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포스팅한 이후 자본시장법과 시행령을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401조에 관련한 법적 근거가 있습니다. 401조는 전산적인 방법으로 시세를 공표하라고 하지만 개별호가나 총호가잔량과 같은 정보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다만 어떤 원칙이어야 하는지는 담겨있어야 하는데 그 또한 없습니다.
1.
몇 일전 @dolppi님이 주최하신 알고리즘트레이딩포럼 준비모임이 있었습니다. 이 날 어떤 이야기가 오간지는 아래 포스팅을 참조하셨으면 합니다.
이날 어떤 분이 ‘총호가잔량 비공개’를 언급하면서 제도 등도 다뤘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어! 그런 일이 있어나?” 전혀 알지 못했던 이야기입니다. 그러다 오늘 묵호갈치님이 소개한 기사를 보니까 확정단계인 듯 합니다.
KRX의 총호가 잔량 데이터 비공개 방침에 대하여
파생상품도 예상체결가격 6월부터 공개
이데일리가 보도한 기사는 이렇습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총호가 잔량 비공개는 시장 정보를 상대적으로 축소할 우려가 있다”며 “이번 조치가 주문오류나 비정상적인 호가제출의 폐해를 방지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유동성이 낮은 선물 옵션 상품에는 왜곡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도 “거래소가 추진하고 있는 5호가 잔량은 총호가 잔량에 비해 정보 가치가 낮기 때문에 총호가 잔량 비공개는 문제 소지가 있다”며 “총호가 잔량 비공개로 인한 정보의 질적 저하가 우려가 거래가 풍부한 근월물 보다 원월물 선물·옵션 등에서 더욱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써 마땅히 공개해야 할 정보를 비공개하려는 움직임은 이해할 수 없다”며 “압도적인 정보취득 능력을 가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를 위한 조치밖에 되지 않아 개인투자자들만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총호가수량을 미공개하고 5호가수량만을 공개하는 것은 투자자에게 좋은 지표를 없애고 잘못된 지표를 강요하는 것”이라며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공개돼 오던 투자정보를 명확한 근거자료 제시없이 거래소에서 독자적으로 판단해 비공개로 전환하는 것은 반 시장적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거래소, 총호가잔량 비공개…개인투자자만 피해중에서
2.
시세의 공표는 자본시장법상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401조(시세의 공표) 거래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증권 및 장내파생상품의 시세(전자증권중개회사가 상장주권의 매매를 중개함에 있어서 형성된 시세를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공표하여야 한다.
1. 증권의 매일의 매매거래량 및 그 성립가격과 최고·최저 및 최종가격
2. 장내파생상품의 종목별 매일의 총거래량, 최초·최고·최저 및 최종거래 성립가격 또는 약정수치
3. 그 밖에 시세의 공정한 형성 및 투자자 보호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시세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세
좀더 시행령은 좀더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364조(시세의 공표 등) ① 법 제401조 각 호 외의 부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이란 전산설비에 의하거나 증권 및 장내파생상품의 시세 등 증권시장과 파생상품시장의 정보를 주로 취급하는 간행물에 게재하는 방법을 말한다.
② 거래소는 법 제401조에 따른 시세의 공표와 그 정보의 효율적 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세부사항을 정할 수 있다.
③ 법 제401조제3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세”란 제192조제3항에 따른 대용가격을 말한다.
이상을 보면 시세의 공표를 기술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시세의 공표는 시장의 투명성이나 건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항이지만 공표방법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총호가잔량’과 관련하여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시장 업무규정 시행세칙은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제79조(시세 등의 공표 및 공표방법) ① 규정 제82조제1항제5호에서 “세칙이 정하는 사항”이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항을 말한다. <개정 2009.10.26, 2010.8.25, 2010.10.20>
1. 단일가호가시간 이외의 호가접수시간의 경우에는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사항
가. 3년국채선물거래, 5년국채선물거래 및 10년국채선물거래의 경우에는 매도·매수별 5개의 우선가격(매도·매수별 최우선호가의 가격을 포함하는 5개의 우선호가의 가격을 말한다)의 호가수량 및 당해 호가수량의 합계수량
나. 가목 이외의 거래의 경우에는 매도·매수별 연속 5개 우선가격(매도의 경우에는 최우선매도호가의 가격과 그 가격에 호가가격단위를 순차적으로 더한 4개의 가격을 말하고, 매수의 경우에는 최우선매수호가의 가격과 그 가격에서 호가가격단위를 순차적으로 뺀 4개의 가격을 말한다. 이하 이 목에서 같다)의 호가수량 및 매도와 매수별 총호가수량. 다만, 주식선물거래의 경우에는 매도·매수별로 연속 10개 우선가격의 호가수량 및 매도와 매수별 총호가수량으로 한다.
2. 단일가호가시간의 경우에는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사항
가. 주식상품거래의 경우에는 매도와 매수별 총호가수량
나. 그 밖의 거래의 경우에는 단일가호가시간의 호가로 산출된 예상체결가격. 다만, 종가단일가호가시간(3년국채선물거래, 5년국채선물거래 및 10년국채선물거래의 종가단일가호가시간은 제외한다)의 경우에는 매도와 매수별 총호가수량으로 한다.
결론적으로 KRX는 이 규정을 고쳐서 ‘총호가수량”을 삭제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첫째는 시장의 투명성(Trasparency) 원칙입니다.사전적 투명성과 사후적 투명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습니다.
증권시장에서 시장 투명성이란 주문의 흐름과 같은 시장 상황에 대해 투자자 일반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양과 시점의 적절성을 의미한다. 이때 매매와 관련된 지표들이나 호가를 유포시키는 것을 사전적 투명성(pre-trade transparency)이라고 하는 반면 기 체결된 매매 수량이나 가격 등에 대한 정보를 유포하는 것을 사후적 투명성(post-trade transparency)이라고 한다(Bessembinder and Maxwell, 2008: 218)시장 투명성의 수준은 적정가격 발견기능과 같은 시장 효율성은 물론 투자자들의 시장신뢰성 수준 그리고 궁극적으로 투자자보호 측면 등에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투명성은 시장 유동성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희준, 한국 채권시장의 투명성 제고정책과 유동성에 관하여(한국증권학회지 40권 3호)중에서
이 때문에 유럽의 MiFiD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Article 29 Pre-trade transparency requirements for MTFs
1. Member States shall, at least, require that investment firms and market operators operating an MTF make public current bid and offer prices and the depth of trading interests at these prices which are advertised through their systems in respect of shares admitted to trading on a regulated market. Member States shall provide for this information to be made available to the public on reasonable commercial terms and on a continuous basis during normal trading hours.
2. Member States shall provide for the competent authorities to be able to waive the obligation for investment firms or market operators operating an MTF to make public the information referred to in paragraph 1 based on the market model or the type and size of orders in the cases defined in accordance with paragraph 3. In particular, the competent authorities shall be able to waive the obligation in respect of transactions that are large in scale compared with normal market size for the share or type of share in question.
3. In order to ensure the uniform application of paragraphs 1 and 2, the Commission shall, in accordance with the procedure referred to in Article 64(2) adopt implementing measures as regards:
(a) the range of bid and offers or designated market-maker quotes, and the depth of trading interest at those prices, to be made public;
(b) the size or type of orders for which pre-trade disclosure may be waived under paragraph 2;
(c) the market model for which pre-trade disclosure may be waived under paragraph 2 and in particular, the applicability of the obligation to trading methods operated by an MTF which conclude transactions under their rules by reference to prices established outside the systems of the MTF or by periodic auction.
Except where justified by the specific nature of the MTF, the content of these implementing measures shall be equal to that of the implementing measures provided for in Article 44 for regulated markets.
Article 30 Post-trade transparency requirements for MTFs
1. Member States shall, at least, require that investment firms and market operators operating an MTF make public the price, volume and time of the transactions executed under its systems in respect of shares which are admitted to trading on a regulated market. Member States shall require that details of all such transactions be made public, on a reasonable commercial basis, as close to real-time as possible. This requirement shall not apply to details of trades executed on an MTF that are made public under the systems of a regulated market.
2. Member States shall provide that the competent authority may authorise investment firms or market operators operating an MTF to provide for deferred publication of the details of transactions based on their type or size. In particular, the competent authorities may authorise the deferred publication in respect of transactions that are large in scale compared with the normal market size for that share or that class of shares. Member States shall require MTFs to obtain the competent authority’s prior approval to proposed arrangements for deferred trade-publication, and shall require that these arrangements be clearly disclosed to market participants and the investing public.
3. In order to provide for the efficient and orderly functioning of financial markets, and to ensure the uniform application of paragraphs 1 and 2, the Commission shall, in accordance with the procedure referred to in Article 64(2) adopt implementing measures in respect of:
(a) the scope and content of the information to be made available to the public;
(b) the conditions under which investment firms or market operators operating an MTF may provide for deferred publication of trades and the criteria to be applied when deciding the transactions for which, due to their size or the type of share involved, deferred publication is allowed.
Except where justified by the specific nature of the MTF, the content of these implementing measures shall be equal to that of the implementing measures provided for in Article 45 for regulated markets.
기사에 나타난 KRX의 시각은 이렇습니다. 투명성이란 시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투기세력이나 고빈도거래자들이 총호가 잔량을 조작할 수 있으나 5호가 이내에 입력 시에는 신중히 주문을 제출할 수밖에 없다”
이를 자의적 해석하면 이렇습니다.
“시장의 투명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시장내의 약자가 강자에 휘둘릴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정보 공개를 최소화하여야 한다”
총호가잔량을 공개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과 비공개로 하여 얻을 수 이익중 어떤 것이 더 클까요? 저는 전자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지금과 같은 호가정보 공개가 아니라 개별호가정보를 공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투명성이 높을 수록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큽니다.
또다른 관점은 부산AP와 연결하여 보는 것입니다. KRX가 새로운 시행규칙을 6월부터 적용하겠다고 합니다. 6월은 현재 부산AP를 개통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서로 맞물린다는 느낌입니다. 부산AP를 통하여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집단은 외국인투자자라고 합니다. 이들중 상당수는 시세정보에 민감하지 않는 ‘Market Making’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문은 빠르고 시세가 느린 것은 관계없는 부산AP정책에 더하여 총호가잔량을 비공개하면 외국인투자자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입니다. ‘투기세력과 고빈도거래자’들이 시장을 조작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하지면 결국 투기세력과 고빈도거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이 더 활개를 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저의 예상이 맞을까요? 만약 맞다고 하면 KRX는 무슨 생각으로 총호가잔량을 비공개로 하겠다고 했을까요? 아마도 그동안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한 금융위원회가 모종의 역할을 하지 않았나 추측해봅니다.
@dolppi님에게 ‘총호가잔량 비공개’를 주제로 한 알고리즘트레이딩포럼 첫번째 세미나를 하자고 하면 할까?(^^) 아마도 부담을 가질 듯……
(*)이데일리 기사에서 언급한 두분의 보고서입니다.
KRX의 파생 총호가수량 비공개결정에 반대하는 투자자들의 모임이라고 있네요.
혹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래주소로 가보시길……
http://cafe.naver.com/bidask
거래소가 총호가잔량 비공개를 백지화했네요.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articleid=20120423142510804f4&linkid=440&newssetid=466
금융위나 외국인과 관련한 추론은 사실이 아니네요. 하여튼 투자자의 의겨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