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기술사이의 곡예

1.
한국거래소가 2009년말 거래소 회원간 시스템 연결에 관한 기준을 제정하기 위한 근거를 만들었습니다. 한국거래소의 법규사이트에 조회한 결과 아직까지 관련 규정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잠정적으로 결론이 났지만 또다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이슈라 지난 과정을 여러가지로 되돌아 볼까 합니다.

우선 문제가 된 금융투자사들이 사용한 접속방법은 코스콤의 사내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제가 착각한 면이 있었습니다. Powerbase를 이용한 Co-Location으로 판단했지만 사실은 증권사 IT업무를 코스콤으로 아웃소싱한 특정증권사가 사실상 Co-location과 같은 효과를 얻으면서 발생한 문제였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 증권사들의 전산망은 한국거래소(거래소)의 주문 접수 시스템이 있는 여의도에 집중돼 있다. 여의도 전경련 빌딩 옆의 KT 전산센터나 거래소 바로 앞의 데이콤 전산센터의 서버를 이용하고 있다. 이른바 하드웨어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코스콤(거래소 전산 담당 자회사) 전산망 속도 차별’ 논란은 이런 배경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업체들 사이의 이전투구가 실감나게 다가올 것이다.

대 형 증권사들이 여의도에 위치한 전산센터를 이용하는 이유는 지방에 있을 경우 기지국을 2개 이상 거치면서 속도에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증권사들은 되도록 거래소 가까이에 있으려고 한다. 그런데 거래소 내부에 입주한 업체가 거래소 내 접속망을 이용하면 기지국을 하나도 거칠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외부에 있는 업체보다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0.004초의 차별’에 목숨 거는 이유중에서

문제가 불거진 후 한국거래소가 해결하는 과정에서 코스콤이 IDC를 설립하여 Co-Location Center를 만들자는 안을 내놓은 점은 처음 알았습니다. 또한 고객의 요구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사이의 알력이 다시 한번 노정되었다는 사실도 확인하였습니다.

한국거래소 별관에 입주해있는 KB선물과 부은선물, NH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의 시스템이 ‘코스콤’의 사내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거래소 매매체결시스템과 직접 연결돼 있었던 것.이 때문에 이들 4개사의 선물옵션 매매주문 체결속도는 0.012초로 0.016초인 다른 증권사·선물사에 비해 0.004초 빠르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지난 4일 최근 주요 증권사의 실무 부서장,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들과 회의를 갖고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회의 과정에서 거래소 지하 1층에 코스콤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만들어 거래소 회원사들의 주문 서버를 모두 모으면 주문체결 속도가 같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으며, 코스콤은 오는 12월1일부터 인터넷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수 있다고 밝혀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 인터넷데이터센터가 가동될 경우 주문체결 속도 문제 논란도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증권, 실적부진 감추려 주문체결속도 논란 부추겨”중에서

코스콤형 Colocation서비스에 대한 이슈 – 잠재적으로는 한국거래소의 Colocation서비스까지를 포함 – 는 금융감독당국만이 아니라 감사원까지 참여하는 문제로 비화되었습니다.

선물옵션 주문 속도 결국 ‘감사’

이렇듯 관련된 모든 기관이 기술적인 이슈 – 차별 혹은 다른 방식의 접속 – 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개입을 하였으면서도 결론은 너무나도 싱겁게 내려졌습니다.

2.
그러면 기술적인 이슈만 해결되면 HFT 혹은 고주파매매 혹은 알고리즘트레이딩을 활성화(?)하는데 장벽이 없어질까요? SEC는 Colocation Service, Flash Order, Naked Access등에 대하여 입장을 하나씩 구체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금융감독원은 좀 다른 입장인 듯 합니다. 아마도 금융시장이 발전해온 역사적 과정이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2009년 6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서 다음과 같은 결정을 하였습니다.

키움증권(주) :『회원제재금 3억원』부과

KOSPI200옵션의 최종거래일 등에 옵션 Deep-OTM(깊은 외가격)* 종목을 중심으로 매도물량 증대를 목적으로 회원?상품(자기매매)계좌를 통해 182,000회에 걸친 과다한 분할호가를 제출하여, 여타 시장참여자의 배분물량을 감소시키는 결과를?초래하여 시장의 공정거래질서를 저해하고, 시장거래시스템 과부하로 관련 종목의 거래체결을 지연시키는 등 시장공신력 실추의 원인을?제공한 바, 거래소 시장감시규정을 위반한 키움증권(주)에 대하여『회원제재금 3억원』을 부과하고, 관련 직원 9명에 대하여『감봉
또는 견책에 상당하는 징계』를 요구함

유진투자증권(주) :『회원경고』

KOSPI200옵션의 최종거래일에 옵션 Deep-OTM 종목을 중심으로 매도물량 증대를 위해 회원 상품(자기매매)계좌를?통해 9,000회에 걸친 과다한 분할호가를 제출함으로써, 시장의 공정거래질서를 저해하여 거래소 시장감시규정을 위반한?유진투자증권(주)에 대하여는 사안의 정도를 감안하여『회원경고』조치함

과다한 분할호가제출 회원 및 임직원에 대한 시감위 조치결과중에서

각 증권사 홈페이지를 보면 ‘불건전 호가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이라는 섹션이 있습니다. 여기에 정리된 분할호가는 이렇습니다.

분할호가의 개념

분할호가란, ‘동일가격의 호가를 일정 시간에 분할하여 제출함으로써 수량배분 또는 시세 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말합니다. (시장감시규정 제4조 제1항 제6호)

분할호가 규제이유

증권선물거래소는 특히, 시가의 결정을 위하여 참여한 호가중 시가가 상한가(하한가)로 결정되는 경우 상한가 매수호가(매도호가)는 동시호가로 하며, 이때 상대 매도(매수)호가가 부족한 경우에 동시호가의 우선순위는 주문수량이 많은 호가순으로 기본수량(100주)을 배분하도록 함으로써, 최대한 공평한 배분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가 상한가 종목의 호가에 대한 공평한 배분을 통해 소액투자자에게도 투자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이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즉 본인 배정 물량을 많게 하기 위하여 호가를 분할 제출하여 다른 투자자에게 배분될 물량을 편취함으로써, 공평한 수량배분이라는 시장의 매매원칙을 퇴색하게 하고 나아가 시장의 공정거래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과다한 수량의 분할호가(특히 상한가시 매수 분할호가)는 실제 매수의사에 비해 호가수량을 과도하게 부풀리게 되어, 자칫 일반 투자자로 하여금 당해 종목의 매매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는 시세조종의 양태로 보여질 수 있습니다.

HFT나 알고리즘트레이딩에서 주로 사용하는 주문분할(Slice Order)와 분할호가는 동전의 양면입니다. 불공정행위로 판단해 규제를 가하는 권한이 한국거래소에 있습니다. 아무리 한국거래소가 Exture를 개발하여 알고리즘트레이딩과 같은 신기술 트레이딩을 장려한다고 하더라도 법적인 장벽이 제거되지 않는한?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트레이더들은? 우회하는 방법을 계속 찾을 것입니다.)

3.
모 증권사에 문제를 제기하여 시작했던 신기술을 둘러싼 논쟁은 1라운드를 마쳤습니다. 이제 두번째 라운드를 준비하여야 합니다. 이 때는 기술적인 이슈와 법적인 이슈를 모두 포괄하여 진행하였으면 합니다.

첫째 코로케이션 서비스(Co-location Service)와 관련된 정책
둘째 DMA 서비스 및 미국식으로 말하면 Naked Access와 관련된 정책
셋째 공매도 및 분할호가와 같은 제도
넷째 마켓데이타와 관련된 정책(Level 2 도입 및 대역폭 확대등)
다섯째 KRX와 Koscom의 관계 정립 및 Koscom의 역할에 대한 조정

관련된 주체들이 정책결정을 늦추면 늦추는 사이 시장발전은 지연되고 혼란을 가중되리라 판단합니다. 참고로 노무라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정기간행물중에 金融ITフォ?カス가 있습니다. 2010년 신년회 기사중에 이런 제목을 가진 기사가 있습니다.

2010年をHFT(高頻度トレ?ディング)元年に

도쿄증권거래소가 Arrowhead를 개통하면서 HFT원년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는 내용입니다. 한국거래소는 Exture를 TSE와 같은 목적으로 개통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관련된 서비스와 제도가 뒷받침못하고 있습니다.

Quo Vadis Domine!

(*)HFT(High Frequency Trading)를 모 신문사에서는 고주파거래라고 하는데 일본노무라연구소는 고빈도트레이딩이라고 번역하네요.(^^)

1 Comment

  1. smallake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거래소가 코로케이션 서비스와 관련하여 제공하고 있는 현황을 아래글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changes Offering Co-location in Asia

    http://www.asiaetrading.com/exchanges-offering-co-location-in-asia/?offset=9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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