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명절 증후군이 있습니다. 명절이 다가왔을때 가사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는 주부들이 겪는 현상입니다. 출발은 부엌입니다. 주부들이 음식을 만들어야 하고 음식을 차려야 하고 음식을 먹고 난 후 뒷처리를 해야 하는 부담을 온전히 지기때문입니다. 만약 이런 부담을 서로 나누면 어떨까요?
조상님 제사와 차례를 지내기로 한 후 처음 맞는 추석입니다. 아침부터 부엌에 앉아서 일을 했습니다. 손쉬운 것부터 시작입니다. 제사상에 올린 밤을 깝니다. 다음으로 명태전과 연근전을 부칠 수 있도록 밀가루를 묻혀 둡니다. 후라이팬위에 올려진 전들이 타지 않도록 빨리 뒤짚고 소쿠리에 옮깁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큰 일은 송편입니다. 두시간 남짓 앉아서 빚졌습니다. 끝나고 나니까 피로가 몰려오네요. 모든 짐을 다 나눌 수 없지만 내가 질 수 있는 짐은 나누려고 한 하루였습니다.
제목이 멋있어 보려고 했던 다큐멘타리를 저녁에 보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부엌’입니다.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부엌으로 투영되었습니다. 두 편으로 나뉘어 소개한 여러 삶중 가장 인상 깊었던 삶은 독일과 스웨던의 부엌이었습니다.
“부엌은 우리의 삶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말해 부엌은 자신의 삶에 대한 신조 혹은 철학을 보여주는 공간이죠. 환경과 이웃을 위하여 책임감을 가져야 해요”
친환경적인 생태적인 삶을 지향하는 독일 다니엘 피셔가 인터뷰한 말입니다. 상위 10%의 부엌으로 보이는 미국과 중국의 부엌에 비해 소박하지만 미래를 위해 만들어가야 할 부엌으로 보였습니다.
2.
요즘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주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하우징입니다. 스웨덴의 부엌은 다른 의미로 인상적이었습니다. 협동조합주택의 부엌입니다.
코하우징(협동주택) 툴스투간입니다. 먹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은 사적인 공간에 이루어지지만 부엌은 공동 공간입니다.
“매일 집에서 1시간씩 요리한다면 일주일이면 5시간이고요. 5주면 25시간이에요. 그런데 여기선 5주에 2시간이면 족해요”
프로그램은 스마트혁명과 함께 발전하는 부엌의 미래를 보여주었습니다. 철학이 아닌 기능의 부엌입니다. 소통과 협력이 없는 부엌은 그저 누군가의 힘겨운 일터입니다. 부엌에 필요한 것은 철학입니다. 그리고 그 철학을 가족 모두가 함께 하여야 합니다.
추석 보름달에 빈 소원을 꼭 이루기를 바랍니다.
“빙하속에 갇힌 여의도에 해빙이 찾아오길 바랍니다.”
저의 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