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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고빈도매매(HFT)와 저지연(Low Latency)를 동의어로 사용한 적이 있었습니다. HFT가 Low Latency를 기초로 하여 발생한 매매전략이지만 두 표현은 완전히 다릅니다. 속도가 빠르다고 하여 반드시 빈도가 많은 전략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때문입니다.
전세계적으로 고빈도매매와 알고리즘트레이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면서 고빈도매매는 잦아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Low Latency에 대한 경쟁은 중단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연히 읽은 영국의 사례입니다. 좀더 빠른 속도를 위하여 320m에 달하는 탑을 세우자고 합니다. 한국과 다른 지형을 가진 유럽적 상상력입니다.
High-Speed Trader DRW Proposes Thousand-Foot-Plus Tower in Rural England
한국도 레이턴시경쟁은 계속이었습니다. 아마 정점은 마이크로웨이브입니다. 특정한 회사가 독점하는 상태가 이어지면서 한국거래소가 내놓은 대안은 부산 시세AP입니다. 최초 일정이라면 3월이 시작입니다. 마이크로웨이브보다 더 빠른 시세를 제공하는 부산 시세AP가 생기면 레이턴시경쟁은 어떻게 바뀔까요?
현재의 규정만 놓고 보면 경쟁할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부산IDC에 입주만 하면 부산시세AP로부터 마이크로웨이브보다 빠른 시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가능한 것이 FEP와 OMS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지만 이것은 규정위반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외국인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이 인정하고 FEP를 국내 기업으로부 공급받아 자체 FEP서버를 구축하였습니다. 여기에 규모를 가진 외국인투자자들은 FEP 공용세션 대신 전용세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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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가능한 곳은 규정밖입니다. FPGA가 아닌 방식으로 매매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할 때 소프트웨어를 빼고 나면 하드웨어와 네트워크가 남습니다. 여기서 새로운 경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여의도에서 레이턴시경쟁이 일어났던 2010년이후 가장 먼저 나타난 변화는 서버와 네트워크장비의 교체였습니다. 이 때 각광을 받았던 스위치가 Arista이고 10G를 지원하는 네트워크카드였습니다. 10G환경이 보편화된 현재 어떤 경쟁이 가능할까요?
첫째는 스위치입니다. 시세데이타나 주문체결데이타가 네트워크를 통하여 흐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장비는 스위치입니다. 레이턴시 관점에서 보면 스위치 레이턴시도 무시못할 요소입니다. 부산시세AP에서 시세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매매시스템에 얼마나 빨리 도달하도록 할지는 전적으로 스위치 성능에 달렸습니다. 스위치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곧 주문경쟁입니다. 여의도에서 네트워크장비를 공급하는 후배가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3월 예정인 부산시세AP를 대비하기 위하여 아주 유명한 외국인투자자가 스위치장비를 새로 도입하였다고 합니다. 오래전 Zeptolink로 국내에 알려졌던 Exalink입니다. Port-to-port latency가 최소 2.4ns, 최대 4.6ns, 평균 3.4ns이라고 합니다. 나노초수준입니다.
둘째는 서버의 CPU클락입니다. X.86계열의 서버를 주로 이용하므로 Intel이 공식으로 내놓은 CPU성능에 좌우합니다. 다만 ZeroServer 2.0을 조사하면서 알아보니까 외국인투자들중 일부가 오버클락서버를 사용중이더군요. ELW를 거래하는 투자자들중 DIY방식으로 오버클락한 제품을 사용한 것과 달리 제품으로의 오버클락서버를 사용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세속도입니다. 부산 시세AP때문에 마이크로웨이브가 무용지물이 되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부산 시세AP로 받은 파생상품시세를 여의도 데이타센터에서 받아서 유가증권매매를 하면 광케이블로 파생시세를 받아서 거래하는 투자자에 비해 속도상 유리합니다.
경쟁이 투자로 이어질지 의문입니다. 파생시장이 계속 침체이기때문입니다. 3월이후 여의도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