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건전화와 합리화 사이에 놓인 파생시장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입니다.
다른 요인은 떠나서 규제정책의 시작은 검찰의 ELW수사입니다. “검찰이 나설 때까지 금융위원회는 무엇을 했냐”는 비난이 퍼부어졌습니다. 그래서 허겁지겁 규제정책을 쏫아냈습니다. 이름하여 ‘파생시장 건전화정책’입니다.
이후 두가지 결과가 나타났습니다.첫째는 파생상품 시장의 붕괴입니다.
두번째는 원인 제공이었던 ELW구속 및 기소가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논리적인 인과관계가 있습니다. 최소한 파생상품시장의 붕괴를 가져온 원인중 ‘건전화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그런데 ‘건전화정책’을 낳게 한 원인이 소멸하였으면 당연히 사생아라고 할 수 있는 건전화정책도 소멸하여야 하지 않나요? 검찰도 사과문을 내놓고 금융위원회도 정책 재고를 발표해야 합니다.
2.
시장참여자들이 어렵습니다. 증권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증권회사나 증권IT회사의 직원들은 거래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ㅇ씨는 “명퇴를 하면 위로금은 받을 수 있겠지만, 신청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모든 증권사가 사람을 줄이는 마당에 지금 회사를 나가는 것은 사실상 이 업계에서는 끝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20년 넘게 이 일만 하며 살아왔는데 다른 일을 새로 시작할 수 있겠습니까? 대학교, 고등학교 다니는 두 아들을 봐서라도 버텨볼 생각입니다.” 증권맨들은 ‘잔인한’ 4월을 맞고 있다.
끝모를 불황에 내쫓기는 증권맨들 중에서
이런 상황은 IMF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합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정책 실패에 대해 말 한마디 하지 않습니다. IMF 판례로 정책의 실패는 법으로 단죄할 수 없으니까 정책의 실패, 시장의 실패 정도는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그런데 적반하장입니다. 시장참여자들은 금융위원회에서 ‘파생상품시장을 활성화해달라’고 합니다. 금융위원회는 커다란 선물을 주듯이 ‘파생상품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놓고 자본시장을 입맛대로 길들이려고 합니다.
건전화가 옳으니 활성화? 표현이 틀렸습니다. 활성화가 아닙니다. 시장참여자들의 잘못된 의사결정에 의해 시장이 위축될 경우 자율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시장을 살려달라고 하는 애원이 활성화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시장참여자들이 많으니까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곳은 금융위원회입니다. 지금처럼 증권사 숫자를 늘린 곳도 금융위원회입니다. 자본시장법을 제정하고 새로운 기준에 따라 허가권을 행사하였습니다. 새로운 시장 참여자를 통하여 경쟁을 촉발하여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정책적 목표는 ‘대형화와 전문화’입니다.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지금과 정책 목표가 똑같습니다. 똑같은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고 시장을 실험실에 가두어 놓고 시험합니다. 파생시장의 붕괴 또한 정책의 실패입니다.
시장참여자들이 ‘활성화’를 구걸할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산업의 붕괴는 정책의 실패이기 때문에 금융위원회가 반성해야 할 일입니다. ‘활성화’ 대신 ‘합리화’를 외쳐야 합니다. 불합리한 인허가권 행사, 시장 정책 모두 합리화하여야 합니다. 원 상태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전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닙니다. 최소한 몇 년동안 나타났던 불합리한 점을 고쳐놓고 다시금 중지를 모아야 합니다. 금융위원회가 옳다? 스스로 틀릴 수도 있다고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활성화 vs 합리화.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활성화가 아닙니다. 합리화입니다.
정확한 지적이시네요 !!
금융위가 내놓은 프레임은 정상화이네요. 정상화 vs 활성화가 아니라 정상화 vs 합리화의 싸움으로 봐야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