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몇 달만에 양재천 나들이입니다. 한동안 자전거보다는 산을 탔습니다. 토요일 아침에 날이 흐릿하였지만 일이 있어 여의도로 향했습니다. 출퇴근때 오르내리는 남태령이 아니라 양재천 길입니다.? 아마 기억속 양재천은 사월쯤입니다. 두달이 지난 양재천은 너무 많이 달라졌습니다? 겨울의 회색빛이 없고 봄날의 개나리와 벚꽃도 사라졌지만 녹색이 넘실대는 강변이 있었습니다.? 녹색으로 염색했다고 해야 하나요. 그렇지만 중간중간 번식을 위해 나비와 벌을 꼬시는(?) 꽃들이 숨어있었습니다. 아니면 바람에 씨앗을 실려보내려는 꽃들도 함께 하였습니다.
양재천변 봄날의 꽃과는 다르지만 소박한 6월의 꽃들입니다.
한두달이 지나면 양재천에서 이 모습은 사라집니다. 7,8월이면 환삼덩굴이 모두를 뒤덮습니다. 이미 강변위로 환삼덩굴의 줄기가 뒤덮고 있더군요. 어찌보면 가장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순간이 6월이고 아주 잠시입니다. 햇살이 점점 더 따가워지면 질수록 덩굴은 강변을 뒤덮어버립니다.
2.
여의도에 다녀온 후 아침에 배달된 신문을 다시 뒤적입니다. 읽지 못한 칼람들이 몇 있더군요. 읽을 때마다 풍성하면서 소리로 다가오는 아름다움을 주는 김별아씨의 칼람이 있더군요.? 비록 태백산과 양재천은 다르지만 유월의 자연이 주는 풍성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초여름의 태백산은 우글우글한 나무와 도글도글한 꽃 천지다. 겨우내 삭정이만 같았던 나무들이 저마다 잎을 돋워 생령을 주장하고, 언 땅을 뚫고 오르기에 너무 여려 더욱 애틋한 꽃들이 곳곳에서 눈망울을 반짝거린다. ‘이름 모를’ 것들은 있을지언정 ‘이름 없는’ 것들은 없다. 공원관리사무소에서는 친절하게도 나무마다 안내판을 걸어 놓고 “이름을 불러주세요!”라고 부탁한다. 층층나무, 당마가목, 회나무, 노린재나무, 사스래나무, 시닥나무…. 부탁대로 그들의 이름을 속삭이노라니 가슴이 문득 푸르러진다. 사람의 마을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야생화들과는 숲 해설가인 길벗의 도움을 받아 통성명한다. 금강애기나리, 개별꽃, 홀아비바람꽃, 노랑무늬붓꽃, 큰앵초…. 풀숲에 숨은 작은 꽃들은 숨을 고르고 몸을 낮춰야 볼 수가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사랑하는 만큼 이해한다.
사실 이칼럼은 자연을 노래하지만 떠난 이를 그리워하는 글입니다. 부미방의 주역이면서 얼마전 세상을 떠난 김은숙씨를 그리워하면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꽃은 언제고 피었다 지고 다시 피기 마련이기에, 이별이라고 다 슬프지 않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꽃밭에서 만날 것이기에.
유월의 양재천에서 핀 꽃들도 조만간 집니다 이세상에 어떤 것도 무한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