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전 한국외환시장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일 오전 국내 외환 현물환 거래의 80% 이상을 책임지는 서울외국환중개 거래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다. 은행간 크레디트라인(신용한도)을 관리하는 데이터에 문제가 발생했고 백업 서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거래에 차질이 빚어졌다. 신용한도는 기본적으로 장외 시장인 외환시장에서 상대방과의 거래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이를 파악하지 못하면 거래를 원활하게 할 수 없다. 해당 중개사에서는 전일 은행에 신용한도 파악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거래를 자제해 달라고 유선상으로 요청하는 촌극이 발생키도 했다. 문제가 명확하게 해결됐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거래 체결시스템을 그대로 운영하는 안일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다만, 국내 외환중개 시스템은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 양대 중개사 체제로 운영중인만큼 전체적인 외환시장 거래 자체에 큰 차질이 빚어지진 않았다.일각에서는 현물환 거래가 사실상 독과점 상태로 운영되면서 전산 관리에 긴장감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고로 호가통합 논란이 다시 불거질지도 주목된다. 호가를 통합하면 한 중개사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화면 상 호가가 같아 다른 쪽에서 거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오히려 전산사고 발생 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상초유 외환 전산사고…당국 “필요시 조사”중에서
한국외환시장의 매매시스템은 기사처럼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가 제공하는 중개시스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은행의 외환딜러들은 중개사들이 제공하는 단말시스템을 이용하여 매매를 합니다.
그러면 한국에서 영업을 하는 외환중개사들의 현황은 어떨까요?
현재 국내 외환시장엔 국내 4개사, 해외 6개사 등 총 10개 중개사가 경쟁하고 있다. 국내 브로커들의 수는 총 250여명이다. 규모가 크고 거래가 잦은 국내 외환딜러는 20여명이다. 평균적으로 브로커 10명이 딜러 한명을 붙잡기 위해 경쟁하는 셈이다. 게다가 브로커들은 대부분 계약직이라 회사뿐 아니라 개인의 생존을 걸고 영업을 뛴다.
1998년 11억달러에 불과하던 국내 외환거래의 일평균 규모는 작년 말 216억달러로 20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외환시장이 커지면서 세계 5대 외환중개사들은 2007년에 국내 시장에 입성했고, 작년엔 국내사 2개가 정부 허가를 받아 영업을 하고 있다.
원·달러 현물환 거래는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가 과점하고 있고, 나머지 달러와 원화를 맞교환하는 외환스와프, 선물환(先物換), 외환파생상품들은 전체 10개사가 거래 중개를 경쟁하고 있다.
외환스와프 시장이 작년 말 기준으로 109억달러로 가장 컸고, 다음이 현물환(91억달러), 선물환·기타 파생상품(16억달러) 순이었다.
외국계 외환중개사들은 세계 각지에 뻗어 있는 정보력과 네임 밸류를 무기로 내세워 딜러들을 공략한다. 딜러들이 궁금해하는 투자 관련 해외 뉴스들을 현지 지점을 통해 바로바로 입수해 건네는 방식이다. 해외 외환 물량을 바로 찾아서 원하는 가격에 국내 딜러들에게 연결해주는 강력한 네트워크도 장점이다.
세계 최대인 영국계 아이캡(ICAP), 튤렛프레본(영국), BGC(영국), 스위스계 트레디션 등이 원·달러만 거래되는 국내 외환시장 환경상 영업의 제약이 있지만 외환파생상품 중개 등에서 상위권을 다투고 있다. 아이캡의 경우는 글로벌 연매출(3조원)이 한국자금중개(370억원)의 80배가 넘을 정도로 덩치 면에서도 상대가 안 된다.
외환거래 15년새 20배↑… 仲介(중개)시장도 무한경쟁중에서
이처럼 외환중개사들의 경쟁은 치열하지만 원달러시장에 기계트레이더가 등장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대신 통합단말을 만들자는 주장만 있다고 합니다.
지난 4월엔 점유율에서 밀리는 한국자금중개가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려고 외환딜러들이 사용하는 중개사별 단말기를 하나로 통합하자는 제안을 했다. 서울외국환중개는 기존 영업권을 무시하는 제안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 외환 당국이 중재에 나섰지만 7개월간 공방만 오가고 결론은 나지 않은 채 답보 상태에 있다.
2.
그러면 외국의 경우는?
은행들은 비용 절감과 함께 가격 조작 논란에 휩쓸릴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자동화를 통한 전자거래로 옮겨가고 있다. 환율 및 금리 조작 파문으로 업계에서 해고 및 정직 사태가 줄을 잇는 가운데 자동화의 진전은 딜러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 것으로 관측된다. 바클레이즈의 앤소니 젠킨스 최고경영자(CEO)는 FT에 “이미 현물 외환거래의 90% 정도는 자동화 과정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자동화 거래의 비중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늘날 투자은행업으로 간주되는 것들의 상당 부분이 추가로, 더 빠르게 자동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외환시장의 4대 주요 은행 중 한 곳인 UBS는 앞으로 3년에 걸쳐 전자거래 비중을 더 늘릴 것으로 전해졌다. UBS는 현재 외환거래의 3분의 2를 자사의 전자시스템인 ‘네오(Neo) 플랫폼’을 통해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하루 2조달러에 달하는 현물 외환거래량 가운데 65%는 이미 전자거래로 처리되고 있다.바클레이즈는 자사의 ‘박스(Barx) 플랫폼’을 통해 외환거래 자동화를 빠르게 추진해왔다고 FT는 설명했다.
금융전문지 유로머니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바클레이즈는 외환 전자거래 부문에서 점유율 4위를 차지했다.젠킨스 CEO는 외환 외에도 금리 및 원자재 거래 등 매크로(macro) 관련 사업 전반으로 자동화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평이한 거래에 대해서는 자동화가 늘어날 것”이라면서 “특히 매크로 사업에서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딜러가 전화로 거래를 체결하는 이른바 ‘보이스 트레이딩'(voice trading)의 종언을 점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컨설팅업체 이트레이딩소프트웨어의 삿산 다네쉬 매니징 디렉터는 “물량이 큰 거래에서도 보이스 트레이딩의 시대는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자동화 거래가 늘어나면 주식시장에서처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한 유럽계 은행의 고위 임원은 “(주식시장에서)고빈도거래(HFT)를 둘러싼 논쟁은 전자거래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변동성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환거래 자동화 추세 가속…딜러 ‘수난시대’중에서
Banks speed up shift to forex automation가 원문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고빈도매매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외환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현상과 일치합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할 결과일까요? Rise of the Machines: Algorithmic Trading in the Foreign Exchange Market이라는 논문이 있네요.
만약 한국외환시장에서 기계트레이더가 등장하면 한국은행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