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정보의 재구성

1.
미국 NYSE가 흥미로운 시장정보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처음은 ISE입니다만 NYSE가 차지하는 비중이 남과 다르니 관심이 갑니다. 요지는 GPU기술을 이용하여 옵션과 관련한 내재적 변동성 및 Greek값을 실시간으로 계산하여 제공한다는 내용입니다.

The real-time data feed includes implied volatilities, Greeks data (Delta, Gamma, Vega, Theta, and Rho), and underlying data for each options market.
NYSE Technologies Taps Hanweck GPU Calculations for Options Analytics Feed중에서

아래는 GPU기반의 Market Data Feeding 서비스를 개발한 회사의 소개글입니다.


다른 때는 여기서 다음과 같은 글로 마무리를 합니다.

“한국도 GPU를 이용한 남과 다른 서비스가 등장하길 바랍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렇게 마무리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왜 남과 다른 서비스가 등장하지 못하는지”를 따져볼까 합니다.

2.
지본시장의 시세는 아주 단순히 말하면 호가정보(Quote)와 체결(Trade)정보로 이루어집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낸 매도/매수의 가격정보가 호가 정보이고 매도가격과 매수가격이 서로 일치하여 거래가 이루어졌을 때 체결정보가 발생합니다. ?자본시장법의 시세는 호가정보와 체결정보의 공개를 규정합니다. 다만 어떤 수준에서 어떻게 공개할지는 시장의 투명성을 향한 시장참여자들의 노력에 따릅니다. ?한국은 ‘어떤 수준과 어떻게’에서 모두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수준은 Market Depth와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얼마전 호가잔량을 둘러싼 갈등은 Market Depth와 관련한 이슈였습니다. ‘어떻게’는 시세공급자의 문제입니다.

흔히 시장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국제적인 흐름을 이야기할 때 사전적 사후적 주문투명성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이를 아주 단순화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Pre-trade transparency: Obligation to disclose supply and demand (bid and ask) in the orderbook(호가정보)
Post-trade transparency: Obligation to disclose trades already executed(체결정보)

최근 거래소간의 경쟁과 시장의 투명성 요구때문에 Full Depth Of Orderbook을 채택하는 거래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국제적인 흐름과 한국의 관행이 충돌합니다. 현재 시세정보를 규정하는 틀을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법적인 규제입니다. 이미 너무나 외국인 투자자 친화적인 거래소에서도 소개한 바와 같이 시세의 공표는 법적인 의무입니다. 자본시장법 401조에서 정의하고 있습니다.

제401조(시세의 공표) 거래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증권 및 장내파생상품의 시세(전자증권중개회사가 상장주권의 매매를 중개함에 있어서 형성된 시세를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공표하여야 한다.
1. 증권의 매일의 매매거래량 및 그 성립가격과 최고·최저 및 최종가격
2. 장내파생상품의 종목별 매일의 총거래량, 최초·최고·최저 및 최종거래 성립가격 또는 약정수치
3. 그 밖에 시세의 공정한 형성 및 투자자 보호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시세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세

위의 조항을 살펴보면 “일단위의 종가시세 공표”만을 규정한 최소 기준입니다. 따라서 종가시세를 제외한 방식으로 시세를 공표하는 방식은 전적으로 대통령 혹은 관련기관의 판단에 따릅니다. 이런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폐해가 얼마전 이슈가 되었던 ‘파생상품의 호가잔량정보 비공개’입니다. 자본시장법이 정한 ‘시세공표의 의무’를 좀더 명확히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호가공개의 의무’로 정의하고 Full Depth Of Orderbook를 기본으로 해야 합니다.

둘째는 시세공급자의 규제입니다. 현재 시세는 한국거래소의 위탁을 받아 코스콤이 시세분배시스템을 통하여 공급하고 있습니다. 코스콤은 시세분배시스템을 구성하면서 호가와 체결정보를 한국거래소 규정이 정한 원칙에 따라 비공개로 할 부분은 걸러내고 단위시간당 데이타건수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발상을 달리 해보죠. 자본시장법이 불명확히 정하였지만 시세를 호가정보와 체결정보로 이해하면 시세공급은 아주 단순합니다. 호가가 발생할 때마다 해당 정보를 시장참여자에게 제공하면 끝입니다. 마찬가지로 체결이 발생할 때마다 체결정보를 시장참여자에게 제공하면 끝입니다. 단지 필요한 것은 Full Depth가 아니기때문에 특정한 호가만 공급하지 않으면 됩니다. ?이것이 시세의 공표입니다. 그런데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은 시세를 가공하여 시장정보를 만듭니다. 부가정보를 만들어 시장에 공급하고 독점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개별호가와 체결정보’만을 시장참여자(시장정보제공자)에게 제공하는 역할에 충실하여야 합니다. 원하는 시장참여자에게 관련정보를 제공하여야 합니다.

이 때문에 한국시장에 로이터나 불름버그와 같은 시장정보사업자들이 등장하지 못합니다. 한국거래소가 앞서 이야기한 날 것 그대로의 호가와 체결정보만 시장참여자들에게 제공하고 그것을 가공하여 만든 부가정보는 시장참여자 혹은 시장정보사업자들이 알아서 가동하도록 함이 더 타당하지 않나요?

금융투자회사도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다양하게 선택 가공하여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빠른 개별호가와 체결정보를 원하면 거래소로부터 직접 시세를 받아 제공하고 필요하면 자체적으로 가공하여 차별화한 부가정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앞서 GPU와 같은 정보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 코스콤이 제공하는 시세정보를 이용하면 됩니다.

3.
국제적으로 보면 시세정보도 다양한 기술적 진보를 하고 있습니다. 시세분배를 잘하기 위한 프로토콜의 진화도 일어나고 있고 시세발생이 많아짐에 따라 네트워크 기술, 프로토콜 표준등의 진화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서비스도 진화합니다. 앞서 GPU와 같은 진보도 역시 보다 좋은 서비스를 보다 빨리 하기 위한 기술적 경쟁의 산물입니다.

주문수탁제도의 변화는 DMA의 활성화를 이끌어내고 트레이딩기술의 발전을 가져옵니다. 반대로 시세공표의 변화는 시장정보서비스의 경쟁을 만들어 내고 보다 진보된 기술의 도입으로 이어집니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늘어납니다. 수요와 공급을 통해 일자리도 늘어납니다. 경쟁력이 커집니다. 이런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6 Comments

  1. QTrader

    GPU를 2년전 국내 증권사에 건의했는데 결과가 매우 안좋았습니다.
    Jerry Hanweck과 직접 연락하면서 추친했는데 국내사정에? 맞지 않다고 하더군요.
    정확히 하면 국내 이해관계에 맞지 않겠지요. 부디 다른분들은 조심해 추진 하시길…

    Reply
    1. smallake

      그쪽이 한국시장에 들어오려고 생각을 하지 않을듯 합니다. 국내도 굳이 그렇게 해야할 이유가 없고.

      현재 상황을 변화하여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죠. 트레이더는 다르겠지만….(^^)

      Reply
  2. QTrader

    Jerry는 관심 많았습니다. 국내증권사의 내부 이해 관계 문제지요.

    Reply
    1. smallake

      (^^) Hosted Service를 주로 하는 듯 하던데요. 하고 싶다고 하면 코스콤과 협의를 하는 것이 영업상 맞는 길인데…

      Reply
  3. Lynn

    군더더기 없이 핵심을 찌르시는 글이네요.
    철밥통 쉴드치는 자들이 좀 읽어봐야 할 글이건만,..
    여튼 기분만은 약간 상쾌해져서 갑니다.

    요즘 인터넷에서 검색하다가 smallake 님 블로그에 종종 오게되네요.
    좋은 밤 되시길..

    Reply
    1. smallake

      저는 상쾌한 새벽에 댓글을 읽었네요.

      글보다는 변화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Reply

Leave a Comment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