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발전방안, 셋째 이야기

1.
파생상품 발전방안이 나온지 보름이 넘어갑니다. 발전방안을 활성화방안으로 기대했던 시장은 큰 실망입니다. 금융위원회와 시장이 가진 시각차이를 극명히 보여주는 말이 있습니다. 이명순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이 한 말입니다.

“이번 대책은 ‘시장활성화 방안’이 아니라 ‘시장발전방안’이었다. 업계의 시장활성화 희망은 이해하지만, 개인들을 무분별하게 끌어들이는 데 목적이 있는 업계의 논리에 경도될 수는 없다”

그러면 시장이 금융위원회에 기대한 것은 무엇일까요? 금융투자협회가 발간한 금융투자 2014년 6월호를 보면 ‘규제개혁을 통한 금융투자산업과 자본시장 활력 제고’라는 좌담회 글이 있습니다. 그동안 시장이 요구한 것을 집약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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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발전방안을 무조건 비판하는 시각도 문제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삼성증권 전균 이사입니다. 위의 좌담회 때 하신 발언이나 글 모두 일관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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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발전방안이 발전방안이 되고 시장이 이를 긍정하려면 발전방안을 막고 있는 규제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파생상품시장 진입단계의 투자자 규제와 함께 전문투자자 중심의 장내파생상품시장 육성이라는 ‘발전방안’의 정책목표에 걸맞도록 전문투자자의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파생상품 거래를 위해 각종 규제의 완화가 동반되어야 할 것임. 파생상품 위험평가액 산정의 탄력적 적용이나 장내 파생상품의 대량거래 전면허용 등 파생상품 거래제도의 전향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함.

2.
파생상품 발전방안을 이해하는 전제는 한국 사회가 놓인 현 주소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내놓은 자료들을 보면 세가지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저성장, 고령화, 저금리’입니다. 한국사회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조건에서 생존전략을 마련하자는 뜻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머니투데이가 기획한 ‘저성장·저금리 삶을 뒤흔든다’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끝나지 않은 기획입니다.

[저성장·저금리 삶을 뒤흔든다] <1> 은퇴자들이 떨고 있다
[저성장·저금리, 삶을 뒤흔든다] <2> 돈은 있는데 돈이 없다
[저성장·저금리, 삶을 뒤흔든다] <3-1> ‘빚 권하는 사회’ 저금리 대출의 역설
[저성장·저금리, 삶을 뒤흔든다] <3-2> 저금리의 역습, 투자의 발상을 바꿔라
[저성장·저금리, 삶을 뒤흔든다] <4-1> ‘허리띠 졸라매도 깜깜’ 노후절벽에 매달린 3040
[저성장·저금리, 삶을 뒤흔든다] <4-2> 월 39만원 ‘빠듯한 연금’…늙어서도 구직활동

이중 한 부분입니다.

“주식투자를 하겠다고 70대에 돈을 싸들고 오시는 분이 있어요. 젊을 땐 여력이 없어서 투자를 못 하다 이제 돈 좀 모았는데 저금리라 주식 좀 해보겠다는 겁니다”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고수익을 위해 고위험 상품에 손을 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령자 중 주식에 투자하는 인구는 꾸준히 늘어 100만명에 육박한다. 60세 이상 주식투자인구는 2004년 54만8000명에서 2013년 94만1000명으로 10년 만에 72% 증가했다.

조태형 신영증권 청담지점 부장은 “어릴 때 공격형 상품에 투자하고 나이가 들수록 안정적인 상품 비중을 늘려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며 “20~30대는 금융상품에 투자할 돈이 없고, 뒤늦게 목돈이 생긴 60~70대가 주식에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뒤늦게 고위험상품에 투자하다보니 리스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소중한 노후자금을 날리는 안타까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동양 기업어음(CP) 사태나 저축은행 후순위채권 피해자 대부분이 60~70대인 것도 고금리를 좇다 파산한 세태의 한 단면이다

저성장,저금리, 고령화의 또다른 단면을 서울신문은 청년들이 앓고 있다는 기획기사로 전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앓고 있다] 한국 청년들도 만성 취업난

이런 현상들과 금융산업의 위기가 중첩중입니다. 그렇다고 규제 완화만 하면 잃었던 활력을 찾을 수 있을까요?

돈 말라가고 사람 떠나고.. 금융투자산업이 죽어간다
금융권 감원 한파···은행·생보·증권 13년만에 最多
젊은피, 여의도에서 짐싼다
처절한 금융 大감원, 하반기도 덮칠 듯

‘무조건 과거로 돌아가자’는 식으로 규제 완화만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현재를 타개할 수 없습니다.

3.
규제 완화를 이야기하는 기억속에는 호황기 때 누렸던 대박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ELW 스캘퍼로 몇 백원의 수익을 올렸던 기억, 파생상품 영업을 하면서 보너스는 두둑히 챙겼던 기억입니다. 아쉽지만 대박의 시대가 갔습니다. 다시 올지 모르지만 십년 이상은 현재의 기조를 유지할 듯 합니다. 그래서 중위험 중수익을 말합니다.

투자전략도 이와 같은 변화에 적응하여야 합니다. 국내에서 고수익을 노리는 전략이 불가능합니다. 중위험 중수익을 위한 전략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니면 저위험 저수익이면서 생명이 긴 전략을 가져갈 수도 있습니다. 적응하기 싫으면 방법은 한 가지입니다. 고위험 고수익이 가능한 곳으로 옮겨가면 됩니다. 파생상품시장이 아닌 다른 시장일 수 있고 한국 자본시장이 아닌 다른 나라의 시장일 수도 있습니다.

선택은 온전히 트레이더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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