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에 걸친 원목봉사자 교육

1.
4월입니다. 여의도는 시베리아 동장군이 위세를 떨치고 있지만 봄은 봄입니다. 해야할 일이 많습니다. 텃밭농사를 준비해야 하는 때입니다. 애 끊는 마음? 아니 애 끓는 마음입니다.지난 토요일, 이번 토요일 내내 명동성당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서울대교구 일반병원사목위원회가 주최한 ‘원목봉사자 교육 제1과정’을 받았기때문입니다. 1년이 넘어가는 병원 이발 및 목욕 봉사를 계속 하려면 기본적인 소양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이른 9시에 출발하여 10시 이전에 명동에 도착하고 5시까지 이어지는 강의를 들어야 합니다. 참가하신 분들을 보니 중년이 넘은 분들입니다. 남성 보다는 훨씬 많습니다. 아주 오랜만의 교육입니다. 사회에서 들었던 대부분 교육은 2시간을 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학창 시절처럼 6시간을 앉아 있어야 하다니 걱정이 앞섰습니다. 이틀에 걸친 교육을 되돌아 보면 모두들 열정으로 교육에 임했습니다. 봉사가 누구에게 떠밀려 하는 것이 아니듯이 교육 또한 스스로 선택한 봉사를 위한 과정이기때문으로 보입니다. 물론 저는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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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프로그램은 아주 다양합니다. 원목 봉사자의 소명과 역할, 환자를 대하는 태도, 영적 돌봄을 주제로 한 교육입니다. 천주교가 바라보는 원목봉사를 설명하는 시간도 포함입니다. 12시간동안 수 없이 이어진 말씀속에서 기억나는 것은 두가지입니다.

첫째 원목 봉사의 의미입니다. 봉사는 자원봉사입니다. “남의 강요나 부탁에 의해서가 아니고 자유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다른 사람이나 사회를 위해서 일하지만 물질적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하는 행동”이라고 교재는 적고 있습니다. 이것은 봉사자를 기준으로 한 정의이고 의미입니다. 이를 관계로 살펴보면 어떨까요? “낯선 이에 대한 관심과 배려 및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의 심리상태를 다루는 강의 때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간호사가 아무리 헌신을 하더라도 가족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이 때 가족은 관심, 배려와 사랑을 나누는 사람입니다. 부정, 불안, 우울한 상태에 있을 수 있는 환자에게 영적인 돌봄을 하는 것이 봉사였습니다. 오늘 한겨레 신문에 난 ‘칠곡사건 주치의 정윤선 교수 인터뷰가 내내 가슴에 남았습니다.

-정신과에선 어떤 경우에 입원을 하나?
“신체적 질병과 마찬가지다. 집중적인 검사나 치료를 받아야 할 경우 입원한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입원을 통해 안정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런 아이들은 입원시설을 좋아한다. 처음 제대로 된 돌봄을 경험하기 때문에 퇴원하고서도 병원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잘 갖춰진 정신과 병동은 정신적 무균실이나 다름없다. 상처가 덧나지 않고 아물게 해준다.”

-병원에서 어떻게 돌봄을 받나?
“우선 애착관계가 형성이 돼야 한다. 병원에 소리를 돌본 사람이 총 12명이다. 그중 의사가 5명, 간호사가 4명, 사회복지사와 심리상담사, 보호사가 1명씩이다. 이 12명이 팀을 이뤄 아이에게 일관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아이가 잘못을 하는 것을 마냥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지적도 하면서, 말 그대로 양육을 한다. 아이에게 늘 관심이 있다는 것과 안정적으로 돌본다는 것을 자주 상기시킨다.”
‘소리 주치의’ 정운선 교수 인터뷰중에서

천주교는 봉사를 예수님의 말씀으로 설명합니다.

“사람의 아들이 영광에 싸여 모든 천사와 함께 오면, 자기의 영광스러운 옥좌에 앉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민족들이 사람의 아들 앞으로 모일 터인데, 그는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가르듯이 그들을 가를 것이다. 그렇게 하여 양들은 자기 오른쪽에, 염소들은 왼쪽에 세울 것이다. 그때에 임금이 자기 오른쪽에 있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 그러면 그 의인들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굶주리신 것을 보고 먹을 것을 드렸고,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실 것을 드렸습니까? 언제 주님께서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따뜻이 맞아들였고, 헐벗으신 것을 보고 입을 것을 드렸습니까? 언제 주님께서 병드시거나 감옥에 계신 것을 보고 찾아가 뵈었습니까?’ 그러면 임금이 대답할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 31-40)

둘째는 경청입니다. 너무나 유명한 단어인 경청은 봉사자가 환자를 대하는 태도를 설명할 때 계속해서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경청을 위해 네가지로 들어야 합니다.

눈으로 듣기
귀로 듣기
마음으로 듣기
우리 자신의 느낌을 듣기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방법으로 SOFTEN기법을 제시합니다.

Smile. 미소는 상대방에게 관심, 호감, 편안함 등의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낸다.
Open posture. 열린 자세를 하고 있으면 여유 있어 보이고 관심을 나타낸다.
Forward leaning. 상대방 쪽으로 몸을 약간 기우는 자세는 관심이 있음을 뜻하고 대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Touch. 신체 접촉은 “당신에게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라고 침묵으로 말하는 것이다.
Eye contact. 상대의 눈을 바라봄으로써 자신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보다 쉽게 느끼게 된다.
Nodding.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이해의 정도를 표시할 수 있다.

이런 기술 보다 더 깊은 이야기는 ‘우리 자신의 느낌을 듣기’를 설명하실 때 선생님이 쓰신 표현입니다.

“내적 성숙”

앞서 경청 네가지 중 ‘우리 자신의 느낌을 듣기’가 있습니다. 나의 느낌을 듣는다, 곧 이 말은 살아온 삶의 기억속에서 환자의 이야기와 반응하는 무언가를 곰곰히 되돌아 보고 묵상하여 영적으로 성숙한 봉사자로 환자를 이해한다.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경청은 기술이 아닙니다. 존재와 존재, 인생과 인생의 만남이어야 이루어지는 교감(Empathy)입니다.

3.
시인 정현종은 ‘방문객’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봉사자나 환자나 일생의 만남입니다. 첫 강의때 수녀님의 말씀이 끝까지 뇌리에 남았던 시간이었습니다.

병원사목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기사를 읽어보세요. 강사로 나오셨던 사제입니다. 기사 보다 훨씬 더 극적인 삶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영적 주치의’ 김지형 신부의 하루

이번 교육을 처음부터 끝까지 맡아주셨던 곳이 서울대교구 일반병원사목위원회와 일반병원사목부입니다. 특히 세브란스 병원 김라우라 수녀님이 멋졌습니다. 일반병원사목이 궁금하시면

서울대교구 일반병원사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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