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느끼는 산, 몸이 느끼는 산

1.
한 주도 빠짐없이 주말이면 엄김없이 산행을 떠납니다. 남들처럼 먼 길을 떠나지 않습니다. 그저 앞산과 뒷산을 다닙니다. ?1월 1일 해돋이를 보러 관악산을 오른 이후 두 번 빼고 매주 관악산을 올랐습니다. 과천에서 오르는 청계산은 햇볕이 들지 않아 차갑습니다. 그래서 관악산으로 오릅니다.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오르면 ?마음부터 밝아집니다. 맑고 환한 느낌입니다.

반면 무릅이 아픕니다. 관악산은 바위산(岳山)입니다. 바위산을 오를 때 좋은 점은 전망입니다. 암릉으로 이어진 길앞으로 탁트인 산세가 보입니다. 수풀로 우거진 청계산과 다릅니다. 눈이 즐겁고 마음도 덩달아 밝아지죠. 그렇지만 두 다리는 신음소리를 냅니다. 악!악!악!

오르막은 참을 만 하지만 내리막은 고통입니다. 연골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천천히 천천히 내려오지만 그래도 뼈가 바위와 부딪칠 때 충격이 사라지지 않고 고스란이 무릅에 남습니다. 아픕니다.

악산을 오르면 마음이 즐겁습니다. 그렇지만 무릅이 아픕니다. 무릅이 좋아하는 산은 눈이 즐겁지 않습니다. 그래도 산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누리려면 흙산을 타야 할 듯 합니다. 청계산을 타야 합니다.

2.
2012년 들어 대학동기 등산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몇 년전 내가 등반대장을 맡았지만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미루다가 지난 1월부터 산에 오릅니다. 주로 동기들이 살고 있는 곳에 가까이 있는 산을 찾습니다. 1월은 먼저 세상을 떠난 동기가 묻힌 모란공원근처 천마산을 찾았습니다. 산을 내려온 후 소주한잔 주고 왔습니다. ?꼭 찾아 뵈어야 했던 이소선여사님, 김진균 선생님, 김근태선배등도 인사드렸습니다. ?물론 많은 노동자들도 찾아 인사했습니다.

2월은 수락산입니다. 14일이니까 어제입니다. 청학리에서 출발하여 계곡을 타고 내원암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길이었습니다. 내리막은 불암산-당고개역으로 잡았습니다. 청학리계곡으로 오른 수락산은 참 멋없는 산입니다. 사방팔방이 막혀 전망이 전혀 없습니다. 정상은 다르더군요. 수락산역으로 오른 후배에게 물으니 오르막이 장관이라 합니다. ?수락산이 악산이라 하여 많이 걱정했습니다. 다행히 내리막은 흙길이라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눈과 마음이 즐거웠던 수락산, 다리도 즐거웠던 수락산. 네시간동안 행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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