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만큼 성숙해지고

1.
살다가 이렇게 사람들이 한꺼번에 찾아오는 경우도 없습니다. 어제 민방위훈련이 끝나고 다섯팀이 사무실을 찾아왔습니다. 약속이 있었던 한 팀을 빼면 기습방문이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딱히 영업과 관련된 만남이랄 수도 없습니다. 그 중 여럿 기업을 거느린 후배도 있었습니다.

후배는 저보다 좀 늦은 이천년 초반에 창업을 했습니다. 의욕적으로 회사를 키우다 자금난으로 큰 좌절을 맛 보았습니다. 그 때 좋지않은 사건때문에 곤혹을 겪었습니다. 위태위태했죠. 결국 넘어지나 했지만 굳굳이 버텼고 작지만 다양한 사업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워낙 경영과 관련된 공부를 많이 해서 관련된 책을 작년에 출판한 후배라 전략, 계획, 실행, 평가을 위한 훌륭한 프로세스를 만들었습니다. 무형의 자산이 자양분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하면 너무나 뻔합니다.  어떻게 가능했는지 궁금했습니다.

좌절할 듯 할 때 다 포기했지만 굳굳히 버티면서 키웠던 알짜사업이 있었습니다. 이메일과 관련된 솔류션입니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때 Apache James로 시작했습니다. 수 없이 많았던 전자메일솔류션중 하나라고 생각했죠. 그렇지만 전자메일과 이메일마켓팅을 결합하고 최근 전자메일과 클라우드서비스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솔류션의 가치를 높혔습니다. 충성도 높은 고객이 천 곳을 넘었습니다. 캐우카우입니다. 실행프로세스를 잘 정립하여 투입비용은 작게, 산출은 크게 하였습니다. 당연히 성과급을 도입하였고 실적이 곧 높은 만족도가 되도록 하였습니다. 경쟁에서 이겼고 현재 생존을 할 수 있는 버팀목을 만들었습니다.

여기까지면 주변에 있는 증권IT회사와 큰 차이는 없습니다. 후배 회사는 인원이 적습니다. 열 명이 넘지 않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다섯곳입니다. 비밀이 있었습니다. 나름 탄탄한 기반이 있는 중소기업이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똑같은 문제를 안고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두 번 글을 쓴적이 있었던 ‘노령화와 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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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개발자들이 늙어간다

현재 실적이 좋으면 좋은대로 미래가 불투명하니까 안주하려고 합니다. 현재 실적이 부진하면 부진하니까 미래를 계획하기 보다 현재 살아가는 것만 봅니다. 그래서 대주주를 제외하면 미래가 없어집니다. 아직 후배가 오십을 넘기진 않았지만 나름 실마리를 풀어가는 듯 했습니다.

지난 몇 년동안 그동안 해왔던 사업이 아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출판, 여행, 기타등등. 새로운 영역을 하나씩 개척합니다. 별도 회사를 개척하고 모 회사의 경력자에게 별도 사업을 맡깁니다. 가장 실행력이 뛰어난 팀장이 새로운 일을 맡도록 합니다. 당사자는 불안해 한다고 하네요. 당연히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시장과 미래를 개척하는 일 또한 매력이 있습니다. 기업가정신으로 미래를 개척할 수 있습니다. 안주하고 정체된 조직을 신사업으로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그 점이 멋 있습니다.

2.
복잡한 오후를 끝날 때즈음 아주 오래 전에 거래를 했던 사장님이 연락을 주셨습니다. 아는 분을 통해 연락처를 받았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니 10년만이었습니다. 그 사이 저도 실패를 했지만 사장님도 좌절을 했었습니다. 내부사정으로 쫓겨나듯이 조직을 떠났다고 합니다. 전후 사정은 전혀 모르고 만나서 들었더니 그랬습니다.

저녁 여의도 근처 횟집에서 만났습니다. 지난 이야기를 길게 들었습니다. 역시나 잘 되는 회사가 망할 때도, 못되는 회사가 망할 때도 돈이 문제고 사람이 문제입니다.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100% 준비할 수 없지만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회사를 떠난 때가 2006년이더군요. 백명이 넘는 회사의 CEO에서 하루 아침에 백수로 전락했습니다. 몇 달 울화가 터져서 집에서 누워있었다고 합니다. 그 때 다른 회사를 하던 후배들이 SOS를 쳤다고 하네요. 우연한 기회와 인연을 만나 현재까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힘들게 다시 시작한 사업이 오늘에 이른 결정적인 힘은 우연히 개발한 대외계 솔류션입니다.  SI를 위한 솔류션이 아니라 제품으로 솔류션을 개발하였습니다. 주변에서 종잣돈을 받아 8개월을 투자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몇 증권사에 납품을 했고 그 이후 현재까지 유지보수료로 작지않은 매출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생존의 법칙은 단순하더군요. 한국의 SI는 겉멋만 들게 합니다. 외형으로 보면 엄청 큽니다. 그렇지만 실속을 따지면 외화내빈입니다. 그러다 한번 삐긋하면 자금난에 빠집니다. 직원이 많으니까 당연히 고정비용이 많습니다. 매일 곡예사와 같은 삶이 CEO의 삶입니다. 그렇게 한번 좌절한 후 지속적인 매출에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크지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오래동안 유지할 수 있는 모델을 찾았다고 합니다. 먹던 밥이 금융이라 금융대외계에서 결국 길을 찾았습니다.

사실 찾아오신 이유는 FIX때문이었습니다. 현재 지배적인 시장사업자는 데이타로드입니다. 저는 모르지만 선배사장님은 이런저런 요구를 듣는 듯 합니다. 대체수요를 보셨다고 합니다. 당장 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KRX 차세대와 ATS때문에 2002년에 개발하였던 FIX 제품을 다시 손 볼 생각을 하고 있었기때문입니다. 사실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도 아닙니다. 그 제품을 아직 코스콤이 사용하고 있기때문입니다. 다만 Low Latency와 FAST를 덧붙이고 ZeroM과 연결된 상품으로 출시할 생각입니다.

하여튼 좌절을 겪은 이후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3.
두 분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상장과 같은 헛된 꿈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상장은 나중에 선택할 기회가 있으면 그 때 고민하는 것일 뿐, 어떤 가치를 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다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기업을 만들고 싶어 하더군요. 비록 작다고 하더라도.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작더라도 의미있는 기업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사회에 조그만 가치라도 부여할 수 있다면 생존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일을 내 자식이나 같이 일할 후배들이 이어간다면 그 또한 멋 있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후배는 직원들이 이어갈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아픔을 이기고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은 성숙이라는 열매를 얻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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