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대한 거의 모든 것들

1.
사용자 삽입 이미지오늘 인류문명이 파괴되어 ?과거로 돌아갔습니다.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언제 씨앗을 뿌려야 할까요?”
“언제까지 관개시설을 정비하여 비 올 때를 대비할 수 있을까요?”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가야 합니다. 망망대해에서 어떻게 항해해야 할까요?”
“용산과 영등포에서 짐꾼이 일을 했습니다. 일하는 시간을 똑같이 해서 노임을 지불해야 하는데 어떻게 똑같은 시간을 일했는지 알 수 있죠?”

“시간에 대한 거의 모든 것”

두 주전 평일 대우증권에 일을 보고 일찍 끝난 날 오후 도서관에 잠시 들렸을 때 집은 책입니다.읽으면서 두가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하나는 시간이란 무엇인가, 참으로 어려운 주제라는 생각. 다른 하나는 시간을 측정하기 인류의 긴 유산이 오늘 없어진다면?

2.
시간의 측정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합니다. 지구가 탄생하고 생명이 탄생하고 인류가 탄생하여 진화하는 동안 지구는 계속 자전을 하였습니다. 빛과 어둠의 주기에 맞추는 생물학적 메커니즘, 하루 시계(Circadian Clock)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시작으로 하여 시간을 측정하기 위한 길고긴 여정이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시간을 측정하는 노력은 해,달,별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관찰의 결과가 우리가 아는 다양한 달력과 시계입니다. 물론 관찰만이 아니라 분석과 같은 사유의 과정이 따릅니다. ?시간을 측정하여야 하는 필요성은 생산기반인 농업뿐 아니라 종교적인 의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365일을 정하고 24시간을 측정하고 분,초를 도입합니다.

시간의 정확한 측정과 시간의 균등화는 시장경제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습니다.

시간은 돈이라는 점을 명심하라. 한나절동안 일해서 10실링을 버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만약 그가 밖에 나가서 반나절을 한가로이 논다면, 비록 그렇게 노는 동안 6펜스밖에 안 썻다고 해도 실은 그 돈만 낭비한 게 아니다. 그는 일해서벌 수 있는 5실링을 낭비한 것이다.(1748년 벤자민 프랭클린)

질서가 잘 잡힌 국가에서 시계보다 더 필요한 게 무엇이겠는가?시계가 없다면 어떻게 일을 정해진 기한내에 끝마치겠는가? 그 외의 다른 어떤 것으로 약속이 가능하겠는가?(1659년 윌리엄 레이번)

해,달,별들의 관찰로부터 시작한 시간의 측정은 이제 인간에 의한 가상의 시간=인위적인 시간을 만드는 것으로 발전합니다. 자전주기는 정확히 23시간 56분 4.091초의 주기입니다. 1년도 365일이 아니라 365.2564 태양일입니다. 이런 변화가 가능한 것은 아마도 도시를 근거로 인간생활이 이루어지기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는 약속을 정할 때 반드시 날짜와 시간을 정한다. 날은 해가 뜨고 지는 명확한 기준이 있으므로 어느 시대, 어느 문명권에서든 간격이 동일하다. 그러나 자연적인 날에 비해 시간은 전적으로 인위적인 단위에 불과하다. 지금처럼 하루를 24시간으로 정한 것은 고대 바빌로니아 때부터였고, 이 관습이 그리스와 로마에 전달돼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시간이 그렇다면 분과 초는 말할 것도 없다. 1시간은 반드시 60분일 필요가 없고, 1분은 반드시 60초일 필요가 없다. 역사에서 분의 개념이 처음으로 생긴 것은 어느 정도 정밀한 시계가 사용되기 시작한 17세기 후반의 일이다.
남경태의 ‘옛날에는 시간약속을 어떻게 했나?중에서

분과 초도 이런 변화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분을 뜻하는 영어의 ‘minute’는 ‘작다’는 또 다른 뜻이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라틴어의 ‘pars minuta prima’(아주 작은 것의 첫번째 분할)에서 나왔다. 첫번째가 있다면 두번째도 있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초를 뜻하는 영어의 ‘second’ 역시 ‘둘째’라는 뜻으로 라틴어의 ‘partes minutae secundae’(아주 작은 것의 두번째 분할)가 원형이다. 그나마 분은 ‘작은 것’이라는 말을 취했으니 어느 정도 통하지만, 초는 ‘둘째’라는 말을 취한 것이니 시간과는 무관한 의미였다.

이처럼 인류의 역사는 시간을 측정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시간을 지배해 가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천문학,수학,물리학,지질학등에 걸친 발견과 발명이 있었습니다.

3.
다양한 과학기술,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진행하던 책은 마지막에 아주 무거워집니다. “시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제논의 역설이라는 날아가는 화살의 역설,과거,현재와 미래, 살아지는 현재, 과거와 미래의 실재성 등등 …빅뱅을 시간의 기원으로 보는 과학자들이 바라보는 시간에 대해 질문합니다.

현재 우주의 시나리오에는 채워지지 않은 빈 부분이 있다. 우주라는 필림을 거꾸로 돌렸을 때 더이상 감아지지 않는 시점이 나타난다.하지만 1920년 초 허블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인슈타인은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가 우주상수를 도입한 일”이라며 후회했다. 허블의 관측은 우주원리를 시간불변·등방균일이 아니라 팽창·등방균일로 바꿔놓았다.

그런데 팽창하는 우주가 시간의 기원에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일까. 현재 추정하는 우주의 나이는 약 1백37억이다. 과학자에게는 바로 이 우주 나이가 시간의 나이이기도 하다. 우주탄생으로 공간과 함께 시간이 출현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주탄생 이전에는 시간도 공간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형목 교수는 “그렇지 않다면 뉴턴의 절대시간 개념이 필요하다”면서 “우주가 아인슈타인의 시공간이론에 따르므로 공간의 시초가 곧 시간의 시초여야 한다”고 말한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시간의 끝은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조용민 교수는 “현재의 우주가 어떠한지를 통해 추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앞으로 팽창을 멈추고 다시 수축할 것인가, 아니면 팽창을 계속할 것인가다. 최근 우주관측에 따르면, 우주는 지금 ‘가속팽창’중이다. 팽창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말이다.

우주의 팽창이 계속되고 시간이 영원하다면 우주는 어떻게 되겠는가. 무한한 우주팽창으로 은하 간의 거리는 무한히 멀어지므로 은하는 암흑세계가 되고 만다. 시간이 흐르면서 보이지 않은 별들이 점점 흩어지는데, 그 결과 이들을 구성하는 물질이 점점 증발해 빛으로 방출되고, 이 빛은 다시 에너지를 잃는다. 결국 우주의 밀도는 0에 가까워지고 만다. 따라서 무한한 시간 동안 팽창한다면 우주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되고 만다. 시간의 존재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다.

시간. 그 시작과 끝은 우주가 지속되는 한 풀리지 않을 화두로 남지 않을까?
박미용 “시간의 시작은 있나”중에서

시간은 우주가 탄생하는 그 순간부터 있었다고 하면.태초의 이전은? 시간의 시작과 종말은 있는가? 무한한 과거는 가능한가?

4.
시간에 대한 문명사적인 책이지만 내용은 자연과학에 대한 밑바탕이 있으면 훨씬 잘읽힙니다. 생각해보니 태어나서 해, 달, 별을 관찰한 적이 없네요. 대항해시대 태평양을 건넜던 탐험가들이 북극성,북두칠성을 놓고 방향을 잡았다고 하지만 저는 북극성이 어디있는지 모릅니다. 도시라는 공간은 이미 자연과 단절하여도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주기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인간이 영원히 자연속의 존재인 한 자연은 인류가 발전하기 위해 끝임없이 도전하여야 할 대상이 아닌가 합니다.

육천년에 걸쳐 시간을 정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시간을 지배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시간일 뿐 자연의 시간을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입니다. 정복할 수도 없고 정복되지 않은 채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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