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증권업 허가 정책 이후

1.
벌써 10년이 다가옵니다. 자본시장법입니다. 만약 증권거래법과 선물거래법을 알고 있는 분이 계시면 최소한 여의도에서 십년 이상 법을 먹고 사신 분입니다. 자본시장법을 만든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 재정경제부가 제정을 위해 만든 자료를 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자본시장과 자본시장 관련 금융산업의 발전이 미흡하여 자본시장에서의 금융 빅뱅(Big Bang)이 필요한 시점

이후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증권업 허가 정책 운용 방향의 첫머리도 거대한 목표를 내걸고 있습니다.

금융감독기구에서는 최근 자통법 제정(‘09.2시행) 등을 계기로 경쟁촉진을 통해 증권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필요

ㅇ ‘08.8월부터 자통법에 따라 진행되는 기존 증권회사에 대한 재인가 시점에 맞추어, 신규진입 수요를 흡수하여 기존사와 신설사간 균형적인 발전 기반을 구축하고자 함

산업정책적으로 대형화, 겸업화를 통한 경쟁력강화를 위하여 자본시장법과 허가정책을 수립하였습니다. 이후 수많은 증권사들이 등장하였고 자본시장법 호황을 만들어냈고 이제 10년 후입니다. 이 때 진출한 산업자본들입니다.

두산그룹의 BNG증권중개 인수
현대차그룹의 신흥증권 인수후 HMC투자증권
현대중공업의 CJ투자증권 인수후 하이투자증권
동부증권의 겟모어증권 인수후 동부증권
LS그룹의 이트레이드 증권 지분인수
유진그룹의 서울증권 인수후 유진투자증권

2.
지난 몇 년 증권산업의 화두는 M&A와 구조조정입니다. 그동안 구조조정과 다르게 최근 구조조정은 늪지형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산업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증권사들이 중심입니다. 현대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 대표적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그룹이 해체된 동양그룹은 동양종금증권을 대만 유안타그룹에 넘겼고, 최근에는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KB금융그룹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현재 남아 있는 제조업 기반 대기업그룹 계열 증권사는 삼성증권, 한화증권, SK증권, 동부증권, HMC투자증권(현대차그룹) 정도다.그러나 이 가운데 삼성증권과 SK증권도 끊임없이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소문이 수시로 불거지고 있다.SK증권은 대주주 SK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지분을 매각해야 할 상황을 맞고 있다.증권사가 주로 대기업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단골 매물로 나오는 이유는 과거처럼 계열사로 두는 데 따른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재벌그룹이 과거에는 자금조달 창구로 증권사를 가지려 했지만 동종그룹 내 회사채 발행 업무 금지 등 규제가 강화되고 증권사의 수익성이 제조업체보다 떨어지다보니 증권업에서 손을 떼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증권사 줄줄이 매물로…”대기업 계열도 예외 없다”중에서

최근 글로벌 저성장 시대 국면에서 국내 수출 제조기업들의 경쟁력은 크게 저하된 상태다. 주력산업이 통째로 흔들릴 위기에 처하면서 삼성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구조개편은 본격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제조업 기반의 그룹들이 자회사로 두고 있는 증권사들도 성장력 저하로 인해 그룹의 캐쉬카우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한국 증권업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0.7정도인데 이는 코스피 평균 PBR인 1보다 현저히 낮은 상태”이라며 “메인 분야인 브로커리지 수입에서 수수료율이 떨어지며 정체기를 맞고 있고 앞으로는 채권운용수익이나 위탁수수료 등에서 수익 개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이어 이 박사는 “증권사들이 매각 매물로 나오게 되면 자연스럽게 증권업도 제조업 기반에서 금융업 중심의 증권사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을 살리기위해 현대증권을 KB금융지주에 매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증권은 이번 매각을 계기로 제조업 기반에서 금융업 중심의 증권사로 재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제조기업 애물단지 전락 증권사, 도미노 매각되나중에서

호황기 금융회사들의 역할이 침체기를 맞이하면서 계륵(鷄肋)이 된 결과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겉으로는 투자은행을 내세웠지만 현실은 결국 ‘돈줄’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과거에 모(母)기업의 ‘돈줄’로 통했다. 대부분 대기업이 계열 증권사를 자금조달과 신규사업 진출을 위한 M&A, 퇴직연금 등의 주요한 창구로 활용했다.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으로 증권사도 은행처럼 회사채, 전환사채 등을 발행해 그룹의 운영자금을 조달했다. 이때만 해도 계열사의 회사채 물량만으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엔 천덕꾸러기다. 중추적인 계열사이기보다는 편의성을 위해 존재한 비주력 업종이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이나 회사채 인수발행 등의 업무도 수익기여도가 예전 같지 않다. 2013년 동양사태 이후 그룹 내 회사채 발행 문턱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이든 사업재편이든 기업의 모체로 꼽는 계열사 위주로 모이게 된다”며 “(증권업이) 핵심 사업이 아닌 게 매각 우선순위로 꼽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2000년 중반에는 계열 증권사가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대형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라며 “이젠 돈줄이 아니라 본연의 역할로 살아남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천덕꾸러기 된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의 운명 중에서

3.
이상의 결과로 산업자본은 몰락중이고 금융자본에 의한 금융 독점이 크게 심화하고 있습니다. 대우증권-미래에셋증권, 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 아이엠투자증권-메리츠종금증권,현대증권-KB투자증권입니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하이투자증권(현대선물)과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 SK증권 혹은 삼성증권을 신한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이 인수한다면 금융자본의 천하가 열립니다. IMF이후 ‘메가뱅크’를 주도한 정부에 의한 은행산업의 독점이 이루어진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대마불사 아니 대마필사에서 소개한 미국 금융자본의 독점화과정과 비교해보면 거의 동일한 흐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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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산업의 대형화는 증권사 M&A 활성화정책, NCR(영업용순자본비율) 변경, 자본시장통합법을 통한 프라임브로커 육성, 단기콜자금 규제와 같은 정책을 추진한 금융위원회가 주도한 결과입니다. 이상의 흐름을 보면 금융위원회의 의도대로 증권산업의 대형화와 전문화가 이루어지는 것일까요? 외형만을 놓고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형화와 전문화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이루고자한 정책적 목표가 진행중인지는 의문입니다. 2016년 1분기 증권회사들의 실적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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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분기 증권-선물회사 영업실적(잠정)

경쟁력강화를 위해 오직 대형화정책만 추진하는 금융위원회가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지않을까요? 금융산업은 핀테크와 블록체인으로 급격히 디지탈화하고 있고 또다른 빅뱅을 예고합니다. 이런 변화속에서 경쟁력을 온전히 기존 금융회사의 몫으로 남겨둘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과거와 다른 신규허가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현재 금융산업으로 진입하려고 하는 신규진입 수요는 핀테크 스타트업입니다. 이들이 상상력을 비지니스화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대폭 낮추면 어떨까요? 자본금이 일 억인 증권사처럼 말입니다. 구조조정이면 항상 등장하는 해고가 공포입니다만 낮은 진입장벽은 또다른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전직 펀드매너저+개미’를 뜻하는 여의도 매미처럼 음성화한 금융서비스가 아니라 금융지식과 금융기술이 만난 새로운 서비스입니다.

여의도 증권가에 구조조정 공포감이 엄습하고 있다. 증시 불황에 잇단 매각, 합병 등 증권가 ‘새판짜기’가 가속화되면서, ‘증권맨’들 사이에는 ‘고용안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국내 증시가 오랜 기간 ‘박스피(박스+코스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증권사마다 잇단 대규모 감원으로 지난 3년간 6000여명의 ‘증권맨’들이 여의도를 떠났다.
최근에는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인수,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에 이어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에 하이투자증권까지 매물로 나오면서 증권가는 다시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의 격랑에 휩싸였다.합병된 모 증권사의 경우 300여명의 인력 구조조정설까지 나오고 있다
[폭풍전야 증권街] 잇단 매각ㆍ합병…“나 떨고 있니?”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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