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19일. 2010년 정기워크샵을 가는 날이었습니다. 장소는 산정호수입니다.
2010년 워크샵은 다른 해와 달리 준비를 하였습니다. 보통 워크샵이라고 하지만 단합대회로 진행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 순도 70%정도 워크샵으로 준비하였습니다.
각 팀의 분반토론을 진행할 수 있도록 사전에 ‘미래 먹걸이’라는 자료를 만들어 팀장에 배포하였습니다. 팀장에 대한 사전 설명회를 가졌고 팀단위로 몇 번씩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워크샵주제는 ‘팀빌딩을 어떻게 할지’, ‘미래를 위한 무엇을 준비할지’등을 다루었습니다.
그동안 팀장과 부장이라는 직책이 있지만 중간간부로써 역할을 하기 힘들었습니다. 팀이 만들어진지 몇개월 되지 않았고 팀보다는 프로젝트가 더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팀별로 상황들이 많이 다르지만 고민을 비슷한 방식으로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보였습니다.
– 업무지식을 공유하기 위한 활동
– 소프트웨어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활동
– 개발문화 혁식을 위한 기반시스템 도입 및 활용
앞으로 6개월후 중간평가를 하지만 스스로 토론하여 내린 결론이라 실행력도 크지 않을까 기대를 많이 한 시간이었습니다.
2.
어떤 워크샵을 하든 늦은 시간이면 술자리가 벌어집니다. 늦은 저녁을 소주와 함께 9시부터 먹었고 저는 이동 막걸리를 선택하였습니다. 일차가 끝나고 객실로 와서 이차를 할 예정? 아니 저는 조용히 다른 방에서 자리를 펴고 그냥 누워 버렸습니다. 한참후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깨니 고돌이판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새벽4시. 밤새고 그 때까지 게임에 열중하다가 결국 5시에 모두 취짐. 
혼자 누워서 멀뚱멀뚱 하다가 새벽바람에 산정호수를 가기로 하였습니다. 5:50.
길을 나섰습니다. 산밑이라 바람은 찼습니다. 아직 해뜨기 전이라 포장된 등산로는 가로등만이 나를 반겼습니다. 산정호수 입구에 도착. 어디로 갈 까 고민하다 예전에 산정호수에 왔었던 곳을 가보기로 하고 우측길을 선택하였습니다.
산정호수는 20년전 아내와 연애를 하던 시절 처음으로 함께 등산하였던 곳입니다. 기억속의 산정호수는 호수 자체보다는 명성산이 더 또렷합니다. 아내와 함께 명성산에 올라 억새구경을 하고 내려올까 말까 하다 그냥 정상을 향해 갔었습니다. 허나 가도 가도 정상이 보이지 않고 시간은 늦어 등산로도 없는 능선을 타고 내려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비탈을 고생 고생해서 내려 왔는데 그곳이 군부대 포사격장이었습니다.(^^;) 초병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철원까지 나왔습니다.
20년이란 시간이 지난 산정호수는 옛날 실내빙상장이 귀하던 시절 아이스하키선수들이 훈련하던 곳이 아니었습니다. 관광지로 개발되었고 대부분 포장길로 바뀌었습니다. 펜션도 많이 들어섰습니다. 그렇지만 한 겨울 찬바람에 꽁꽁 언 호수는 변하지 않네요.
3.
출입이 금지된 호수는 굳게 얼음이 얼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하였습니다. 눈 덮힌 얼음위를 걷는 느낌이 어떨지 해보고 싶었습니다. 약 5cm정도 눈으로 덮힌 얼음은 밟을 때마다 뽀드득 뽀드득 귀를 즐겁게 하였습니다.
호수위를 걸으면서 아이폰으로 녹음한 소리입니다.걸음걸이가 빠른 편이라 연애할 때 욕많이 먹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명성산 입구에 있었던 절을 찾아 보았습니다. 관광안내판을 보니 자인사였습니다. 기억속에 자인사는 자그마한 암자 하나입니다. 안내판 따라 찾은 자인사는 너무 달라졌습니다. 절로 들어가는 길 좌우로 높디높은 소나무가 지키고 있었고 원래 있던 암자 대신 커다란 대웅전이 앞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기억속의 암자는 미륵불 앞쪽에 조금만 건물이 아닌가 합니다.
2월 4일이 입춘이었습니다. 2월중순이면 봄바람이 살살 불어올 때입니다. 그러나 산정호수에 아직도 찬바람이 생생 붑니다. 2010년의 겨울을 산정호수에서 마음껏 느꼈습니다. 눈으로 덮은 드넓은 호수를 가슴에 담고 이 겨울을 떠나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