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몇 주전 경북 고향을 다녀왔습니다. 서울은 아직 따뜻한 기운이 감도지만 고향은 찬바람이 불면서 겨울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도시의 삶과 농촌의 삶이 다릅니다.
고향길에 둘린 과수원. 마지막으로 따놓은 사과를 사면서 겨울내내 먹을 곶감을 만드려고 처마밑에 감이 줄로 꿰어져 죽 늘어섰습니다.
가을 내내 겨울을 준비하며 하는 일중 가을에 풍성한 야채를 말리는 일입니다. 어머니도 호박꼬지와 잘게 썬우를 가을햇살에 말리고 있습니다. 고향에 찾은 지보 참우 식당에서 겨울내 손님들에게 내놓을 무우말랭이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2.
주말 새벽부터 어머니가 메주를 쑤느라 바쁘셨습니다. 저도 토요일 일정을 일요일로 늦추고 거들었습니다.매 년 보는 일이지만 이번엔 유심히 보았습니다. 메주를 쑬 때 시작은 콩입니다. 좋은 콩을 선택합니다. 새벽부터 3시간이상 콩을 끓여 익힙니다. 여기까지 어머니 일입니다. 이제 끓인 콩을 방아로 잘게 빻습니다. 약간의 힘이 필요한 일입니다. 이제 네모난 모양을 만들어 따뜻한 아랫목에 놓습니다. 새끼줄로 잘 묵어 놓습니다.아래 사진은 그냥 참고용입니다.요새 집푸라기가 무척 귀합니다. 하나만 새끼줄로 묶었고 나머진 그냥 바닥에 놓여 있습니다.
이제 김장만 남았습니다. 매 년 오십포기정도 합니다. 이번에 진도에서 절임배추를 받아서 김장을 합니다. 두 주후입니다.
3.
관악산,청계산은 이미 낙엽으로 뒤덮여졌습니다. 간간히 보이는 상록수도 있지만 대부분 낙엽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았습니다. 햇살이 따뜻한 관문체육공원 공원엔 아직 단풍잎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세월을 이기진 못합니다. 물이 끊겨 단풍잎이 바싹 말라버렸습니다. 나고 태어났다 다시 흙으로 돌아갑니다.
곰곰히 생각하면 겨울이 생명의 끝은 아닙니다. 사계절로 순환하는 자연의 섭리에 적응한 결과입니다.
또다른 봄을 위해 겨울내내 무엇을 준비할까 고민합니다.
저도 주말에 처가 김장담그는 일에 노력봉사 하러 다녀왔습니다.
뭐 할줄 아는 것이라곤 힘쓰는 것 뿐이라…
처지가 같습니다. 저도 노후를 위하여 어머니 옆에서 배워야겠습니다. 아내의 보조로써.
아마 10년후면 지금 어머니들이 가진 기술은 사라집니다. 소수의 몇몇 대대손손 전수하지 않을지.
그 때가 되면 돈이 된다고 아내가 주장합니다.(^^)
좋은 한주 되세요.
사모님께서 현명하십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음식을 만드는 손맛도 중요하지만, 재료를 선택하는 눈은 그 누구도 따라가기 힘든 천재성+상업성이었습니다.
지금은 아침마다 하는 요리프로를 보면서 요리 잘하시는 분들이 가진 팁을 익히려고 눈팅중입니다. 파김치 담을 때 멸치다시마육수를 조금 넣는다거나, 파를 무칠 때, 위아래 한 번씩 무쳐서 돌돌 말아 놓으면 된다라든지… 음식은 재료를 보는 눈과, 손질하는 방법, 재료를 섞는 순서, 그리고 무칠 때의 팁 등이 어우러져야 맛있는 국, 탕, 나물, 김치, 전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우울합니다. 왜 여자로 태어났는지… 그 많은 것을 20살 이후에 물+불과 친해져 하루 세 번 이상 보고싶지 않아도 만나봐야 맜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 함이 슬픕니다. 왜 그 일은 여자만 해야 할까요? 돌 지난 딸이 가여워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내와 함께 운동하면 넋두리를 합니다.
말씀하신 것과 비슷합니다. 더구나 여성에게 결혼이란 새로운 관계, 새로운 스트레스입니다. 물론 모든 분들이 그렇다고 할 수 없습니다만.
아주아주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면. 우리나라 식문화가 바뀌면 좀 덜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위 반찬중 나물은 손이 아주 많이 갑니다. 준비하는 시간도, 조리하는 시간도. 그래서 통계를 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마 한식을 준비할 때 들어가는 시간이 많지 않을까. 어머니와 아내가 들이는 시간을 보면 그렇습니다.
또하나 ‘그 일’을 가족중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아 더 문제입니다. 대부분 남편들은 당연히 생각합니다. 아내가 잔소리로 하는 말중
“도와주는게 아니라 같이 하는 거야!!!”
저도 내일이 아니라 도와준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것을 버려야 하는데.솔직히 쉽지 않습니다.쩝~~
예전에 티비 다큐를 보니까, 짚으로 엮은새끼줄에 엮인 부위에서 몸에 이로운 발효균이 발생하더군요. 우리 식문화에 숨겨진 오묘한 자연의 조화가 새삼 놀라웠었네요.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손맛이라고 하면 흔히 솜씨와 익숙한 맛을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발효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면 다릅니다.
김치를 담굴 때 고무장갑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직접 담그면 손에 있는 발효균이 김치로 옮겨서 더 좋은 맛을 낸다고 합니다.
예전에 그런 실험결과가 기억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