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계약 종료를 앞두고 동기들이 나섭니다. 정규직 동료들이 나섭니다. 동고동락했고 동행하였던 장그래, 비정규직 장그래를 위해 나섭니다.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립니다. 제목은 ‘영업3팀 장그래 사원 정규직 전환 꼭 돼야 합니다’.
미생의 정규직이 세상의 정규직에 보내는 편지입니다. 세상의 정규직을 향한 편지로 읽힙니다. 나와 함께 일한 동료를 위해 나서달라고 합니다.
섬유1팀 신입사원 한석률입니다.
입사한지 2년이 다 되어가니 신입은 아니겠군요.
불미스러운 일로 일전에 인사드렸던 그 한석률입니다.먼저 뒤늦은 사과를 올립니다.
굳이 사과를 먼저 드리는 이유는, 제이름을 보고 창을 닫으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였습니다.
오늘은 대단히 중요한 말씀, 아니 부탁을 드리는 싶거든요.
2년 계약직 사원 장그래사원. 영업3팀에서 일하고 있는 제 동기. 그가 정규직이 됐으면 합니다.
2년전 저와 함께 팀을 이뤄 피티면접을 통과하고 영업3팀에 배치
저희 동기 최초로 사장님 이하 임원분들이 참석한 PT를 진행하고
그 파격적인 PT를 통해 묻힐 뻔한 요르단 중고차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어낸 바로 그 장그래입니다.
네. 누군가는 장그래를 향해 낙하산이다, 고졸이다, 란 수식어를 붙일지 모릅니다.
그는 그래서 우리 모두가 정규직으로 입사했을 때 2년짜리 계약직으로 입사를 했고 인턴시절부터 갖은 수모를 겪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꿋꿋하게 원인터내셔널을 ‘우리회사’라고 여기며 누구보다 열심히 업무를 수행해왔습니다.
저희와 같이 출근을 하고 저희보다 늦게 퇴근을 하고 부족한 스펙을 채우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나 되는 노력을 했던 친구
자신이 기획하고 개발시킨 아이템이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담당자에게 제외됐을 땐 묵묵히 아이템을 포기했었습니다.
저도 지금 그렇습니다. 대체 그 스펙이란 게 뭐길래 한사람이 다른 한사람과 다를 수 있단 말입니까.
그 한사람의 노력은 다른 사람들과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하는 걸까요.
회사에 적응 할 수 있음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기본.
비록 그시작점에서의 장그래는 기본에 대한 증명이 어려웠다지만, 지난 2년간 충분히 그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장그래는 정규직이 돼야 합니다.
장그래가 제게 했던 말.
이 섬유는 한석률씨와 함께 팔겠습니다.
제가 그 약속을 지키게 해줄 수 있게 해주십시요.
여러분께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던 저 한석률이지만 그 약속은 지키고 싶습니다.
부탁드립니다.
2.
이 편지는 영원히 부치지 못한 편지일 듯 합니다. 현실의 비정규직은 외롭습니다. 추운 곳에서 홀로 투쟁합니다. 서로 미생인데 누군 완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그래의 동기들은 외롭게 하지 않습니다. 대단한 방법도 아닙니다. 장백기의 대사와 같습니다.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래”
서로 미생인 우리가 “서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