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15코스 다니기 – 백운대코스

1.
이번주 목요판ESC에 실린 사진 한장이 있습니다. 끝 모르게 이어진 등산객들입니다. 사진만으로도 어질어질합니다. 직접 산에 올랐던 기사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1.2m 간격의 두 가닥 쇠줄은 약 2m 간격의 쇠기둥에 지탱되고 쇠기둥 밑동엔 나무막대가 걸쳐 있다. 사실 두 가닥의 쇠줄만을 이용해 하프돔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쇠기둥과 나무막대에 의지해 쉬면서 2m 구간씩 60번을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두렵다는 생각에 급하게 오르려다가는 팔 힘을 너무 빨리 소진하게 된다. 안전장치 없이 2600m 암벽에 매달린 상황에서 팔 힘이 빠지면 공포에 젖게 된다.

미국 요세미티국립공원의 하프 둠입니다. 하프 돔과 같을 수 없지만 비슷한 느낌을 주는 곳이 있습니다. 북한산 인수봉입니다.

2.
9월 북한산 산행은 백운대코스입니다. 기억으로 몇 번 다녔습니다. 80년대 후반에 몇 번 올랐고 90년대 초 신년맞이로 올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십여년 전입니다. 두번 강산이 바뀐 시간입니다.

지하철 5호선을 타고 구파발로 항하든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수유리로 향하든 긴 시간입니다. 수유리에 내려 151번 버스를 타고 도선사 입구로 향합니다. 오래전이지만 변하지 않은 느낌을 줍니다. 다만 4.19묘지가 국립 4.19민주묘지로 바뀌었네요.

도선사 입구. 오래전 수유리 계곡으로 MT를 왔을 때와 많이 달라졌네요. 북한산 수유리계곡앞에 잡리잡고 공사중인 대규모 타운하우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어찌 허가를 내주었는지 궁금해집니다. 버스종점은 변함이 없네요. 도선사까지 걸어 오릅니다. 둘레길을 만들고 북한산성을 복구하면서 희미한 기억과 너무 다릅니다.

9월 산행에 함께 한 이는 저 포함하여 3명입니다. 우이동- 백운제2공원지킴터- 하루재- 위문 – 백운대 – 위문 – 하루재 – 도선사로 올랐습니다. 위문에서 백운대로 오르는 길은 난이도가 높지 않습니다. 다만 높은 곳이 싫은 저같은 사람은 두려움이 엄습할 수 있죠. 그저 묵묵히 위를 보고 오르다 보면 정상입니다. 거의 서울밖으로 산행을 나서지 않기때문에 최근에 오른 가장 높은 곳입니다.(^^) 가까이 인수봉이 보입니다. 자일에 몸을 맡긴 분들이 들어옵니다. 정상에서 느낄 환희를 생각하겠죠? 물론 인수봉과 다르겠지만 백운대에서 가슴이 탁 트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5시가 넘은 시간이라 등산객도 적어 더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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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산행의 백미는 홍어회입니다. 현지에서 직송한 홍어입니다. 십인분이 넘는 양이라 내리막길 북한산장에서 나눔의 행사(^^)를 하였습니다. 오른쪽 왼쪽에 계신 등산객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죠. 다들 좋아하시네요. 같이 간 친구가 만든 기쁨입니다.

3.
내려올 때 해가 저물어 어둑어둑 하였습니다. 늦은 시간인데도 배낭에 짐을 이고 올라오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인수봉에 오르려는 젊음이었습니다. 아마 야영을 하고 다음날 일찍 인수봉에 오르겠죠. 화강암이 주는 기운을 듬뿍 받을 것입니다. 인수봉에 오르는 이와 비교할 수 없지만 저도 같습니다. 산행을 나설 때 지난 일주일의 스트레스로 뒷머리가 띵 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르내리는 동안 자연과 호흡 해서인지 머리가 맑아지네요.

홍어를 나누었던 어르신이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水昇火降

주역에 있는 말이라고 하지만 이런 뜻 풀이도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등산으로 찬기운은 올라가고 더운 기운은 내려가네.

맑은 기운으로 도선사앞에서 놓여 있는 비석의 글귀를 보니 세상의 이치를 깨우친 듯 합니다.

天地一原
萬物一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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