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과 술자리를 자주 하면 소통이 될까?

1.
우리나라 직장인이면 누구나 회식(會食)문화를 알고 있습니다.
회식? 말 그대로 ‘같이 모여서 밥을 먹는 행위’를 말합니다. 우리는 가족을 이야기할 때 식구라는 표현을 씁니다. 식구(食口)라는 표현과 회식이라는 표현을 섞으면 회식문화가 지향하는 지점을 알 수 있습니다. 밥을 같이 먹는 가족같은 관계를 지향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밥만이 아니라 술도 먹습니다. 아주 많이 몇차에 걸쳐서 먹습니다.어떤 때는 일한 시간이상으로 술을 먹었습니다. 합치면 쉬지 않고 17시간의 중노동(^^)

회식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던 때가 있었을 듯 합니다. 살기 어려울 때 회사에서 값 비싼 고기와 술로 일하면서 쌓인 회포를 풀면 사장님에 대한 고마움을 불쑥불쑥 느겼을 겁니다. 더구나 일하는 시간이 많아서 쉴 시간조차 없었던 때 먹고 마시고 노니 얼마나 좋았을까요?  저의 상상입니다.

그러던 회식이 어느 순간부터 ‘단합,단결’이라는 목표하에 ‘술먹고 이야기하고 노래하는’ 것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술잔을 권하는 문화가 다양해집니다. 충성주, 파도타기로 시작해서 1차,2차,3차로 이어지는 술자리로 이어집니다. 직장내에서 서먹서먹한 관계를 풀어주는 윤활제 구실을 합니다. 또한 술자리가 이어지면서 많은 대화를 합니다. 어떤 때는 속깊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술자리가 끝난 다음날 ?’나의 동지를 만난 듯한 뿌듯함’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저도 대표일 때 회식을 자주 하는 편이었습니다. 물론 2차 맥주 먹고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

2.
최근 창조경영을 이야기하면서 ‘의사소통’이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소통이라는 단어를 쓴다는 이유는 막혔다고 현상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막혔을까? 기업에서 소통이란 함은?

질문을 하나 해봅니다. 직원들과 이야기를 자주 하고 술자리를 자주 가지면 소통이 잘될까요? LG경제연구소에서 펴낸 ‘소통에 능한 기업들’에서는 이렇게 소통을 정의합니다.

원래 소통이란 ‘(1)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 ‘(2) 막히지 아니하여 잘 통함’이란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이를 기업 경영에 적용해 보면, 하나는 고객과 기업, 조직 내부의 다양한 조직 간, 임직원들이 원활히 의사소통 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하나는 단순히 의사소통만이 아니라 정보, 지식, 경험, 물리적 자원 등이 막힘 없이 잘 흐르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기업경영과 소통의 중요성중에서

그런데 소통이란 정의는 동의 반복입니다. “소통은 의사소통을 말한다”는 식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다른 정의를 찾아보았습니다. 소통을 번역하면 Communication일텐데 Communication을 위키페디아에서 찾아보았습니다. ‘from one entity to another’와 ‘interchange’라는 단어가 포함된 정의를 내리더군요. 결국 “듣고 말하고 듣고 말하고”란 행위의 연속이고 ‘경청’을 수반합니다. 그것이 소통입니다.

인터넷에 어느분이 ‘소통(疏通)’에대해 써놓은 글을보니 소통이란 ‘상대방의 마음을 듣는것’이라고 정의 해 놓았더군요.그 해석이 비교적 소통의 진정한 의미를 잘 표현하고 있는것 같았는데 조금더 공감했던 해석은 영영사전에서 찾을수 있었습니다.

‘Understand each other’

즉, 소통(疏通) = understand each other = ‘상대방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서로 이해하는 것’ 정도로 정의할수 있겠군요.
직장에서의 소통중에서

‘Understand each other” 라는 말이 딱 입니다. 경영자는 경영자대로, 임원은 임원대로, 직원은 직원대로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의 목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소통이 아닐까 합니다.

3.
이제 소통을 회식에 적용해보죠. 왜냐 하면, 과거의 저를 포함하여 많은 경영자들이 회식을 중요한 소통공간으로 이해합니다. 회식자리에서 소통은 어떻게 일어날까요?

우선 직원들이 술의 힘을 빌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합니다.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있고, 일하면서 느낀 고객의 이야기도 있고, 인생의 고민도 있습니다. 경영자도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이렇게 하겠다는 이야기도 있고, 이런 불만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합니다. 다음날 깨어나면 잊혀집니다. 아니 그냥 이야기자체로 한풀이를 했습니다. 그것으로 끝입니다. 저는 이를 ‘술자리의 안주’라고 이야기합니다. 들어가는 술의 양이 커지면 커진만큼 좀더 파격적인 이야기가 나눠집니다. 먹는 술에 반비례하여 기억속에 남은 것은 없습니다.

과연 이런 것이 소통인지 의심스럽습니다. 페텍스 코리아의 회식문화를 소개한 글입니다.

카든 사장은 “나도 소주를 두 병 정도 먹었다. 하지만 우린 술잔을 돌리거나, 폭탄주를 만들지 않는다. 주량껏 즐긴다. 그래도 모든 직원이 속내를 후련하게 털어놓는다.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과 발전적인 의견들을 수렴할 수 있어서 너무 즐겁다.” 오후 7시에 시작된 모임은 10시 가까이 계속되도록 건배를 청하는 경우는 있어도 술을 비우라고 재촉하는 사람은 없었다.

페덱스 코리아의 이 같은 음주문화는 모든 구성원이 공동의 관심사를 아무런 장벽이나 거리낌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 때문에 가능했다. “직원들이 대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토론한다. 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가능하다.
술자리가 아니라 대화가 먼저중에서

회식문화든, 소통이든 중요한 점은 회사문화중에 ‘토론’,’경청’이라는 DNA가 자리잡고 있느냐가 아닐까 합니다. 평소에 없는 토론을 술자리에서 하면 한편이 일방적으로 쏫아붙는 식밖에 되지 않습니다. 회식자리에 들었던 혹은 말했던 수많은 생각은 다음날 현실에서 그냥 잊혀집니다. 아무도 되새김하지 않고 그냥 사라집니다. 술의 힘을 빌어 회사 혹은 직원을 대상으로 자위(自慰)를 한 것일뿐입니다.

이런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혹 회사내 회의에선 어떤 안건을 다루나?”
“안건중 경영자, 임원, 사원들이 서로의 입장에서 의견을 나눠야 하는 것이 있나?”
“예전에 나는 듣는 것에 익숙하였나, 아니면 내말만 하기 바빴나?”
“오늘도 나는 술자리에서 떠듬으로 만족하고 사는 것은 아닌가?”

낡은 전등아래 옹기종기 모여서 문제를 같이 해결해나가는 모습, 소통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저의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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