니다. 남을 배려합니다. 비록 산아래는 누굴 죽여야 내가 사는 정글이지만 산은 사람을 선하게 합니다.
3.
백운대를 오르기 전 백운산장(대피소)에서 어디로 하산할지를 이야기했습니다. 이전처럼 원점회귀를 하지 않고 구기동으로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위문으로 다시 내려와서 용암문으로 향합니다. 위문을 지나 갈림길이 나옵니다. 이곳을 지날 때 무심히 지나쳤던 곳입니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올랐습니다.
흔히 북한산을 삼각산이라고 합니다. 유래는 이렇다고 합니다.
고려 말 대학자인 목은 이색의 시 ‘삼각산을 바라보며’(望三角山) 중 일부를 살펴보자.
세 봉우리 태초부터 솟았는데
하늘 가리킨 선장 천하에 드므네
三峯削出太初時(삼봉삭출태초시)
仙掌指天天下稀(선장지천천하희)仙掌(선장)은 천자의 몸 뒤를 가로막는 부채로 바람을 막고 해를 차단하는 용도에 쓰인다. 세 개의 봉우리가 어우러져 흡사 선장과도 같다는 의미인데, 고려 시대에 들어서면서 북한산의 명칭이 삼각산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즉 고려 시대에는 북한산이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의 세 개의 봉우리가 삼각형의 뿔 모양으로 생겼다 해서 삼각산 혹은 삼봉으로 불리었다.
황천우의 역사에세이 [역사읽기] 삼각산 혹은 북한산 명칭의 유래중에서
용암문으로 방향을 정하니 이 때부터 몇 십분동안 북한산에서 처음 경험하는 모습입니다. 삼각산을 만든 세 봉우리 즉,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를 한 눈에 들어오는 길이었습니다.
용얌문을 지난 후 하늘이 흐려지더군요. 아침에 보았던 파아란 하늘은 사라지고 뿌옇게 흐린 낮은 구름으로 덮힌 하늘입니다. 위문을 지날 때부터 어떤 분의 뒤를 따라서 산행을 했습니다. 가벼운 차림에 카메라를 하나 들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북한산 내공을 집작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 보이는 봉우리가 무엇인지요”
“저건 무엇인가요”
수준 낮은 질문이지만 궁금하면 물어봐아야 합니다. 모르면 물어야 합니다. 자전거나 산을 혼자 탈 때 익힌 습관입니다. 그래야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동장대를 지날 때 여쭈어 보았습니다.
“사진작가세요”
“아니예요. 블로그에 취미 삼아 올립니다.”
“그러면 주소가 어떻게”
남들은 번호를 딴다고 하지만 저는 주소를 땄습니다. 이름은 모르는 분의 주소입니다. 3월 1일 글 중 “노적봉 가는 길에 뒤에 오던 산행팀이 여기저기 봉우리를 물어본다”가 바로 우리팀입니다. (^^)
동장대를 지나서 대동문에 이르는 성곽길입니다.
3.
대동문부터 보국문, 대성문 그리고 대남문 성곽길입니다. 칼바위능선을 타려고 몇 번 지났던 길입니다. 익숙한 구간입니다.
북한산을 걷는 방법중 하나가 북한산성을 이루는 열두대문을 이어서 종주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흔히 열두대문종주라고 하더군요.
계획하지 않았지만 이번 산행에서 여섯대문, 위문 -> 만경대 -> 용암봉 -> 용암문 -> 동장대 -> 대동문 -> 보국문 -> 대성문 -> 대남문을 돌았습니다. 다음에 나머지를 돌고 2016년 언제가 열두대문 종주를 할 계획입니다. 산행과 ‘정복’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인내’입니다. 참고 참고 또 참으면서 한발을 대딛을 때 어딘가에 나는 서있습니다.
그렇게 서 있을 수 있음이 행복합니다.
참, 앞서 산행을 함께 한 분(^^)이 블로그에 올린 제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