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해 시륜을 합니다. 처음으로 자전거를 탄다는 의미입니다. 겨울이 다가와 날이 차면 자전거를 접고 걷거나 산에 오릅니다. 작년 12월 초 그만둔 후 3개월만에 다시 풍광보와 함께 한 때는 설이 있는 주, 일요일이었습니다.
날이 풀리는 듯 해서 풍광보를 타고 잠수교까지 왕복을 하였습니다. 시륜이었습니다. 강추위가 남아 있었던 탓인지 찬바람에 온몸이 얼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아주 즐거운 기억이 하나 남았습니다. 반포교 주위로 꽁꽁 언 한강을 보았습니다. 초등학교시절 샛강에서 스케이트를 즐기던 이후 몇 십년만입니다.
한강에서 돌아오는 길, 양재천. 색다르지만 추억속의 장면 하나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과천도 논에 물을 대고 스케이트장을 설치하는 경우는 봤지만 양재천 스케이트장은 처음입니다.
“아!”
지난 봄 구청에서 논을 만들어 벼를 재배한 곳이었습니다. 겨울동안 아이들을 위해 스케이트장을 만들었나 봅니다. 만국기가 날리고 천막사이로 난로가 활활 타오릅니다. 군것질거리를 파는 노점만 있으면 딱입니다.
2.
시륜이 있고 2주후 한강을 다시 찾았습니다. 완전무장을 하고(^^) 뚝섬에 앉아서 끼니를 때우는데 볕이 너무 따뜻하더군요.
“봄이 오는구나”
“자전거로 출근해야지”
이런 생각을 했지만 역시 봄은 그렇듯 그냥 한번에 오지 않았습니다. 꼼샘추위가 몇 주 기승을 부렸습니다. 잠시 날이 풀린 어제 다시금 길을 떠났습니다. 이번에 좀 먼 길입니다. 하트코스입니다.
봄이 안양천,한강,양재천에 왔을까요? 출발 때 너무 성급한 질문이었습니다. 하늘은 뿌옇고 날은 찹니다. 이 맘때 항상 이렇습니다. 안양천을 따라 한강에 다다를 때까지 찬 바람에 귀가 얼얼합니다. 그래도 가는 세월을 막을 수 없나 봅니다. 정오가 지날 때부터 봄의 따뜻함을 흠뻑 머금은 햇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양재천에 들어설 때까지 강변의 모습은 낙엽 지고 줄기와 잎새가 누렇게 물들었던 지난 가을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누렇게 퇴색한 강변이지만 햇빛에 반사된 모습은 눈이 부십니다. 따뜻함이 묻어납니다.
천천히 페달을 밟으면 양재동부근 양재천을 지나칠 즈음, 나이든 할머니가 천변에 봄나물을 캐고 있었습니다. 순간 놀랬습니다. 출발전 라디오에서 들어던 말이 떠오르더군요.
“높이 나는 갈매기는 멀리 보지만 낮게 나는 갈매기는 자세히 본다.”
이 때부터 양재천변에서 봄을 찾았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지만 시선은 계속 좌우를 살폈습니다. 과천입구쯤에 다달아 봄을 찾았습니다. 아주 깊숙히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자란 촌사람이라 어떤 식물인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아주 작은 보라색 꽃망울을 터트렸습니다.
길가의 개나리도 보니 뿌리에서 물이 올라오나 봅니다. 개나리 망울을 터졌고 이제 꽃망울을 터트린 날만 기다리고 있더군요.
3.
하트코스를 달리면서 작년과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전거에 올라타면 페달을 힘있게 밟아 속도를 느낍니다. 평지에서 삼십을 넘깁니다. 그러다 지칩니다. 먼 길을 갔다 와야 하는데 가는 길에 힘을 뺍니다.
어제는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가볍게 페달을 밟았습니다. 오르막이면 오르막대로 내리막이면 내리막으로 힘을 덜 쓰면서 오르내렸습니다. 이십전후로 다녔습니다.
“해가 바뀌어 나이가 한살 더먹어서 그럴까?”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얼마전 당구를 칠 때도 큰 욕심을 부려 점수를 내려다 실수를 하는 식이 아니었습니다. 실수를 하여 망치기 보다는 끝까지 경기를 잘마무리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풍광보와 처음 먼거리를 함께 한 어제도 끝까지 즐겁게 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먼 길을 가면 지칩니다. 스스로 잘 조절하지 않으면 탈이 납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그렇지만 젋은 날 사업을 할 때 잊었던 말입니다.
마라톤같은 인생입니다. 완주를 하여야 합니다.
덧붙여 건강하고 즐겁게 완주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