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의 IPO 보다 우선이어야 하는 것

1.
한국거래소가 신임이사장을 선출한지 두 달이 가까와집니다. 지난 두달동안 신임이사장이 내놓은 발언중 가장 많은 부분은 “공공기관 지정 해체”입니다.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유는 MB에게 찍혔기때문입니다. 청와대가 내정한 이사장을 내치면서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지정이라는 칼을 뽑았습니다. 100% 민간기업인 한국거래소를 행정부가 좌지우지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국거래소는 지금 당장 공공기관에서 해제하여야 마땅합니다.

그렇지만 공공기관 해제라는 주장속에 담긴 뜻은 단순히 공공기관 해제가 아닙니다. 참여정부시절 한국거래소를 설립하면서 추진하였던 IPO가 핵심입니다. 몇 일전 청계산에서 있었던 기자간담회 기자입니다.

최 이사장은 2일 거래소 서울 사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거래소의 선진화를 위한 5개년 계획을 취임 100일 되는 시점까지 마련해 발표하겠다”라며 “재임 기간 중에는 세계 유수의 거래소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취임 이틀째를 맞는 최 이사장은 거래소의 최우선 과제로 공공기관 지정해제를 꼽았다. 그는 “거래소가 발전하고 앞으로 세계적인 선진 거래소와 경쟁을 위해서 민영화(공공기관 지정해제)는 필수적인 과제”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도록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거래소 선진화 방안에는 ▲장외파생상품 중앙청산소(CCP) 사업 집중 육성 ▲해외 CCP와의 글로벌 연계청산 추진 ▲개별주식 선물·옵션시장 활성화 ▲변동성지수 선물시장 및 일반상품 선물시장 도입 ▲경영수지 개선을 위한 긴축경영체제 돌입 등의 방안이 포함될 예정이다.
최경수 이사장 “거래소 ‘민영화’ 최우선 과제”중에서

신임 이사장이 어떤 표현을 사용했는지 몰라도 단순히 공공기관 해제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민영화’라는 좀더 포괄적인 표현을 사용합니다. 민영화=자본시장 상장=IPO입니다.

거래소는 지나치게 공공성에 치중하고 있는데 이사장이 된 뒤 둘러보니 세계 거래소 상황은 그렇지 않더라. 거래소는 민간이 이끄는 엄연한 하나의 산업이다. 세계 거래소와 경쟁하려면 시스템 자체가 민영화되고 생각도 민영화돼야 한다

2.
솔직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금융위원회를 포함한 한국거래소 등이 공공기관해제를 주장하는 논거가 중요합니다. 이들은 ‘자본시장법상의 복수거래소와 다자간매매체결회사 제도’를 근거로 합니다. 제도와 현실은 다릅니다. 더구나 법의 취지를 무시하고 규제를 하고 있는 현실의 제도를 보면 민영화를 주장할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시장이 바라보는 대체거래소 제도입니다.

대체거래소 설립을 준비 중인 증권사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증권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5대 대형사는 물론 중소형사도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대형 A사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 이전부터 꾸준히 검토했지만 대체거래소를 통해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더 이상 ATS 설립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중견 B증권사 측도 “컨소시엄 형태로 ATS를 만드는 방안을 놓고 검토했지만 수익을 내기 어렵다 보니 파트너를 찾는 게 불가능했다”며 “일단 당국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사들이 ATS를 개설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5% 룰’ 때문이다. 한 ATS의 주식 거래량이 전체의 5% 이상에 달할 경우 각종 규제가 추가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은 개별 ATS 거래량이 5%를 넘어서면 정식 거래소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독립 거래소가 되면 자기자본을 1000억원 이상으로 확충해야 하고 시장감시 등 자율규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C사 관계자는 “작년 주식 거래대금에서 시장점유율 5%를 차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연간 수익을 계산해보니 29억원 정도였다”며 “전산 투자비용과 운영비 등을 감안할 때 첫해부터 약 68억원씩 적자가 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막대한 자기자본을 투입한 뒤 매년 배당을 받기는커녕 결국 증자를 해야 할 것이란 게 증권사들의 우려다.
증권사들 ‘대체’ 왜 관심없죠?중에서

WOWTV도 비슷한 지적을 합니다.

“5% 가지고는 수익성이 없다는 것이 업계 분위기다. 사업은 돈을 벌어야 하는 것 아니냐. 돈을 벌어야 하는데 적자가 명확하다면 누가 투자하겠나.”

5%로 대체거래소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지난해 한국거래소 주식거래 수수료 수입에 적용해 따져보면 단 50여억원에 불과합니다.이에 반해 대체거래소 개설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과 향후 유지비를 감안한다면 적자는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여기다 최근 알고리즘매매에 대한 위험관리를 강조하는 등 고빈도매매에 대한 금융당국 시각이 안 좋아지면서 결제속도를 높여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는 것도 쉽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독점 체제를 고수하고 한국. 대체거래소를 통해 변화의 바람을 유도하려 했지만, 끝내 한국거래소 민영화 발판만 마련한 채, 도입 취지는 퇴색되고 있습니다.
<집중취재> 대체거래소 무관심 도대체 왜?중에서

금융위원회가 주장하는 5%규정의 근거에 나와 있는 금융위원회의 생각은 너무나 시장과 동떨어집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자본시장법의 다자간매매체결회사 관련규정에 대한 고찰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경재도입을 통한 매매시장의 혁신적 발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내 자본시장법 개정법이 안정성과 경쟁을 통한 효율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룰 수 있어야 할 것이다

3.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만들면서 금융위원회가 핵심적으로 주장한 것은 ‘자본시장 인프라의 선진화’입니다. 현재 자본시장 인프라가 선진화되었다고 생각하나요? 법은 선진화되어 있지만 시장참여자들이 후진적이서 시장이 선진화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나요? 그런데 시장은 제도를 후진적인 규제라고 생각합니다. ‘선 규제완화, 후 한국거래소 민영화’가 올바른 수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 Comments

  1. quantt

    5%도 문제지만 유가증권만 열어 준다는것도 이치에 역행하는 작지않은 문제. KRX에 파생이나 CCP 같은 상품을 독점권을 부여하고 있는 상황에선 IPO도 정책 타당성도 아니지요.
    특히 CCP 경우 창조적으로 새로운 상품과 거래 방법으로 시장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데 KRX가 창조적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으신가요?
    참고로 미국 BATS는 5억원 (달러아님) 정도의 자본으로 몇명이서 Kansas에다 (회오리가 부는 미국 중부에 아무도 모르는 ‘오즈의 마법사’의 주로 생각하심 됨) 뚝딱거리고 만들어서 이제는 Direct Edge와 합병 후 NYSE보다 더 큰 회사가 될겁니다. 이런 위험한(?)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가지신 분들이 칼자루 쥐고 계시는 동안은 금융 전체가 빙하기가 아니라 천왕성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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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mallake (Post author)

      5%를 제외한 부분은 법을 개정하여야 하는 일이라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 자본시장법 개정때도 말이 많았었죠. 반면 5%규정의 경우 금융위원회가 생각을 바꾸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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