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사장과 부자 그리고 피케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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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의 특집 기사, [新대한민국 리포트] 2014 대한민국은 ‘치킨의 시대’.

기사중 한 부분입니다.

서울 한 중학교 교실 책상 위에 쓰여진 낙서이다. 한 고등학생이 만들어 유행시킨 말이 중학생들에게까지 널리 회자되고 있다. 기자들이 만난 서초구 한 고등학교의 김모(18)군은 “낙서가 아니라 현실이다”고 말했다. “공부 못하는 애들한테는 당연히 ‘치킨배달이나 할 XX’라고 말한다. 그럴만하지 않나? 이런 애들이 치킨배달이나 하지 뭘 하겠나? 배달하는 인생이 되는 거다.”

더 이상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고 아무도 대들지 않는다. 커가면서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는 애당초 기대하지 않는다. 한번 등급이 정해지면 돌이킬 수 없다는 변화가능성에 대한 포기이다. 아이들 성장판에 콱 박혀버린 경쟁과 등급사회에 대한 유전자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서로 등급을 나누고, 대열에서 밀리면 본능적으로 포기해 버린다.

이런 10대가 20대가 되는 것이다. 오찬호 서강대 연구교수는 “예전에는 ‘SKY’라는 말은 있어도 ‘지잡대(지방 잡스러운 대학)’라는 말은 없었다. 잘 나가는 사람을 띄우기는 해도, 못 나가는 사람을 비하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본능적으로 누군가를 배제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서강대에는 가톨릭전형이라는 게 있는데, 일반전형 출신들은 ‘그거~거룩하지’라면서 4년을 조롱한다. 지방의 한 대도시에 가보니 이웃하고 있는 두 대학의 학생들이 똑같은 ‘알바’를 하는데도 입학성적이 높은 대학의 학생들이 더 높은 시급을 받더라. 더 받는 학생들도, 덜 받는 학생들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놀랐다. 강의시간에 사회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면 학생들이 ‘오글거린다’고 표현한다. 이상하게 쳐다본다. 사회현실, 세상물정 이야기하면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이 되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오히려 희망은 20대가 아니라, 30대에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주창윤 서울여대 교수는 “20대는 뼈저리게 등급주의를 내면화했다. 스펙경쟁 때문에 타인과의 건전한 관계를 배제하고 있다. 바뀔 수 있다는 희망도 상실한 것 같다. 지금 20대는 30대보다 더 보수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나마 희망은 30대이다. 부모가 IMF사태를 겪고 자신들이 졸업할 무렵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는 등 처절한 경험을 했지만 20대보다 참여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30대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는 말도 어쩌면 무의미한지 모른다. 어차피 모든 세대가 ‘튀겨야할 인생’이라 자조하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온라인에서 회자된 문과, 이과생들의 ‘진로 트리’를 보시라. 그림 오른쪽을 보면 결국은 ‘치킨’이다. 졸업하고 바로 치킨집을 차리느냐(문과), 아니면 취업이라도 한번 해보고 차리느냐(이과) 경로만 다를 뿐 치킨집으로 다 수렴된다. 어차피 일자리 없고(문과), 있어도 언제 잘릴지 모르기 때문에(이과) 다들 치킨집 인생이라는 것. 이 그림이 큰 호응을 얻자, 치킨집 창업에 관한한 문과가 이과보다 유리한 이유가 ‘빠른 창업으로 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회자됐다.

위의 그림 또한 누가 사람들 웃으라고 그려본 것이 아니다. 현실이다. 서울 왕십리 H대 앞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47)씨는 이 대학 전자공학과 출신. 컴퓨터공학 석사까지 받았다. IT기업에서 근무하다 창업을 했지만 부도가 나는 바람에 8년전 치킨집을 열었다. 김씨는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었다”고 말했다. “학교 동기들 중에 치킨집 하는 친구들 여럿 있다. 뭐 다 똑같다. 자의반타의반 다니던 회사 나오면 다른 회사로 옮기기 어렵다. 대학은 왜 나왔나 싶다. 어차피 치킨집 차릴 건데. 이게 30, 40대 아저씨들 현실이다.”

이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을 보니까 딱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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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연구소가 얼마전 ‘2014 한국 부자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KB경영연구소가 정의하는 부자는 ‘금융자산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입니다. 이 때 금융자산 10억원은 예적금, 보험, 주식, 채권 및 각종 금융투자상품에 예치된 자산의 합을 의미하며, 거주 및 투자용 부동산, 수집품 및 기타의 실물자산은 제외한 금액입니다. 대한민국 부자는 약 16만7천명으로 추정합니다.이들 한국 부자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은 약 369조원(1인당 평균 22억1천만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체 국민의 상위 0.33%가 가계 총 금융자산의 14%를 보유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전국적으로 어느 도시에 부자가 많을까요? 당연히 서울입니다. 47%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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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을 축적한 방법 첫째는 부동산투자로 63%입니다.

연령이 높은 부자일수록 부동산 투자 영향이 컸던 반면 40대 이하의 젊은 부자들은 부동산 투자보다는 사업체 운영을 통해 자산을 축적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부동산 개발이 활발했던 70~80년대 경제활동 세대의 경우 부동산 투자를 통한 자산 증식이 활발했으며, 90년대 이후 경제활동 세대는 산업구조 다양화와 경제 규모 확대에 따라 사업체 운영을 통한 부의 축적이 활발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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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들이 부자들을 분석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금융회사들이 판매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고객이기때문입니다. 금융투자회사들이 지점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택할 때 항상 예외는 서울 강남인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러면 빈곤을 분석한 보고서가 있을까요? 솔직히 없습니다. 신자유주의의 산물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고 80:20에서 90:10의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추상적인 수준입니다. 그나마 피케티가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덕분에 한국에서 빈곤에 관심을 가질 뿐입니다.

피케티 열풍 韓 상륙…학회·연구기관·시민단체 행사 봇물

일회성으로 보이는 행사속에서 빈곤을 주제로 연구한 분이 한국의 소득분배을 내놓으셨습니다. 식민지근대화론의 온상이라는 낙성대경제연구소 소속인 교수가 내놓은 자료라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한국판 피케티 보고서 ① 한국, 상위 10%가 소득 45% 차지
한국판 피케티 보고서 ② 부러진 사다리…외환위기 이후 하위 20% 계층 소득 줄었다
한국판 피케티 보고서 ③ 피케티 교수 “美 연준 돈풀기는 부유층 배만 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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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의 미래가 치킨집 사장? 그러면 치킨집 사장이 쉬울까요? KB경영연구소가 내놓은 국내 치킨 비즈니스 현황 분석입니다. 여기에 나온 경쟁 현황과 강도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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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진지했나요?(^^) 모든 치킨 비즈니스가 실패하지 않습니다. 늘어나는 닭고기 수요가 치킨비즈니스의 배경이라고 하더라도 남과 다른 것이 필요합니다. 개발자라고 모두 치킨집 사장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논지를 펴면 결국 무한한 자기계발로 이어집니다. 그렇지만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시간의 반정도라도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지면 어떨까요? 그것이 참여이든, 연대이든, 기브이든 봉사이든. 삶은 결국 자기 만족입니다. 만족도의 기준을 바꾸면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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