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마 설 전으로 기억합니다. 아는 분들과 저녁 술자리를 하다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KRX가 파생상품주문FEP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옮기고 증권사들의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공동전산시설을 제공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덧붙여 주문접속은 부산으로 옮기지만 시세는 서울에 남기로 했다는 말입니다. ?어제 증권사 설명회를 마치고 저녁을 먹을 때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마도 이제 시행을 앞두고 있는 듯 합니다.
무슨 배경일까요? ?정치적인 이유가 가장 큰 듯 합니다. 이미 파생주문FEP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옮겨달라고 하는 요구는 작년도 국정감사에 나왔습니다.
기사 둘 – 부산허브와 KTB 신사업
검색을 해보니 어떤 방송은 이미 보도를 하였습니다.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 거래 접속 장치, 라우터가 올해 상반기 중에 부산에도 설치될 예정입니다.
한국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상반기 중에 라우터를 부산에 추가 설치하기 위해 회원사들의 의견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증권업계 관계자는 “부산에 접속장치가 설치되면 부산에서 직접 접속하는 증권사와 경쟁하기 위해 부산에 전산실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데 대부분 서울에 위치한 증권·선물사들이 부산에 접속 장치를 설치하는 것을 반길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한국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회원사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파생상품 접속장치 부산 설치는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한다”며 정치적인 고려를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부산에 파생상품 장치 설치…정치 입김?중에서
아마도 어제 들었던 이야기로 짐작해보면 KRX가 증권사 설명회를 가졌다는 생각입니다.
2.
개인적으로 부산으로 파생상품라우터를 옮기는 것은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에 계속 파생상품거래시스템이 있다고 하면 부산에 위치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습니다. 다만 현재 거래소가 추진하는 내용중 기사가치가 없다고 판단하여 보도하지 않았던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앞서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근거가 하나가 높은 레이턴시(High Latency)입니다. 0.007초가 더 걸리므로 이전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맞습니다. 그렇지만 레이턴시는 End-To-End Latency로 측정하여야 합니다.
한번 상상을 해보죠. 부산으로 거래소접속라우터가 이전을 하면 아마도 부산의 범일동 KT전화국에 위치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면 현재 여의도전화국에 있는 삼성증권처럼 모증권사 혹은 트레이딩그룹이 임대를 내서 주문FEP와 트레이딩서버를 설치하였다고 하죠. 당연히 가장 빠른 속도로 주문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주문만을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트레이딩 레이턴시를 고려하면 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위의 보도중 빠진 내용은 바로 시세입니다. 코스콤의 시세배분시스템은 부산으로 가지 않고 서울에 있는다고 합니다.
코스콤시세배분(서울)->증권사시세FEP(서울)->증권사전용라인->증권사트레이딩서버(부산)->증권사주문FEP(부산)->거래소주문FEP(부산)
하나더 그림을 그려보면 이렇습니다. 시세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재미있는 그림이 나옵니다.
거래소매매체결(부산)->거래소호가전송(부산)->코스콤시세배분접수(서울)->코스콤시세배분송신(서울)->코스콤시세수신(서울,부산)
호가시세가 없는 트레이딩은 없습니다. 처음 이전이야기를 들었던 술자리에서도 이런저런 토론이 있었습니다. 시세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서울에 있어야 하고 체결을 생각하면 부산으로 가야하는데 딱 부러진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파생전략이 어떻게 설계했는지에 따라 결정날 듯 하지만 체결데이타와 취소주문이 중요한 알고리즘이면 부산으로 옮겨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3.
그래도 남는 문제가 있습니다. 위의 흐름처럼 현재와 같이 증권사가 받아서 자체망으로 부산에 호가를 전달하는 방식이면 네트워크비용과 품질이라는 새로운 경쟁요소가 발생합니다.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광케이블을 어떤 품질로, 어떤 대역폭으로, 어떤 경로로 구성할지가 관건입니다. 현재 KT는 부산으로 옮긴다는 전제로 증권사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만약 KT보다 더 낮은 레이턴시를, 더 높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통신사업자가 있다면 어떨까요? 주요대형사는 계약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어플리케이션으로 줄일 수 있는 레이턴시보다 거리를 줄여서 얻을 수 있는 레이턴시가 휠씬 크기때문입니다.? 부익부빈익빈이 발생합니다. 여의도전화국에 있는 삼성증권이 가장 많은 투자를 하지않을까요?(^^)
이처럼 주문라우터가 부산으로 옮긴다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시세배분시스템을 어떻게 구성할지가 남아있습니다. 앞서 그림처럼 부산매매체결시스템에서 발생한 호가를 서울로 보내고 다시 부산에서 받아 트레이딩을 한다면 문제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부산매매체결시스템의 호가를 받아 시세배분을 해주는 시스템을 두 곳에서 운영하는 것이 옳은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저는 2중으로 시세배분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야 주문라우터를 부산으로 옮긴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레이턴시와 깊이 관계한 트레이더는 부산으로 옮기면 됩니다. 부산이 번성하면 안될 이유가 없습니다.
혹시 전화국에 잘아는 분이 계시면 빨리 범일동전화국내에 시설임대를 해놓으시길…
그러면 조만간 큰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국내 시세의 품질이 여러모로 좋지 않다고 생각해보면 부산으로 많이 옮겨가지 않을까요? 나쁜게 더 나빠지는 정도보다 나쁜게 좋아지는게 효과가 크지않을까… ^^
코스콤 정보분배 시스템이 부산으로 옮기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말씀대로 부산이 번성하면 안될 이유가 없죠. low latency에 맞는 각종 인프라가 부산에 생기는거죠. 그러고보면 작년에 제가 얘기하던 “코로 센터 부산 설립” 얘기가 왠지 현실화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대선을 앞두고. ㅎㅎ
어떤 결정을 하든 증권사가 부담하여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는 문제가 잘 해결되어야 합니다. 인용한 기사를 보면 증권사의 불만이 높은 듯 합니다. 그렇지만 투자자의 입장에서 놓고 보면 좋아진다(?) 생각을 합니다.
세상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은 없으니까…
역으로 자본력이 강한 증권사는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죠. IT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한 증권사와 그렇지 못한 증권사 간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저도 말씀에 동의합니다. 다만 투자가 투자의 규모만을 지칭한다는 생각은 아닙니다.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 저는 소프트웨어엔지니어에 대한 정책이 경쟁력의 관건이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