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천에 사는 분들과 주말 농장을 시작한 때는 4월 초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주말텃밭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두 달을 되돌아보면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은 어김없이 텃밭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평일 새벽 물을 주러 텃밭을 찾은 날도 많았습니다. 성격을 탓해야 할지 모르지만 시작하면 열심히 합니다. 그래서 인생이 피곤하다고 합니다. 4월초 벌판 같았던 텃밭도 두달사이에 작물로 무성합니다. 땅과 햇빛 그리고 텃밭을 일구는 이의 땀이 만든 풍성함입니다.
주말농장을 시작하고 한달이 지난 4월말, 그리고 5월의 초순의 우리 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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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쌀쌀하고 태양의 열기가 덜한 탓입니다. 5월말부터 햇볕이 쨍쨍 내리쬐면서 작품을 무럭무럭 자랍니다.6월의 우리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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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선생이 쓴 칼럼을 보면서 큰 공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텃밭가꾸기입니다.
“모를 심어 싹이 웃자라면 이윽고 이삭 대가 올라와 눈을 내고 꽃을 피운다. 그 이삭이 양분을 받아 알곡으로 채워져 고개를 수그릴 때 추수의 보람을 거둔다. 처음 올라오는 이삭 대 중에는 아예 싹의 모가지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 있고, 대를 올려도 끝이 노랗게 되어 종내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것도 있다. 이런 것은 농부의 손길에 솎아져서 뽑히고 만다. 싹의 모가지가 싹아지, 즉 싸가지다. 이삭 대의 이삭 패는 자리가 싹수(穗)다. 싸가지는 있어야 하고, 싹수가 노래서는 안 되는 이유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2.
요즘 주말농장 공무원으로 불립니다.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한 텃밭이라 욕심을 부리지 않았습니다. 손이 덜 가는 작물을 택하였습니다. 상추,아욱, 감자, 깨 등입니다. 물론 풀매기는 기본입니다. 다른 분들은 고추, 오이, 호박과 같이 거치대를 공 들여 세워야 하는 작물을 선택하였습니다. 풀매기외에 손길이 많이 갑니다. 그래서 텃밭이 농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일을 많이 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닭장 만들기, 쉬면서 수다를 떨 수 있는 평상만들기 등입니다.
5월 어느 날 닭장을 만들었습니다. 시작은 장대하였지만 그 끝이 아쉬움이었습니다. 메추리는 닭장에서 달아났고 병아리들은 하루밤사이에 누군가에 의해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텅 비어있습니다. 이번 주말 공구함으로 개조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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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과 탁자도 만들었습니다. 버리는 책상을 주어다 연결하고 받침은 비닐하우스를 만들다 남은 파이프를 밖았습니다. 조립식 탁자와 비교하면 볼 품없지만 땀이 들어간 평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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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어느 일요일에는 화성으로 마늘종을 뽑았습니다. 초보 농부가 멀리 원정을 간 겪입니다. 안도현씨는 마늘종을 뽑을 때 나는 소리를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마늘종을 뽑으면 뾱 하는 아주 특별한 소리가 난다. 뾱, 뾱, 뾱 하는 그 소리… 햇볕이 따끈따끈해지는 5월의 마늘밭에서 듣는 소리…. 식물의 살과 살이 분리될 때 나는 그 소리
3.
텃밭을 하면 농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합니다. 조금이라도 가뭄이 들면 작물 걱정을 합니다. 물을 주어야 합니다. 비가 조금이라도 많이 내리면 침수를 걱정합니다. 고생해서 키운 작물이 썩습니다. 아직 장마전이지만 지난 27일 하루종일 내린 비로 마음을 졸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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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을 함께 이겨낸 결과일까요, 밭을 함께 일구는 이들이 노력한 탓일까요, 6월을 맞은 주말농장은 결실의 즐거움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7월이 오기전에 수확을 끝내고 장마준비를 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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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안도현씨의 ‘소리‘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들녘이 지평선 펼쳐놓고 숨 쉬는 소리가 좋고, 들녘 사이로 강물이 출렁거리는 소리가 좋고, 산들이 손과 손을 잡고 기지개를 뻗는 소리가 좋고, 서해바다가 섬을 잠재우는 소리가 좋고, 밤마다 고군산군도 섬들이 옹알이하는 소리가 좋고, 변산 앞바다 주꾸미가 입가에 달라붙는 소리가 좋고, 갯벌 바지락이 바닷물 빨아들였다가 뱉는 소리가 좋고, 춘향이 그네 탈 때 치맛자락 날리는 소리가 좋고, 덕진연못 연꽃 향기가 물 건너가는 소리가 좋고, 가을에는 내장산 단풍이 햇볕에 빨갛게 물드는 소리가 좋고, 겨울에는 무주 구천동 계곡에 눈 내려 쌓이는 소리가 좋고, 갑오년 농민군이 집강소 차리고 치켜든 횃불 타는 소리가 좋고, 진안 인삼밭의 인삼 뿌리 굵어지는 소리가 좋고, 금강 하구에서 숭어가 알 낳는 소리가 좋고, 장수 고랭지에서 사과 익어가는 소리가 좋고, 고추장 숙성되는 소리가 좋고, 콩나물 비빔밥 비비는 소리가 좋고,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손으로 입가를 훔치는 소리가 좋고, 한옥마을 김칫독에서 김치 익어가는 소리가 좋고, 판소리 추임새 넣는 소리가 좋고, 때로 추임새 잘못 넣었다고 핀잔하는 소리도 좋다.
4.
어느 날 아침 한겨레신문에 실린 칼럼이 다룬 시입니다. ‘여름 아침’을 노래한 김수영시인의 시입니다.
여름아침의 시골은 가족과 같다
햇살을 모자같이 이고 앉은 사람들이 밭을 고르고
우리집에도 어저께는 무씨를 뿌렸다
원활하게 굽은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나는 지금 간밤의 쓰디쓴 후각과 청각과 미각과 통각마저 잊어버리려고 한다물을 뜨러 나온 아내의 얼굴은
어느틈에 저렇게 검어졌는지 모르나
차차 시골동리사람들의 얼굴을 닮아간다
뜨거워질 햇살이 산 위를 걸어내려온다
가장 아름다운 이기적인 시간 우에서
나는 나의 검게 타야 할 정신을 생각하며
구별을 용사하지 않는
밭고랑 사이를 무겁게 걸어간다고뇌여
강물은 도도하게 흘러내려가는데
천국도 지옥도 너무나 가까운 곳사람들이여
차라리 숙련이 없는 영혼이 되어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가래질을 하고 고물개질을 하자여름아침에는
자비로운 하늘이 무수한 우리들의 사진을 찍으리라
단 한 장의 사진을 찍으리라
함께 밭을 가꾸는 이가 말하더군요.
“농사는 한꺼번에 하는 일이 아니다. 매일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하여야 하는 일이다.”
매일 흘리는 농부의 땀방울이 거름이 되어 열매가 맺힌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땀방울에 담긴 뜻이 하늘에 다아 하늘도 도와야 농사가 잘 된다는 뜻도 있겠죠. 땅은 땀을 흘린 만큼 정직히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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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방울이 스며든 주말농장이 참 보기 좋습니다~
같은 공무원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