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IT가 정체되었나?

1.
어제 저녁 만났던 분은 증권사 트레이더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증권사 IT를 놓고 잠시 대화를 하였습니다. 주로 제가 이야기했습니다.? 하룻밤 지나 아침이 되니 @dolppi님이 “금융산업 IT는 왜 정체되었을까“라는 글을 쓰셨네요. 읽어보니까 같은 듯 하기도 하고 다른 듯 하네요.

그래서 어제 저녁에 이야기했던 내용에 살을 붙여서 글을 써봅니다.

2.
제가 증권사 IT를 만난 때는 코스콤을 고객으로 한 시점부터 따지면 17년째입니다. 2005년을 전후한 몇 년을 제외하면 나름 옆에서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옆에서 본 시각과 안에서 본 시각은 다릅니다. 평가도 다르고 대책도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증권사 IT가 무력감에 빠지기 시작한 때가 언제인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자본시장법 시행이후라고 생각합니다. 좀 다른 관점인가요? 증권사를 놓고 보면 IB라는 새로운 비전을 놓고 전진하는 동안 IT는 계속 침제라고 분석을 하니 의외일 듯 합니다. 이유는 이러합니다.

첫째? 2008년부터 자본시장법에 따라 새로운 증권사들을 설립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원장서비스는 코스콤의 파워베이스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리테일을 위한 IT업무는 자체전산으로 처리하고자 하였습니다. 신설증권사가 리테일이라도 실적을 올려야 하였고 당연히 HTS와 같은 부문에 투자를 합니다. 아시겠지만 IT는 인프라이면서 사람입니다. IT를 담당할 사람들이 필요하였고 타증권사나 증권SI에서 사람을 데려오면서 대대적인 인력이동이 일어납니다. 증권IT를 담당할 인재는 제한되었는데 이리저리 옮기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둘째 자본시장법을 시행하면서 이전과 다른 새로운 업무들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상품선물, 해외선물, FX트레이딩시스템을 도입하였고 투자은행업무를 위한 시스템, 프랍트레이더를 위한 시스템도 새로 개발하였습니다. 여기서 자산운용과 관련된 업무들이 추가되었습니다.? 솔직히 정확한 숫자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만 타 증권사로 이직하는 사람들이 발생하며 증권사 IT 구성원들이 처리하여야 할 업무량이 폭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셋째 2000년부터 증권IT시장을 놓고 벌였던 경쟁의 결과 증권SI를 하는 회사들간에 질서가 형성되었습니다. 비록 경쟁은 있지만 생존한 회사들이 먹고살 정도의 시장을 각자 확보하였습니다. 그런데 자본시장법의 시행으로 시장규모는 더 늘어났습니다. R&D를 하지 않아도 신규업무 및 신설증권사의 업무를 처리하기도 벅찬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SI라는 본성이 바뀌지 않았기때문에 능력있고 젊은 IT인재들이 시장으로 유입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건들이 얽히고 섥히면서 증권사 IT는 업무과중으로 새로운 기술이나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여력이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 매일 지친 상태가 지속됩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일년내내 유지보수업무와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하는 상황입니다. 파김치가 된 IT구성원들에게 창의적인 발상을 요구하는 것자체가 무리입니다. 반대로 증권SI도 마찬가지입니다. 밀려드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인재들이 새로운 발상을 가지고 시장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20년동안 반복하였던 일을 또 반복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새로운 변화를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저 새로운 채널이 추가되면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3.
증권사와 오랜 동안 협력적 관계를 가지지 못한 저는 항상 남들과 경쟁이 적은 비즈니스기회를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그래야 서비스와 기술로 승부를 할 수 있기때문입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트레이딩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였습니다.

트레이딩서비스의 과거,현재 및 미래

미처 예상하지 못한 변화도 일어나려고 합니다. 가장 큰 변화는 대체거래소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금융위가 한 말이 맞다면 대체거래소가 몇 년안에 설립되겠죠.

변화를 준비하고 그것을 비즈니스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작년 10월 다시금 스타트업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생각했던 것과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합니다. 변화로 예상했던 것중 금융공학적인 배경이 필요한 부분은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수학 기호도 이제는 낯 설고 개념잡기도 쉽지 않습니다. 새로운 기술과 업무로 접근하는 것외에 방법은 없습니다.

그런데 해외IT들은 보면 전혀 다릅니다. 금융공학을 전공한 사람들도 많고 자본시장구조를 나름대로 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철학과 시각을 제품에 녹여냅니다. 아무리 문화와 제도가 다르더라도 데이타를 분석가능합니다. Low Latency가 증권가의 화두가 되면서 해외업체의 발걸음이 바쁩니다.? 경쟁을 할 수 있을까요? ? 자신이 처한 조건에 따라 다를 듯 합니다.? 저는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입니다. 증권사 IT이든 아니면 증권SI이든 서로가 조금씩 변화하여 경쟁력을 확보하여야 합니다.

증권회사와 증권IT회사의 새로운 관계를 위한 의견

다시금 “증권IT는 정체되었나?”라는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정체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변화는 하고 있습니다. 현재 변화를 끌고가는 힘은 아마도 해외가 아닐까 합니다. 코스콤이 팔고 있는 PowerAlgo도 미국Apama제품이고 거래소등이 사용하고 있는 메시징제품도 Tibo나 IBM제품입니다. CEP나 Messaging과 같은 기반기술은 해외업체제품들입니다. 좀더 깊어 들어가면 갈수록 해외제품들은 더 찾겠죠. 그러다 보면 한국IT는 그저 해외제품을 토대로 조립하는 일만 하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그런 모습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그건 개인의 의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까……

옆에서 본 시각입니다. 안에서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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