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공표의 의무와 DMA

1.
2010년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사이에 시세를 놓고 분쟁이 발생하였습니다. 2007년 코스콤이 담당하던 정보분배권을 한국거래소로 이관하기로 하였으나 서로간에 다툼이 이어지던 때입니다. 이 때 한국거래소가 비공식적인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거래소 시세공표의무와 정보사업의 법적배경에 대한 비교법적 고찰

위의 논문이 다루는 주제는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자본시장법 제 401조 시세공표의 의무에 나타난 공공재로써의 시세입니다. 둘째는 정관 2조 10호에 있는 사적기업의 영리적 사업으로의 시세입니다.

제2조(목적) 거래소는 다음 각호의 업무를 영위함을 목적으로 한다.
10. 시장정보(지수를 포함한다)의 제공 및 판매에 관한 업무

어떤 논리를 전개한다고 하더라도 출발점은 “한국거래소가 시세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가”입니다. 위의 논문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민법 제259조에 소유권의 변동사항에 근거하여 거래소 시장정보소유권을 살펴보면 시장정보의 원천은 호가를 제출하는 투자자와 그 호가를 거래소 주문시스템에 전달하는 회원임에는 논란이 없으나 거래소는 시장제도와 시스템을 갖추고 호가 및 주문의 적격성 여부를 심하하여 그 채권행위인 투자자의 호가행위를 완성시켜 법률행위를 종료에 이르게 한다.

즉, 조건부 의사표시에 의한 채권행위인 투자자들의 호가 및 주문정보에 대하여 거래소는 일정한 노력, 기술 및 자원을 가공하여 그 정보가 새로운 가격을 생산함으로써 물권변동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면 민법 제 259조 제1항도 ‘가공한 가액이 원재로의 가액보다 현저히 다액인 경우’에는 원재료의 소유자를 가공자로 본다는 법적 추지로 볼 때 시장정보의 소유권은 거래소에 있다 할 수 있다.

좀 길었죠. 한국거래소가 시장정보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공식근거는 아니지만 비슷한 논리를 이야기하지 않을까 합니다.

여기서 한국거래소가 비약을 합니다. 법률상의 시세공효의 의무를 충실히 하면서 시세를 가공한 가액이 원재료의 가액보다 현저히 새로운 가액을 만들지 않는 수 많은 방법을 두고 굳이 오직 한가지만의 방법만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거래소가 코스콤을 통하여 제공하는 시세정보서비스입니다. 핵심은 정보의 원 소유자인 ‘투자자의 호가정보와 체결정보를 고객에게 그대로 제공하면 될 것’을 – 개별호가서비스 – 스스로 가공이라는 불필요한 행위를 더하여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점입니다. 그리고 시장제도와 시스템을 갖춘 행위로 이미 체결에 따른 수수료를 징수하고 있고 주문의 적격성은 호가를 제출하는 회원사의 주문시스템에서 이미 하고 있습니다. 굳이 새로운 가치라고 할 것이 없습니다. 물론 KOSPI200과 같은 지수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는 필요한 투자자들이 선택적으로 구매하면 될 일입니다.

법적인 이야기입니다.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독점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함입니다. 다만 법률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본론으로 가지요.

2.
앞서 한국거래소는 시세정보소유권을 배타적인 권리로 주장합니다. 때문에 시세정보를 정당한 권리를 갖지 않고 분배할 경우 권리침해라고 합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콤을 통한 시세정보서비스 계약에 다음과 같은 조항을 둡니다. 간접분배 에 올라온 자료중 일부입니다.

1.시세간접이용계약 체결이 요구되는 경우

(1)시세정보를 내부목적에 한하여 이용하는 데이터피드 이용 고객사는 코스콤과 “시세간접이용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 단, 다음의 사항에 모두 해당되는 경우에는 계약 체결이 요구되지 아니한다.

(i)정보사업자가 시세정보 이용권한을 통제
(ii)정보사업자가 전용단말에 한하여 시세정보 이용권한을 부여(전용단말은 정보사업자가 사전적으로 정의한 조회 포맷으로만 시세정보의 이용이 가능한 기기 또는 어플리케이션을 의미)

코스콤과 “시세간접이용계약”을 체결한 고객사는 이하 “시세간접이용자”로 칭한다.

(2)시세간접이용자는 코스콤의 사전 서면승인 없이 다음의 사항을 행하여서는 아니된다.

?제3자(관계사 포함)에 대한 정보 제공행위.
?시세정보를 이용 또는 가공하여 지수를 생성하거나 공표하는 행위
?시세정보를 이용 또는 가공하여 한국거래소(이하 “KRX”)가 개설한 시장 이외에서 증권의 매매를 유인하거나 조장하는 행위
?시세정보를 통해 생성한 금융상품을 거래소 또는 이와 유사한 시설에서 매매의 대상으로 삼거나 매매할 가능성이 있는 제3자에 제공하는 행위

2. KRX 회원사 관련 예외사항

(1)코스콤과 “글로벌 시세이용계약”을 체결한 KRX 회원사는 코스콤과 별도로 시세간접이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아도 전세계 본-지점 및 관계사에서 시세정보를 수신하여 이용할 수 있다. 단, 정보사업자는 현재와 같이 해당 고객사의 시세이용내역을 보고하고 및 단말이용료를 납부해야 한다.

(2)코스콤과 “KRX 회원사용 시세정보이용계약”을 체결한 KRX 회원사는 코스콤과 별도로 시세간접이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아도 한국내 본-지점에서 시세정보를 수신하여 이용할 수 있다. 단, 정보사업자는 현재와 같이 해당 고객사의 시세이용내역을 보고하고 및 단말이용료를 납부해야 한다.

(*)시세정보: 코스콤에 의해 분배되는 실시간 시장 데이터 그리고/또는 이를 가공 또는 편집한 데이터. 시장 데이터는 데이터가 생성된 후 20분이 경과하면 실시간이 아닌 것으로 한다.
(*)데이터피드: 시세정보를 수신하는 컴퓨터 시스템 또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시세정보의 가공, 조정, 저장 또는 분배가 가능하도록 시세정보를 전송하는 것
(*)고객사: 정보사업자로부터 데이터피드의 방식으로 시세정보를 수신하는 자
(*)정보사업자: 코스콤과의 계약에 의거하여 코스콤으로부터 시세정보를 수신하여 고객에 제공할 수 있도록 코스콤의 승인을 받은 자
(*)전용단말: 정보사업자가 사전적으로 정의한 조회 포맷으로만 시세정보의 이용이 가능한 기기 또는 어플리케이션

이를 도표로 그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핵심은 “시세정보에 대한 이용권을 얻는 사업자(금융투자회사 혹은 정보사업자 혹은 개인)가 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느냐”입니다.

이상의 조항과 투자자들은 전혀 상관없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2012년 4월부터 주문수탁제도가 바뀌면서 DMA서비스는 특화서비스라는 이름으로 공개서비스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방식의 DMA서비스가 있지만 시세서비스의 경우 코스콤 시세분배시스템에서 받은 시세를 DMA시스템으로 직접 제공하여 ‘빠른 데이타 처리’가 가능하도록 합니다. 이 때 코스콤으로 받은 시세를 직접 DMA시스템에 제공하는 행위가 한국거래소의 정보소유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에 대한 한국거래소 및 코스콤은 지난 7월 중순 공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지적합니다.

회원사용/글로벌회원사용 정보이용계약을 체결한 증권?선물사는 자사 고객에게 단말장치(HTS 등 증권사가 통제하는 시세 조회용도의 어플리케이션)를 통해서는 정보를 제공 가능하지만, 고객에게 시세를 가공, 저장, 또는 분배할 수 있도록 하는 행위는 정보이용계약상 금지되어 있습니다. (회원사용 계약서 4조, 글로벌회원사용 계약서 제6, 7조)

이에 따라 아래의 예시와 같은 시세 이용 방식은 현행 정책 및 계약의 위반에 해당됨을 알려드립니다.

【예시1】고객 서버에 Datafeed 방식으로 시세를 제공 (증권사가 데이터 형식을 가공하여 Datafeed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도 동일) ⇒ 제3자에게 시세를 가공, 저장, 또는 분배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 (회원사용 계약서 4조, 글로벌회원사용 계약서 제6, 7조)

【예시2】코스콤의 통신장치(스위치 포트 등)에 고객 서버를 직접 연결하여 시세를 제공 ⇒ 제3자에게 시세를 가공, 저장, 또는 분배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 (회원사용 계약서 4조, 글로벌회원사용 계약서 제6, 7조 및 미계약자의 코스콤 자산 침해)

【예시3】특정 고객에게 증권사의 서버를 제공하고, 해당 고객은 동 서버를 통해 수신한 시세를 자체 어플리케이션 또는 S/W를 통해 시세를 직접 가공하여 이용 ⇒ 제3자에게 시세를 가공, 저장, 또는 분배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 (회원사용 계약서 4조, 글로벌회원사용 계약서 제6, 7조)

위의 공문은 부산IDC입주 회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공문의 내용을 보면 비단 부산IDC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DMA서비스를 받고 있는 대부분의 투자자에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의 공문에 따르면 DMA매매를 하고 있는 트레이더의 경우 최소 600달러이상의 시세사용료를 증권사 혹은 코스콤에 납부하여야 합니다.

앞서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이 제시한 사례들의 공통점은 “제3자에게 시세를 가공, 저장, 또는 분배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현재 HTS는 위와 같은 구조가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럴까요? HTS가 제공하는 엑셀DDE를 사용하지 오래입니다. DDE를 통하여 시세데이타를 저장하고 가공할 수 있습니다. 더 손쉬운 방법도 있습니다. 증권사 HTS API를 이용하면 분배까지 가능합니다. 시세가 가장 빠르다고 생각하는 금융투자회사에 가입하여 시세API를 통해 시세를 받습니다. 받은 시세는 내부 트레이딩시스템에 분배합니다. 분배받은 시세로 주문을 만들고 다른 금융투자회사로 주문을 냅니다. 이미 있는 일입니다.

DMA서비스라고 해서 모두 자체시스템을 구축한 경우만 있지 않습니다. 금융투자회사가 제공하는 DMA API를 이용하여 매매시스템을 구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DMA API와 HTS API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코스콤에 받은 데이타전문을 가공하느냐 하지 않느냐라고요? 만약 코스콤 시세전문을 그대로 사용하는 HTS를 만들면 규정위반인가요, 아닌가요?

앞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시세사용료를 내는 것은 법적인 의미의 개인투자자입니다. 외국인투자자의 경우 워낙 큰손이기때문에 증권사가 자체부담할 확률이 무척 높습니다. 아니면 자체부담을 미끼로 서로 유치경쟁을 할 수 있습니다. 또 문제가 있습니다. 트레이더가 직접 시세사용계약을 하지 않고 있기때문에 시세 간접분배비용을 지불하여야 할 의무는 금융투자회사에 있습니다. 금융투자회사가 트레이더로부터 받아서 대납을 할 경우 트레이더는 새로운 원가부담을 안습니다. 월 70만원이상입니다. 작지 않습니다. 만약 영업부서가 납부를 하면 영업부서는 재무수지가 악화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두 고객이 아니므로 작지 않은 비용이 새로 들어갑니다. 이래저래 원가부담입니다.

넓게 봅시다. DMA 시세사용료를 부과한다고 파이가 커질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파이는 같습니다. 파이를 놓고 누가 얼마를 가져갈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영업이익률이 낮은 한국거래소와 코소콤이 독점적인 권리를 이용하여 파이를 키우겠다는 뜻으로 읽힐 가능성이 무척 높스니다. 그런데 왜 공문으로 내려보니고 이행을 하겠다고 하는지 뒷 배경이 궁금합니다.

3.
간접분배를 기술적인 변화에 맞도록 재해석을 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규정과 제도에 따라 요금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럴 경우 DMA는 당연히 간접 분배일 수 없습니다. 이미 HTS중 HTS API를 이용한 시세서비스는 간접분배로 해석하지 않습니다.

대신 한국거래소와 코소콤이 근본적으로 시장정보에 대한 접근법을 바꾸었으면 합니다. 시세공표의 의무에 따라 가공하지 않은 시세정보 = 개별호가정보 및 체결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책을 변경하여야 합니다. 개별호가정보 및 체결정보는 공공재이므로 최소의 비용으로 재분배가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기초로 별도의 부가정보를 만들어 제공하는 서비스의 경우 가공을 위해 들어간 노력에 따른 합당한 수수료를 받도록 합니다.

시세정보의 재구성

마지막으로 이미 해왔던 규정을 지키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자본시장내에 유행했던 말을 사용하면 ‘관행’의 변경입니다. 말하자면 관습헌법이 바뀌는 일입니다. 이는 한국거래소뿐 아니라 한국거래소의 정책을 허가하는 금융위원회도 관계한 일입니다. 몇 달전 ‘호가잔량 비공개’ 파문처럼 밀실에게 주먹구구식으로 결정하지 말고 정책실명제와 예고제등을 도입하여 투명성을 높였으면 합니다. 20여년 여의도에서 밥 먹고 살고 있지만 여의도는 여전히 마피아집단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민주화가 필요한가 봅니다.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금융소외 해소와 금융관료에 대한 통제 등도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중요한 건 금융소비자 주권찾기다. 금융소비자 교육뿐 아니라, 이제라도 다양한 형태의 금융감시 운동의 싹을 키워야 한다. 예컨대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예리하게 감시하고, 나라 밖에서 인권과 환경 등을 해치는 사업영역에 진출하는 것을 막는 국제적 연대 운동에도 힘을 보태야 할 때다. 마지막 과제는 ‘국제 금융질서’ 자체를 민주화하는 일이다.

금융기관들이 최선을 다해, 최대한 양질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철저히 하고 금융기관 간의 공정한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 그것이 우리 금융기관들의 실력을 높이고 금융산업을 발전시키는 길이며, 건전성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또 서민·중산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금융감독 수장들이 협회장 노릇을 멈추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전념하도록 감독개혁을 해야 한다. 독점화된 금융산업구조도 개혁이 필요하다. 앞으로 새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이다.
[이동걸 칼럼] 금융협회장 노릇 하는 감독수장들중에서

금융이란 결코 현대 자본주의의 한 ‘변종’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진화한 종’에 가깝다.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금융주도(finance-led) 자본주의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심지어 제조업 분야의 글로벌 대기업에서조차 제조와 판매 등 전통적 의미의 영업활동보다는 환차손익, 위험관리 등 재무적·금융적 활동의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는 추세다. 경제민주화가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시야를 금융민주화 쪽으로 넓혀나가야 할 때다.
금융민주화운동은 왜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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